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걷기 좋은 비룡산 봉수대 능선_20220126

사려울 2023. 2. 12. 01:28

회룡대와 연결된 산능선은 걷기 좋은 평탄한 언덕길과 같아서 거리는 짧았지만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비교적 포근한 겨울을 음미했다.
무릇 강이란 바다를 향해 내달리며 그 어떤 장애물도 깎고 다듬어 물길을 내리라 여겼건만 내성천은 나지막한 산을 뛰어넘지 않고 옆길 크게 돌아 지나간 뒤 더 큰 물길인 낙동강과 합류한다.
작은 산이라 업신 여기지 않고, 마치 회룡포를 지킨 크나큰 포용으로 이 또한 지켜주고자 함이었을까?
그렇다면 강이 바위를 뚫고 산을 깎아 길을 낸 게 아니라 산이 물결을 위해 작은 길을 내어준, 오롯이 어울림에 익숙한 자연의 섭리며, 문명의 이기에 대한 일침이 아닐까?

 

고립을 넘어선 회룡포_20210306

조만간 만나야 될 낙동강이 그토록 설레고 그리웠던지 흐르던 강도 잠시 주춤하여 어눌한 듯 발걸음도 굽이치어 오히려 그 자취는 휘몰아치는 붓끝처럼 육지 속에 아름다운 섬을 만들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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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대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지나지 않은 비룡산 정상의 봉수대 흔적은 2000년에 복원해 놓았단다.

비룡산 정상은 봉수대 외엔 별달리 조망 포인트가 없고, 산능선 길이 걷기 좋은 외길이라 계속 걸어 용포대까지 가기로 했다.

비룡산 정상인 봉수대에서 외길을 걸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잠시 갈등했다.

원산성으로 갈까? 아님 원래 다짐대로 용포대로 갈까?

하지만 능선길이 마음에 들어 원래 계획대로 용포대로 향했다.

용포대에 도착하면 다른 각도에서의 회룡포를 볼 수 있었다.

회룡대에서 시선은 회룡포에 묶였다면 용포대에서는 일대 산능선의 유연한 곡선에 시선을 빼앗겼다.

비교적 오래 조성된 흔적은 있지만 산능선의 일부치곤 너른 용포대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왔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여 돌아가기로 했다.

비룡산 봉수대와 용포대를 연결하는 능선길은 대부분 이렇게 걷기 좋은 길로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가공을 거의 하지 않은 평탄한 공원길 같았는데 차라리 이 길을 매끈하게 포장했다면 오지 않았을 터.

결론은 이 길을 따라 걷기 잘했다~

비룡산을 지나 장안사를 거쳐 주차 장소로 천천히 걷는데 오를 때와 달리 꾸준한 내리막이라 이제는 힘이 거의 들지 않았다.

장안사를 지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회룡대를 가기 위한 첫 주차장이 있고, 거기에 조금은 오래된 공중 화장실도 있었다.

만약 다음에 다시 온다면 주중엔 장안사까지 오른 뒤 주차했겠지만 처음의 생경한 기분을 헤치고 싶지 않아 후회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써 작년 초봄에 다짐했던 회룡대 여정을 끝내고 곧장 삼강나루 방면 낙동강의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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