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이색적인 풍광을 간직한 동강로 따라_20220318

사려울 2023. 2. 21. 19:15

병방산 전망대에서 내려와 솔치재를 지난 뒤 동강 따라 멋진 도로를 달렸다.

'동강로'로 표기된 이 길은 마치 태생부터 동강과 함께 나고 자란 것처럼 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전날 칠족령으로 가는 길에 이용한 '평창동강로'와 공유될 수 없는 묘한 차이가 느껴졌고, 이번 여정의 끝은 바로 동강로를 따라 나리소와 바리소, 고성산성을 지나 38번 국도에 합류하여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었다.

일기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높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데다 미세 먼지가 적은 청정 대기로 인해 활동하기도, 사진에 담기도 안성맞춤이라 여정의 끝에서 늘 겪게 되는 아쉬운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때마침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어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느리게 이동하던 중 길 한가운데 특색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찼다.

워낙 선명하게 각인되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동강길의 매력은 더할 나위 없었고, 그 길에서 만난 멋진 나무들의 어울림은 동강길의 매력에 풍미를 한껏 극대화 시켜주는 장인의 손길이 되었다. 

길 한가운데 보호수 뿐만 아니라 바로 옆 소나무의 자태 또한 견줄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마을의 큰 어르신은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초입에 자리를 잡았는데 하늘 허공의 촘촘한 혈관 같았다.

다시 가던 길을 재촉, 도로는 도중에 공사로 인해 비포장된 우회길로 들어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선이 없는 포장된 길로 이내 접어들었고, 한참을 달려 인가가 끝날 무렵 도로가 절벽에 겨울 잔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얼마나 여기를 떠나기 싫었으면, 또 얼마나 놓아주기 싫었으면 늑장을 부릴까?

그리 매끈한 도로는 아니지만 이 길로 인해 이런 오지를 편하게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길의 존재가 새삼 고마웠고, 이 길로 달릴수록 주변 풍광은 점점 원시적인 형태의 자연을 보여줬다.

조금 더 달리면 나리소와 바리소가 나오니까 쉼 없이 천천히 길 따라 미끄러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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