고개 17

한국의 작은 알프스, 태백과 삼척 건의령_20240124

가슴을 한껏 펼쳐 서서히 움켜쥐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내 안에 들어온다.건의령, 여기선 그게 가능하다.함백산에 이어 찾아간 곳은 건의령으로 태백 시내를 지나 검룡소가 가는 방향과 똑같았고, 다만 검룡소는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넘어 삼수동으로 빠져야만 했는데 건의령은 계속 35번 국도를 경유하다 상사미교차로에서 우측의 뿌듯한 오르막 지선인 424 도로를 타면 바로 우측의 장벽 같은 산의 고갯길이 건의령이었다.가는 길에 폭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공사 중인지 삼수령길은 통제 중이라 옛 고갯길로 우회했고, 대체적으로 태백의 제설이 늘 한발 앞서긴 해도 한파로 인해 도로가 쪽의 빙판 자국을 상기시킨다면 평소에 비해 시간은 좀 더 소요됐다.터널을 지나기 전에 건의령으로 갈 경우 체력적인 자신감이 충만하고 앞서..

솔고개와 상동에 깃든 가을_20211028

곡선이 익숙한 솔고개에서 심지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조차 온통 뒤틀리고 휘어진 곡선일진대 가끔 그 곡선을 훼방 놓는 직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둥근 망막에 굴절된 시선마저 불편하다. 암담한 막장으로 가는 길은 뒤틀린 심보 마냥 구부정 산길의 원치 않는 쏠림을 겪다 못해 멀미까지 일으킬 심산이지만 고개 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는 지나는 이들의 엉킨 심경이 곧 미래의 매듭임을 깨쳐준다. 그리 높지 않은 솔고개 모퉁이를 돌아 앞을 보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응시하게 되고, 그 시선의 첫인상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신선 같다. 더불어 소나무 너머 그 이상의 통찰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단풍산의 멋진 산세는 급박한 심경조차 이완시켜 잠시 쉬는 동안 이마에 구슬진 땀방울을 너스레 미소와 함께 털어준다. 사라진 광..

낙동강 굽이 따라 봉화에서_20211003

시간을 맞추기 힘든 사우들과 함께 1박 2일로 여정을 떠나기로 하고, 봉화로 가기 전 영주에서 집결하여 점심으로 쫄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에 영주에 도착했고, 훨씬 먼저 도착한 몇몇 일행들은 영주 무섬마을 구경 중이란다. 최종 목적지가 영주에서 한참 더 가야 되는 관계로 독촉하여 쫄면집에서 제때 만나 어렵게 주차를 한 뒤 식당에서 만났다. 6년 전 왔던 영주에서 가장 이름난 쫄면집인데 내 기준에서는 맛집은 아니고 다만 추억의 쫄면을 향유할 수 있는 정도. 12시 30분 오픈 시간 동안 팬데믹으로 매장 시식은 어렵고 포장만 가능하단다. 일행의 쫄면 호기심에 몇 군데 중 여기로 집결했는데 일찍 줄을 섰음에도 23번째 대기에 주변에 꽤 많은 분들이 쫄면을 기다린다. 분식에 포함되는 쫄면 ..

가장 높은 고개마루의 야생화 천국, 만항재_20210910

사람도, 차도 힘겨운 오르막이 완만해질 무렵 길가 무심히 손짓하는 생명의 분주함에 잠시 한숨 고른다. 아직은 여름이라 단언해도 좋을 녹음 짙은 풍경이지만 백두대간을 유영하는 바람은 가을을 노래한다. 가까이 다가서도 제 할 일에 열심인 나비와 호박벌에게서 문득 정겨운 날개짓에 부서지는 햇살의 콧노래가 속삭인다. 만항재(晩項-, Manhangjae)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고개다. 높이는 해발 1,330m, 도로 경사는 10%이다. 대한민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기도 하다. [출처] 위키백과 만항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ko.wikipedia.org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풍류의 꼴두바우와 산길 유기묘_20210910

만항재로 가는 길에 약속처럼 들른 꼴두바우는 구름도 쉬어가는 평온과 시간의 쉼터다. 먼 길 달려온 피로와 허기를 달래며 가을하늘을 이고 있는 바위의 고뇌를 바라보다 문득 솔고개처럼 승화된 슬픔을 미소로 화답하는 첫인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길 잘했다는 위안으로 다독인다. 이 바위에 가을이 물들어 풍류의 향기를 더듬으며 다시 가던 길 재촉한다. 꼴뚜바위? 꼴뚜바우? 꼴두바우?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meta-roid.tistory.com 상동_20170916_작성중 2 meta-roid.tistory.com..

애환의 경계, 솔고개_20210910

오랜 역사를 관통하며 희열과 고통의 일기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을 솔고개. 멋진 소나무의 형상은 인고의 세월과 나그네의 슬픔에 한숨 쉴 그늘을 만들어준 통찰 덕분일 게다. 세상만사 고통과 통증 없는 생명이 어디 있겠냐마는 한가득 펼친 가슴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보듬어준 것들이 가지의 굴곡으로 승화시킨 덕분에 충분히 우러러볼 기개를 가진 신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더보기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meta-roid.tistory.com 다시 넘는 솔고개_20161015 잊혀지는 세월의 슬픔에 어쩌면..

문명에 대한 결초보은, 말티재_20210121

어느덧 가을 명소로 자리 잡은 말티재는 문명의 해일에 용케 버틴 공로처럼 불편하게 꼬불꼬불한 고갯길에 묘한 경이로움과 곡선의 안락함이 교차한다. 코로나로 인해 전망대는 굳게 자물쇠가 걸려 있지만 그 모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가을 명소 답게 이 친숙한 고갯길에 단풍이 어울려 한바탕 춤사위가 벌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비가 내려 텅빈 고갯길에 서서 힘겹게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구름조차 쉬어갈 만한 멋진 풍경, 결초보은 말티재의 마력이다. 속리산에서 말티재 진입 전 공영 주차장에 차를 두고 하나씩 훑어보는데 입소문에 맞춰 보은에서 공을 들인 흔적이 많다. 지루하게 내리는 빗방울로 카메라는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간소한 차림으로 보이는 길을 따라간다. 말티재 전망대 카페는 텅 빈 고갯길과 다르게 내부에..

회복과 함께 봉화를 가다_20190815

깁스를 풀고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컨디션으로 회복된 지 한 주가 지나 틈틈히 운전대를 잡으며 연습을 해 본 뒤 봉화로 첫 여행을 떠났다.물론 혼자는 아닌데다 아직 자유롭게 활동하기 힘들어 무리한 계획은 하지 않았고, 대부분 시간을 늘 오던 숙소에 머물며 다슬기 잡기나 이른 가을 장맛비 소리 듣기에 유유자적 했다. 봉화에 간지 이틀째, 관창폭포를 지나 의외로 큰 마을과 생태 공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함께 찾아 나섰다.산골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음에도 간헐적으로 인가는 쉴새 없이 늘어서 있고, 더 깊이 들어서자 산골이라고 믿기 힘든 너른 밭이 보인다.각종 약재나 고랭지 야채, 과일을 볼 수 있는데 다행인건 내리던 빗방울이 가늘어져 우산 없이도 다니는데 무리가 없어 이왕이면 카메라까지 챙겨 들었다.너른 밭..

봉화에서 영월을 넘어_20190714

우구치 계곡을 경계로 경북 봉화와 강원 영월이 만나는데 이렇게 결정한 길이 생각보다 길고 험난 했다.가는 길은 멀고 고갯길은 이내 끝나 버릴 것처럼 평탄해지다 다시 급격 해지길 여러번 거듭되자 드디어 완만한 내리막길이 나오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도로의 컨디션을 떠나 원래 다니던 루트인 봉화-영주-제천-충주에 비해 훠얼씬 시간 소요가 많았다. 사진이 짬뽕 되어 버렸는데 여긴 행정 구역상 영월로 우구치를 넘어 급격한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는 작은 산골 마을 어귀였다.높고 구불구불하 고갯길을 넘자 풀리는 긴장처럼 작지만 멋진 산골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여긴 각화사 한 켠에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 중 하나로 깊은 수풀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곳이다.비가 내리긴 해도 약간 후덥지근한 날이라 이 소리가..

삼도를 넘어_20190608

하루 만에 무주를 둘러 보는 건 쉽지 않아 미리 구상 했던 동선에만 충실히 따르고, 나름 무주에서 유명한 어죽을 후루룩 박살낸 뒤 영동 황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아무래도 가족들의 노곤함을 배려하사 혼자만의 앞선 과욕으로 이동의 피로를 덜고, 나만큼 헤메는 길에 단련되지 않은 고로 단촐한 동선을 그어 언젠가 떠나게 될 다음 여행에 아쉬움을 던지자는 의미도 있다.황간으로 향하는 길은 높은 산새를 비집고 자리를 잡은 도마령을 넘어야 되는데 길이 단순해 헤메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어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둘러 보며 나아갔다.길과 속도에 대한 긴장감이 풀리자 대화는 풍성해 졌고, 그간 살아가던 이야기와 하다못해 주변에 마주치는 동네 풍경까지도 화제로 이어져 잠시도 지루할 틈은 없었다.마침 고갯길로 향하던 길은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