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61

금요일 밤 산책_20150424

봄이 되면 밤에 싸돌아 댕기는 사람이 나 뿐인지 알았건만 의외로 군데군데서 나랑 비슷하게 밤산책 나온 사람들이 몇몇 된다. 일단 모기 시끼들이 없을때 많이 다녀야 되고 요맘때 되면 이제 슬슬 낮에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는데 밤엔 가만히 있으면 서늘한데 도보를 이용하다 보면 그 서늘함에서 적당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어 조~타.모처럼 반석산에도 올라가 보고 동탄 외곽으로도 좀 다녀볼 요량으로 카메라를 작은 삼각대에 끼워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엔 쉴 새 없이 연주하는 스피커 음악을 든 채 정처 없이 다녔다. 사진 찍으려는데 학생 몇 명의 무리가 자전거 타고 가다 그 중 한 명이 내 앞에서 자빠져 한동안 이렇게 앉아 있다.걍 인증샷으로 한 컷. 노작마을로 넘어가는 육교가 마치 외계인처럼 보인다.팔을 쭉 뻗..

햇살이 없는 봄도 아름답다_20150410

봄이 오는 소식은 집이 아니라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다. 어느 활동하기 좋은 주말의 비교적 늦은 밤에 카메라만 동여 메곤 만나고 싶은 봄을 사진으로 담는 설레임은 몽환적인 휴일의 단잠과도 같기에 소소한 봄의 산책을 해본다. 겨우내 단조로웠던 옷가지를 여러가지 빛깔로 물들인 옷으로 갈아 입는 봄을 흉내라도 내듯 연신 다른 빛깔의 색동옷으로 분주히 갈아 입으며 마치 새옷처럼 단장을 한다. 봄이 가진 특기 중 하나가 바로 싹을 틔운 나무의 태생하는 녹색에 새벽 이슬처럼 싱그러움과 아이처럼 수줍은 미소를 불어 넣어 불빛에 굴절되면 경직되어 있던 시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갈증에 갈구하는 봄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언제나 봐도 지상의 녹색이란 단어 중 가장 아름답고 따스하고 정감 있는 녹색은 이맘때 서서히 태동..

강변 터미널에서_20141017

강원도 사북으로 떠나기 전, 동서울터미널에서 미리 예약한 차를 기다리며 담배 한 모금을 마시던 중 석양이 지는 잠실 방면을 아이폰으로 담아 봤다. 퇴근 시간을 지나 빠듯하게 재촉해서 왔건만 생각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한강 방면으로 바라 보니 땅거미와 불 켜진 가로등이 가을 여행의 설렘을 생각나게 한다. 아직도 그 당시의 설레임이 그 자리에 있을려나?

20140517_주말 밤 풍경들

평소 걷기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던 얇팍한 생각이 지난번 금호강 자전거 라이딩 때 저질체력이 드러나면서 나름 충격을 먹곤 틈틈히 걷는 운동을 해야 겠다는 다짐이 들더라. 직장 생활 중에선 규칙적인 시간을 할애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조금이라도 자주 걷기를 하지만 불쑥 찾아드는 귀차니즘은 극복하기 힘든고로 주말이나 시간이 편안한 시간에 카메라를 메고 동네라도 돌아다니기로 했다.그게 의외로 많은 양의 운동도 되고 덜 지치는데다 사진 찍는다고 요리조리 왔다리갔다리 하다 보면 꽤 많이 걷게 되어 있단다.그래서 칼 뽑은 김에 무우라도 잘라 버릴 심산으로 낮에 잠시 걷는 동안 받았던 삘을 그대로 이어가자꾸나. 해가 지고 땅거미도 질 무렵 집에서 나섰으니 이른 시간은 아니겠다.동탄의 야경은 그리 이채롭지는 못한 게-..

20140510_아카시아향 짙던 날

지난 주 토욜 초저녁 무렵에 반석산 초입에서 부터 동탄 복합문화센터와 여기저기를 찍으며 다닌 사진들인데 카메라 성능도 조코~ 찍사도 참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퍽@-@ 그래. 전적으로 티워니 실력에 많이 의존한 사진들을 올려 봄이다.참고로 귀차니즘+뽀샵에 대한 무지로 인하야 전부 무보정 사진. 커피빈에서 아메리까~노 한 사발 들고 반석산 초입으로 가는 동안 내 옆을 놓치지 않고 따라 붙은 친구는 다름 아닌 매캐할 만큼 진하디 진한 아카시아 향이었다.커피향은 입에서 떼는 순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시종일관 아카시아 내음은 가시질 않는데 그 덕분인지 발길을 어디로 돌려야 겠다는 생각보단 그냥 걸어 간 곳이 반석산 초입이었다.이렇듯 아카시아 꽃이 어마어마하게 만발해 있으니 온 천지가 그 매혹적인 향..

20140510_X-T1과 망원렌즈를 선택한 이유

표준 단렌즈를 사용하게 되면 스냅용으로 아주 적합하다. 적재적소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거니와 엑백스는 특히 단렌즈이면서 고정렌즈라 최적화는 이런 거시여!를 절실히 보여 준 작품이라 하것다잉.근데 문제는 다가설 수 없는 거리의 한계가 있을 때, 가령 강 건너편이나 도로 건너편 또는 약간 떨어져 있는 강조하고픈 포커스가 있을 때엔 사진을 찍어 크롭을 하거나 포기를 하는 수 밖에 없는데 포기하고 나서 미련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경우-그렇다고 진짜 미치겠나^^;- 그런 사례가 쌓이다 보니 집착이 생기더라.집착이 생기니? 결국 질러야지.뭘?망원렌즈와 그걸 장착할 수 있는 카메라를...그래서 색감에 매료된 후지 제품의 선택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후지 제품 중 어떤 걸 고르냐가 고민이었다.X-T1과 X-E2가 마지..

창 너머 겨울

유리창에 눈이 쌓이고 그 너머 길엔 알알이 추억이 쌓여 간다.길을 따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설렘은 밝혀진 가로등 불빛 만큼 휘양찬란하겠지? 문득 어릴 적 작은 방의 쪽창 너머 세상을 살포시 덮어 가던 눈들이 세상 모든 추악함을 가리고, 춥지만 포근했던 바깥 세상 풍경의 설렘을 알송달송 옛추억을 하얀 도화지에 그리듯 흑백 영사기를 삐그덕대며 돌려서 숨겨져 있던 기억 중 한 송이를 회상케 해 준다.그립지만 형언할 수 없는 지난 날의 소중한 기억들이여!

그 겨울의 따스함, 반석산

예년보다 따스했던 이번 겨울, 지난 주말에 카메라를 동여 메고 산책 삼아 발길 닿는 대로 겨울이 녹기 시작하는 길을 밟아 보았다.물컹대면서 발을 서서히 집어 삼킬 듯한 그 질퍽한 길은 여느 길들과 달리 산처럼 사람들이 많이 부비지 않는 곳에 있을 것만 같았고 급하게 약속한 듯 반석산으로 내 발걸음은 따라 가고 있었다. 온 방바닥을 돌아 다니며 헤엄을 치다 뒤늦게 나온터라 반석산에 오를 무렵엔 서산으로 해가 바삐 넘어가는 중이었고, 발걸음을 재촉하다 뒤를 돌아 보니 해는 스모그에 가려 희미한 윤곽만 남긴 채 서쪽 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반석산 봉우리에 올라 싸락나무로 만든 빗자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이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주위 바닥에 널부러진 낙엽이며 오물들을 책임질 파수꾼이라 생각하니 그 품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