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61

일상_20171025

늦은 퇴근이거나 말거나, 지치거나 말거나퇴근길에 광역버스 안에서 퍼질러 자다가 부랴부랴 일어나 밖을 쳐다 보니 동탄에 진입해서 좀 지난 상태.1차로 안심하고 야경을 둘러보는데 가을이 내려 앉은 거리 모습이 매혹적이다. 버스에서 내려 하루의 피로를 잊고 거리를 걸었다.나처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많은 건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쳤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가을 야경에 취해 한참을 걷다 서 있는 자리에서 사진도 담아 둔다. 내 눈에 이쁘다고 무턱대고 폰카 셔터를 눌러 버리면 실망하기 일쑤다.조도가 낮아 자글한 노이즈로 기분 망치기 싫어 가로등 불빛이 투과된 나무만 찍었다.아직 폰카의 한곈데 그걸 투정 부릴 수 없잖나.그냥 성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제대로 사용하자는 전혀 까칠하지 않은 내 논리. 며칠 사이 성..

일상_20171024

평소보다 더 걸었던 하루.허나 사진은 거의 없다.왜냐? 많이 걸어서 허벌나게 기운 빠졌응께로~ 넋이 나간 사람 마냥 가을에 취해 오로지 걷다걷다 동탄 남단 탄요공원까지 가게 될 줄이야.결과는 역시 잘 했구나 싶은데 저질 체력의 소유자다 보니 어느 샌가 축 쳐져 버린다. 그리하야 카페에 무작정 들어가 퍼질러 앉아 뜨겁게 혀를 자극하는 커피 한 잔으로 한숨을 돌린다.이렇게 많이 걷고 나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몸 여기저기 쌓인 투정들을 단방에 잠재울 수 있단다.

일상_20171022

10월이 깊어질수록 가을도 깊어져 동네 곳곳은 가을로 활기가 넘친다.요지부동 여름을 안고 있던 나무들이 점점 가을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 시작하는지 잎사귀마다 하루가 다르게 꼭꼭 숨기고 있던 컬러를 터트리기 시작하고,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도 완연한 가을 내음이다. 여름이나 겨울에 사람들이 거의 없던 거리는 심심찮게 산책 중인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그들이 바삐 가야할 목적이 아니란 건 시선을 보면 알 수 있는게 앞만 보며 걷지 않고 주위를 천천히 훑어가며 느긋하게 걸어간다. 반석산과 호수공원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살펴 보면 가을 갈이에 열중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렇게 북적이는 모습을 일 년 중 얼마나 볼 수 있을까?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보면 이들이 가을을 얼마나 ..

일상_20171016

퇴근 후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가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거리를 배회해 본다.아직은 가을 채색이 엷게 물들기 시작하는 단계지만 가볍게 걷기엔 전형적인 가을 날씨라 간소한 차림으로 다녀도 덥다거나 춥지 않다.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이파리가 숨기고 있던 청명한 신록의 빛깔이 덩달아 쏟아진다. 한산해진 거리와 달리 산책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나무 터널을 걷는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눈에 띄인다.직선이 대부분인 도시 문명의 척박한 환경에 잠시나마 퇴보되어 가는 감성을 어루만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이 가을이 좀 더 깊어지면 세상도, 만물도 가을의 매력에 흠뻑 젖어 시간의 노래에 흥얼거리겠지?

일상_20171014

기나긴 연휴가 지나면 후폭풍도 거세다.오죽했으면 출퇴근도 벅차!그나마 주말이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다. 아침저녁으로 가을 정취가 강하긴 한데 들판은 여전히 여름 같다.가로수를 보면 점점 가을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해도 될 터인데 성급한 벚나무 정도만 제 풀에 못이겨 조금씩 이파리를 갈아 입는다. 자전거를 타고 오산으로 가면 오산천 고수부지에 자전거길이 있는데 사실 가장 끝은 행정구역 상 평택과 겹쳐 있다.늘 지나는 길로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무우 뿌리라도 절단내 봐야지? 해도 10km 조금 못 미친다.생각보다 가깝다는 말. 오산대학교 앞 고수부지가 나름 사람도 많고 넓직한 공원으로의 모습을 갖췄다.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매력인걸. 하늘은 이미 가을이다. 갈수록 자전거 활용도가 떨어져 조금만 타도 금새 지..

일상_20171011

퇴근길 단풍이 반긴다.이미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홍단풍과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청단풍.허나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늦게까지 잎사귀를 부여 잡고 그제서야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더욱 곱디고운 단풍의 빛깔을 보여주는 게 바로 청단풍이다.경쾌한 퇴근길에 이 모습을 보면 환영해 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황금 한가위 이렛 날_20171006

황금 연휴의 반이 지났다.여전히 이 날을 포함하면 평소의 명절 연휴 정도지만 전체 일자에서 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모든걸 대입하는 몹쓸 버릇이 생겨 반타작에 더 마음을 쓴다.1년 넘게 손 놓고 있던 포켓몬고를 하면서 대부분 시간이 허비된 기분에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패드-태블릿으로 하면 더 실감 나거든-를 내팽개치고 텀블러에 라지 사이즈 커피와 출력 좋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무조건 뛰쳐 나왔다. 도심에서 이런 우거진 나무숲길(?)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데 동탄의 나이가 어느덧 10살이 지나면서 묘목 수준이던 나무들도 제법 자라 이렇게 대견하게 컸다.집이 가까워 틈틈히 자주 걷게 되는 길이 이렇게 멋지게 가꾸어진 것도 내 복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도로는 한산하다.그나마 여느 명절 연휴에 비해 사람들은 종종 ..

황금 한가위 넷째 날_20171003

반가운 늦잠, 해가 중천에 있을 무렵 부시시 일어나 제수용품 마련하는 사이 정겨운 햇님이 서녘의 집으로 돌아간다.연휴 넷째 날은 전날에 비해 하늘이 투명하고 서려있던 구름이 물러난 쾌청한 날이었다. 추분이 지나 낮이 부쩍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밤이 길어져 활동량이 줄어 들었다.저물어 가는 하루를 보내기 아쉬워 외출 준비를 해서 문밖으로 발을 내딛었다.무조건 밀린 잠을 잔다고 연휴는 아닌데다 잠에 취해 버리면 시간은 시간대로, 후유증은 더 깊어질수 밖에 없다. 그리 어렵지 않게 도착한 텅빈 호수공원엔 불빛만 가득하다.상영관이 있는 쇼핑몰은 미어 터져 주차장 출입구는 차들이 기나긴 줄을 서 있었던 것과 상반되게 외곽에 있는 공원들은 한결 같이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수준이었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