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절벽길의 치명적인 경이로움에 신중한 발걸음과 달리 가슴은 헤아릴 방법이 없다.
얼굴 내밀기 시작한 봄꽃은 지나는 길에 한숨이 되어주고,
절벽 아래 또 다른 세상은 인색하던 감탄의 장작을 기꺼이 내어준다.
걷는 길이 신중한 건 발 밑에 도사린 위험 때문이기도 하고,
좁은 길가 무심히 팔 뻗은 자연의 깊은 울림 때문이기도 하다.
돌 하나, 스치는 바람조차 생명의 심박 소리로 꺼져가던 무미한 시선이 번뜩이고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이 시간이 느려지길 애원하며, 그래서 청명하던 대기로 시작해 턱 밑 깊은 숨소리조차 감사에 눈물겹다.
하늘벽 구름다리는 정선군 신동읍에 위치하며, 덕천리 제장마을에서 연포마을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기암절벽과 절벽 사이에 놓인 유리다리다. 높이는 105m, 길이 13m, 폭이 1.8m, 두께 3cm로 방탄유리로 설치된 기암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발밑에는 정선 동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2009년 정선군에서 생태 녹색 관광 자원개발 사업의 목적으로 설치하여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출처] 정선군청_하늘벽 구름다리
전망대에서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하며 지난 기억을 다시금 리마인드해 잠시 망각했던 길에 대한 세세한 기억들을 불러왔고, 지워졌을 거라 여겼던 길섶 풍경들이 되살아나 모여들고 있었다.
매년 봄마다 이 길을 꼭 찾겠다는 의지와 달리 2021년엔 기습적인 폭설로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건너뛴 시간의 간극과 달리 절절한 기억은 퇴색되지 않았고, 그런 현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전망대 옆으로 이어진 뼝대길은 접근금지 비닐 바리케이드가 둘러처져 있었는데 별로 중요한 사안이 아닌지 비닐 장력은 늘어져 땅에 축 처져 있었고, 뼝대 방면 또한 가느다란 로프가 안전 지지대 역할을 했음에도 거의 제 기능을 상실한 채 탈색된 상태였다.
그 뼝대길이 아니면 전망대에서 다시 오르막길로 올라 하늘벽 구름다리로 가야 되는데 그게 여간 번거롭고 귀찮은 게 아니었다.
뼝대길에 합류하자 길 위에서 동강과 칼날 같은 절벽을 마주했다.
앞서 전망대는 매크로한 절경을, 지금부터는 마이크로한 절경을 정독하면서 나아가게 되는데 멀리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가 보였다.
뼝대 위에서 허공을 향해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 자태를 보면서 뼝대길을 비로소 체감하게 되었다.
길을 걸으며 행여나 하는 마음에 뼝대-여기선 절벽이란 단어 대신 뼝대라는 방언을 써야 될 것 같다- 아래를 조심스럽게 살피자 바람에 나부끼는 동강 할미꽃이 반가운 손짓을 했다.
동강 할미꽃은 꽃봉오리를 틔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특유의 단단한 꽃의 형태를 유지하고 아직은 활짝 필 여지만 남겨뒀다.
칠족령을 탄생시킨 공로자, 제장 마을이 탁 트인 시야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동강에 온 이래 처음 맞이한 청명한 대기가 더해져 이렇게 닭살 돋은 적이 없었는데 장대한 자연의 장엄한 서사시를 감상하며 내딛는 발끝은 짜릿한 희열의 울림이 전달되어 그간 여정의 피로는 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뼝대에서 허공을 향해 손 뻗은 소나무들의 연이은 행렬 따라 천천히 내리막길로 걸었다.
가던 길에 늘 쉬어가는 작은 땅과 그늘, 절경을 함께 내어주던 소나무.
지날 때 습관처럼 늘 그랬다.
"선배님, 잘 지내셨죠?"
제장마을과 연포마을 사이 바새마을?
절경의 한가운데 그림 같은 마을 또한 여전했다.
급한 내리막길 첫 번째는 바위 계단 같은 길이고, 두 번째는 이처럼 만만하지 않은데 뼝대가 바로 옆이라 역치가 높아져 지나고 나서 이렇게 뒤돌아 보면 그제서야 아찔 했다.
아찔한 두 번째 급한 내리막을 지나 뼝대 방향으로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한 공간이 보였고, 길을 벗어나 거기로 가서 진행할 방향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시각의 절경을 선사해 줬다.
마치 현실적인 뼝대에 대한 시선이랄까?
참으로 미려하고 장엄한 절경이 아닐 수 없어 잇따른 감탄사를 뱉었다.
뿌듯한 내리막을 지나 다시 오르막 구간으로 진입하여 자칫 헷갈리는 길을 거쳐 드뎌 첫 번째 로프 구간에 도착했다.
로프가 끝나는 지점까지 그리 급경사는 아니지만 길이 젖어있거나 미끄럽고 좁아 위험할 여지가 있어 로프를 설치한 게 아닌가 싶었다.
처음 이 길을 지날 때 아직은 늦겨울이라 장갑을 끼긴 했지만 그 이후로 날이 포근하더라도 장갑이 필수인 길로 여겨졌다.
두 번째 로프 구간은 칼날 같은 뼝대를 잊고 그 아래 호기심으로 인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만든 안전 가드와 같은 역할 같았다.
마지막 로프 구간은 정말 로프가 꼭 필요한 구간이었다.
하루 대부분 햇살이 들지 않아 날이 풀릴 시기에 동토가 녹으면서 축축해서 미끄러운 데다 짧게나마 급경사 구간이라 가장 위험해 보였다.
특히나 비나 눈이 내린 뒤엔 더 위험했다.
벌써 3월 중순이 지날 무렵인데 일찍 찾아오는 생강꽃망울조차 늑장일만큼 올 봄소식은 지각이었다.
아찔한 뼝대 바위에 매달려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는 이 길에서 흔한 풍경 중 하나.
그중에서 이 소나무는 가장 아찔하고 가장 컸다.
칼바위 능선이자 뼝대며 길까지 구겨 넣은 구간으로 이 형세 또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참을 걸어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또한 옆으로 자라는 빼어난 자태의 소나무.
반갑다, 하늘벽 구름다리.
다리에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올 때 전망대에서 하늘벽 구름다리를 당겨본 것처럼 도착하여 전망대를 당겨봤다.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회는 이 순간, 그리고 떠나는 순간에도 희석되거나 흩어지지 않았다.
추임새는 평범한데 다리 위에 펼쳐진 세상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절대 식상해지지 않을, 그래서 다리 위 세상은 속세의 건조한 장면을 잊게 해 줄 만큼 그리운 요소와 함께 내면의 감동도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리에 도착하자마자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백팩을 벗어놓고 한층 가벼워진 걸음으로 뭐가 그리 바쁜지 온통 살펴보느라 여념 없었다.
다만 음악의 볼륨은 살짝 더 올려 감각까지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구름다리 위에서 뼝대를 바라보면 자연의 절경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중적으로 공포 위에 살짝 올려놓은 다리는 그 너머 경이로움을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어떤 예기로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의 정교하고 장엄한 작품에 대한 시선을 일깨워줬다.
대기가 청명하다는 건 정해진 시력에 천리안 능력을 준 거나 진배없어 멀리 산자락에 동강 휴양림이나 고성산성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초월적인 착각도 솟아났다.
구름다리 한 쪽 아래는 천길 뼝대 아래 동강이, 다른 한 쪽 아래는 원래 하나였던 바위 절벽이 갈라지는 틈이 보였다.
구름다리의 청색이 유독 깔끔한 이유는 꽤 오래된 다리라 얼마 전 도색을 했기 때문이고, 증거로 그 페인트가 흙에 몇 방울 떨어져 있었다.
구름다리와 마찬가지로 블루만 표현하는 기능을 작동시켰는데 멀리 소나무의 녹음도 표현된 걸 보면 기기도 소나무를 빼놓고 싶지 않았나 보다.
종종 사용하는 기능.
대비가 극대화되고 질감이 무척 강하게 표현되었다.
특히나 청명한 대기를 잘 표현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멀리 동강휴양림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일 만큼 청명하던 날이었다.
구름다리 아래 유유히 바다로 달려가는 동강.
감상에 젖는 사이 시간은 30분을 훌쩍 흘러 버렸고 아직은 그 장면을 가슴에 각인하기 충분하지 않지만 아쉬움도 하나의 요소임을 잘 알기에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돌아설 무렵에 한 분이 지나가시길래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여기 사시는 분인지 여쭙자 정선읍과 가까운 곳에 사신단다.
구름다리를 지나 전경은 어떤지 여쭈어 봤는데 전망대~구름다리가 가장 빼어나고, 그 이후 연포마을까지는 여기만큼 아니라고 하셔서 감사의 작별 인사를 건네 드리고 되돌아섰다.
돌아가는 길에 칼날 같은 능선 옆으로 길은 뼝대와 반대편으로 우회하게 되는데 여기 또한 경사도는 장난 아니라 발밑에 강이 보일 정도였다.
헛디딜 경우 바로 동강까지 갈 수 있는 각인데 다행히 나무가 우거져 어딘가 걸려 조금은 안심이 될 수 있겠다.
가장 저점에서 길은 살짝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뼝대 방향으로 가는 희미한 곁길로 가다 보니 막다른 뼝대가 나와 순간 당황했고, 다시 돌아와 가려던 길로 합류했다.
막다른 뼝대에서 전망대는 우뚝 선 바위 절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저 뾰족한 바위 또한 당황하지 않았다면 멋진 자태였을 터.
제대로 된 길에 접어들어 안도하며 어느 정도 걷다 보니 백룡동굴로 가는 잔도가 보였다.
마치 산허리에 기어가는 뱀 같았는데 저 방면도 꽤나 멋지지만 우거진 나무 가지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다.
저점에서 전망대를 지나 돌탑까지는 줄곧 오르막인데 구름다리로 갈 때와 마찬가지로 이 길을 접하는 순간 겁도 없이 이 길을 지났을까 싶을 만큼 가파른 곳이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경사도지만 당시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끝으로 소나무 형님께 인사드리듯 뼝대의 절경에도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드렸다.
전망대와 구름다리 사이 가장 가파른 지점으로 바위 계단과 옆으로 우회하는 두 가지 길 중 늘 바위 계단으로 내려가고 올라갔다.
아마도 아찔한 뼝대로 인해 신경이 무뎌져 이 정도는 겁이 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전망대 인근에 도착, 엉터리 이정표가 0.9km에서 1km로 수정되고, 낡은 나무와 컬러도 말끔하게 고쳐졌다.
실제 1km 넘을 것 같은데??
칠족령과 구름다리로 이어진 길 중 여기가 가장 높은 고도가 아닐까 싶다.
이 지점에서 전망대와 구름다리까지 내리막길이고 문희마을에서 여기까지 거의 오르막이 지속된다.
쨌든 이 모퉁이를 돌면 두 갈래 길 모두 낙엽이 두텁게 쌓여 있어 자칫 헛디딜 수 있다는 기억까지 생경하게 살아나 아직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문희마을과 백운산 갈림길로 백운산 방면 조금만 더 오르면 능선에 나리소와 바리소 쪽의 멋진 절경도 숨 쉬고 있다는 걸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구불구불 선명한 길은 그나마 여기선 가장 안전한 구간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조금 더 힘내자.
산성의 유래가 있는 표지목이 있고 돌탑 사이로 길이 나 있는 이곳은 오를 때 잠시 앉아 편하게 사행 중인 동강을 관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시간이 꽤 지나 정각 18시, 낮이 많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산촌의 시계는 어김없이 이른 밤이 찾아와 마음은 조급하지 않지만 걸음을 늦추거나 멈출 수 없었다.
또한 종일 흐리던 하늘이 그 무게를 힘겹게 참은 듯 이따금 빗방울을 떨어뜨렸고, 가슴의 유희를 채운 만큼 숙소의 따스한 정취 또한 그리워 침착하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하산을 하며 하루의 뿌듯한 기억을 추억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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