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절경 앞 키다리아저씨, 병방산_20220318

사려울 2023. 2. 21. 19:13

공백과 같은 스카이워크에 올라 크게 휘몰아치는 동강의 모습에 반했다.
태풍급 바람으로 짚와이어는 멈춰 버렸고, 간헐적으로 얼굴 간지럽히던 빗방울은 강풍의 위세에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봉우리가 하얗게 변한 병방산과 그 발치에 번뜩이는 동강의 조화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마치 무언가 소중한 소품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자연이 찍은 점을 놓치지 않고 시선에 담았다.

 

 

숙소에서 출발하여 정선읍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곧장 병방치로 내달았다.

새벽에 내린 눈발로 지난번처럼 진입로에 길이 미끄러워 슬립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도로는 크게 미끄럽지 않아 오르기엔 수월했다.

1년 전인 21년 3월 초에는 병방산으로 가던 중 당일 아침까지 내린 폭설로 인해 거듭된 슬립으로 병방산 초입 오르막길에서 차를 돌렸었던 기억에 비추어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도로 컨디션은 좋았고, 주차장에 도착하자 한참 뒤 젊은 한 팀이 오기 전까지 줄곧 혼자 있었다.

병방산 스카이워크는 유료로 운영되어 우선 스카이워크 입구 우측 오르막 데크길로 올랐고, 그 데크길 따라 전망대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이 경관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강산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동강의 자태란 그저 감탄사로 표현하는 수밖에.

병방산은 파크로쉬 백석봉처럼 아침까지 내린 눈으로 봉우리 부근까지 겨울 옷을 입은 채 멋진 위용을 뽐냈다.

거대한 절경이 펼쳐진 데크 전망대에서 내려와 스카이워크로 가자 매표소에 아무도 없었다.

하는 수없이 스카이워크로 가자 친구 간으로 보이는 젊은 세 사람이 스카이워크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정선 분들인지 묻자 타 지역에서 왔는데 문득 정선으로 가자는 말에 의기투합해서 왔단다.

아무도 없던 병방치에서 인적이 반가운 데다 그분들 인상이 워낙 선해 보여 덩달아 기분이 따스해졌다.

스카이워크는 유료로 알고 있는데 매표소에 사람이 없어 어떻게 발권했는지 묻자 지금 매표소에 사람이 있긴 한데 굳이 매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고 했지만 다시 매표소로 돌아가 발권한 뒤 다시 들어와 스카이워크 아래 절경들을 충분히 감상했다.

 

 

데크 전망대에서 보이는 동강이 온전히 다 보이는데 반해 스카이워크에서는 아랫부분이 살짝 가려 높은 고도에서 즐기는 짜릿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굳이 유료로 이 자리에 오지 않아도 되겠다.

스카이워크 옆은 천길 낭떠러지로 도저히 사람이 지날 수 없는 경사도라 보고 있어도 아찔했다.

이 절경에 심취해 있는 동안 잠깐 마주쳤던 청년들은 자리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는데 그들이 내쉬던 웃음소리의 여운은 비교적 긴 잔향의 메아리로 들렸다.

잠깐의 대화였지만 재미난 분들이었다.

스카이워크 규모는 쾌 협소하여 병방산과 동강의 절경에 만족해야만 했다.

스카이워크를 벗어나 바로 옆으로 가자 한켠에 눈을 뭉쳐놓았다.

1년 전에 왔을 때는 폭설로 병방산 초입에서 슬립으로 차를 돌려야 했었는데 이번엔 다행히 큰 눈이 내리지 않은 데다 그리 추운 날씨가 아니라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이런 스카이워크가 칠족령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봤지만 거긴 그대로의 모습이 좋다는 생각에 너털웃음과 함께 다음 여정인 동강길로 출발했다.

멀리 장벽처럼 펼쳐진 산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전날에 이어 청명한 대기가 여정의 마지막 날에도 거대한 선물인 양 마주하고 있었고, 깊고 크나큰 산을 가르며 바다로 달리는 동강 굽이길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득한 설렘을 감출 수 없을 만큼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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