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룡포가 재조명 받은 건 삶의 진수가 녹아든 추억의 류와 다르게 억겁 동안 강이 만든 작품에 대한 감탄의 표현 중 경의에 찬 화답이었다.
주변에 발달한 평야의 가운데 우뚝선 작은 산에서 회룡포만큼 포근한 지형에 기대어 종교적 염원을 쌓아 올린 건 인류의 원초적인 방법인데 종교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는 나로선 비교적 빈번한 종교인의 거룩을 가장한 타락이 아니라면 이런 자리에 불명확한 미래의 공포와 안도를 넋두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멋진 회룡포의 자태를 더욱 경건하게 하는 건 인간에게 대하는 인간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때마침 찾은 날은 무거운 적막이 아름다운 침묵으로 인지되기에 충분했다.
회룡포를 전망할 수 있는 회룡대로 가는 길에 산책할 심산으로 멀찍이 차를 두고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무척 적막하고 아담한 장안사가 있었다.
장안사로 오는 동안에는 생각보다 인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남산처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지 대부분 커플들이었다.
장안사를 지나 회룡대 방향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안사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여기서부터 회룡포의 민낯을 볼 수 있기도 했다.
어느 누군가의 그립고 한적한 고향에 대한 옛 추억을 감싼 강과 산이 포근함으로 증폭시킨 회룡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정취의 이면에 애환의 상형문자도 새겨져 있었다.
그 각별함이 얼마나 애환의 고증이었기에 강도 집착을 온몸으로 그려냈을까?
앞만 보고 달리는 문명이 잠시 외면한 사이 믿음에 점착된 서식을 도려내고 직선의 불편함과 타협한 은유의 화폭을 당당하게 내민 이 자리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귓전의 향그로움을 일깨워주는 조화의 조각이었다.
비록 뿌연 대기가 진솔한 모습에 질투할지언정 본질은 왜곡될 수 없는 만큼 다분히 부럽던 천리안의 시선도 시기할 겨를 없었다.
회룡대에 오르면 회룡포의 가장 진솔한 면모를 보여주는 전망대에서 시선의 줌이 작동했다.
예전에 하트란 말이 있었던가?
지자체의 노력으로 문명과 타협점이 바로 이런 결과물인가 보다.
또한 커플들이 꾸준하게 찾는 이유를 드뎌 알게 됐다.
미세먼지 주의보에 따라 대기가 전반적으로 흐려 또렷한 하트는 볼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인지하기엔 충분했다.
막상 저 자리에 선다면 하트가 연상되지 않는 만큼 때론 거리를 두고 유추할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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