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첫눈이 오전을 지나 오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급격하게 굵어져 폭설이 되어 버렸고, 지상은 순식간에 첫눈 폭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1년 넘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첫눈이란다.
일찌감치 오전에 나와 회사까지 걸어갈 무렵엔 그저 반가운 첫눈 손님이었는데.
오전 출근길엔 가을 잔해에 중첩된 첫눈이 양념처럼 시각적 풍미를 한층 높여줬고, 더불어 정취는 작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폭설 소식이 그저 남의 이야기 같았는데...
점심때 내 눈에 뭐가 씌었나 싶을 의심이 들 정도로 지상은 개거짓말처럼 뒤바뀐 채 평온하기만 했다.
처음 눈 덮인 세상을 봤을 땐 '와, 첫눈이네~'라면 설렌 것도 잠시 불쑥 걱정이 들이닥쳤다.
하루 일상에 비집고 들어온 폭설에 대한 걱정, 퇴근길에 대한 걱정... 걱정도 팔자라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무거워 벅찬 건 매한가지 아니긋나!
점심때 거리로 나와 길을 걷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걱정이 재현됐다.
가장 먼저 스케이트 무경험자가 겪는 슬립에 의도와 상관없는 개다리춤, 그리고 발목까지 집어삼킨 눈으로 신발과 양말은 금세 젖어 버렸다.
폭설 가운데 그나마 진기했던 건 채 떨어지지 않은 붉은 단풍이파리에 하얀 눈이 쌓인 장면이었는데 묘하게 가을과 겨울의 이중적인 정취가 서려있었다.
단풍에 하얀 눈이 쌓이면서 특유의 짙은 선홍색은 더욱 강렬하고 매혹적인 붉은 빛깔이었고, 마치 오래된 산수화의 생경한 신비가 전달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으로 봐도 멋진 걸!
앞서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는 분의 발자국에서 이번 첫눈의 선 굵은 추억을 담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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