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가장 높은 고개마루의 야생화 천국, 만항재_20210910

사려울 2023. 2. 4. 00:02

사람도, 차도 힘겨운 오르막이 완만해질 무렵 길가 무심히 손짓하는 생명의 분주함에 잠시 한숨 고른다.
아직은 여름이라 단언해도 좋을 녹음 짙은 풍경이지만 백두대간을 유영하는 바람은 가을을 노래한다.
가까이 다가서도 제 할 일에 열심인 나비와 호박벌에게서 문득 정겨운 날개짓에 부서지는 햇살의 콧노래가 속삭인다.

만항재(晩項-, Manhangjae)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고개다.
높이는 해발 1,330m, 도로 경사는 10%이다.
대한민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기도 하다.
[출처] 위키백과
 

만항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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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늑장과 지나친 여유의 원흉은 바로 '나'요 일행들이 전혀 가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안내 했던 루키도 바로 '나'였다. 당시에 갑자기 생각 난 이끼 계곡은 사실 평소 잊고 지내던 장소 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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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드디어 만항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와 주위 공원에 들러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먼길을 달려온 여독을 풀기 위해 쉬고 있었다.처음 들린 건 아니지만 2016년 가을에 한 번 들린 터라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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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를 조금 못 간 고갯길에서 길 가 훈풍과 함께 아무렇게나 자라는 야생화 군락지가 있어 잠시 안전한 공간에 차를 세우고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야생화와 분주히 옮겨 다니는 생명들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게 아닌 자생 군락지라 그들이 뒤섞인 모습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만항재에 도착, 간단한 요깃거리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밖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던 중 휴게소 옆 좌측 오르막길 초입에 야생화에 이끌렸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핑크톤 손짓으로 단박에 시선이 끌렸고, 잠깐이라 여겼던 그 시간이 비교적 긴 시간이었던지 어느새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단다.

아침 식사 이후 앞만 보고 달리느라 출출한 속을 달래고자 아쉬운 대로 만항재에서 유일한 식당에 들어가 감자만둣국을 시켰다.
감자만둣국이라면 감자피에 손만두라 생각했는데 감자채 썰어 넣은 몇 개가 고작, 냉동만두 몇 개에 간이 안드로메다로 이탈해 버린 맛이라 불영사에서 먹었던 산채 비빔밥 이후 터무니없이 짜증 나는 맛이었다.
이따위를 먹는 것도 수 십 년 전에 잊고 지내던 짜증을 회상하는 것만큼이나 옆차기 당하는 기분이다.
게다가 카드 결재 불가! 현금 결재만 되는 무허가 불법영업에 전국 계곡을 마치 자신의 소유인 양 지리적 특수성을 이용해 불법 점거하여 폭리를 취하는 곳이다.
그나마 울진 불영사에 방문했던 식당은 그런 악행은 전혀 없는 곳이라 비교불허! 

도심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화의 엘도라도는 가장 높은 고갯길 만항재 한 쪽 자리를 잡고 움튼 곳이다.
영화에서 잠시 언급된 각시투구꽃을 비롯, 인위적으로 조성된 야생화공원이 아니더라도 이 일대는 생김새부터 특이한 야생화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데 따사로운 가을햇살과 산 어딘가에서 지나는 바람이 더해져 마치 추억을 상기시키는 듯한 미풍의 촉촉한 울림 같다.
여전히 분주한 벌의 움직임은 가까이 다가가 천천히 관찰하는 이방인의 시선조차 방해받지 않는다. 

조금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구절초를 비롯, 전혀 그렇지 못한 투구꽃까지 몇 가지 종류가 구역별로 나눠져 있고, 거기에 얼마 남지 않은 따스한 계절에 조바심을 드러내며 분주히 날아다니는 벌까지 더해져 공원은 전체적으로 꽤나 역동적이었다.

휴게소에서 도로 건너편에 너른 공원은 야생화를 비롯, 숲 속 갤러리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는 곳이라 이전엔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면 앞으로는 고갯길에서 큰 심호흡 하듯 꼭 들러 계절에 따라 어떤 화사한 생명이 움트고 있는지 훔쳐봐야 되겠다.

공원 가장 안쪽은 멋진 전나무 쉼터와 소소한 작품이 있는 갤러리를 겸하고 있었다.

공원을 둘러보곤 차가 세워져 있는 만항재 표지석으로 돌아가 출발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었다.

만항재 표지석 좌측에 비포장길이 있는데 2년 전 가을, 이 길을 따라 하늘숲길을 탐방한 적 있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기억이 드는데도 벌써 2년이 지난 추억이 되었다.

가장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고갯마루에서 피로의 한숨을 털어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정점의 만항재를 끝으로 하루 일과는 점점 끝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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