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짙푸른 수평선을 걷다, 삼사해상산책로_20220316

사려울 2023. 2. 21. 08:53

기억은 망각과 추억의 기로에서 시간의 조언에 따라 그 갈림길을 선택한다.
추억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특정 기억의 형상화를 통해 채도를 올리게 되는데 바다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
형체가 없는 바다는 전체를 아울러 그 자리에 섰을 때 감회가 입혀지고 각색과 착색의 담금질과정을 거쳐 온전히 인생의 퇴적물이 된다.
이튿날 7번 국도를 질주하기 시작할 무렵 이정표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길에 이끌려 바다의 작은 음악회를 감상한다.

별 기대 없이 들렀다 심플한 내부와 바다를 향한 통유리창에 꽤 만족했던 콘도미니엄.

떠나는 길에 뒤돌아 만족을 표했다.

영화 '가을로'에 노출된 곳이기도 했다.

요즘 하나둘 생기는 바다 산책로가 여긴 진작에 들어섰는지 최근 작품은 아닌 것 같았다.

지나는 길에 들렀는데 이 바닷길을 걷노라면 마치 바다에 잠시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많은 갈매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해상산책로를 천천히 유영했다.

갈매기를 가까이 쳐다보면 순백에 빨간 립스틱 바른 부리를 달고 날개 끝은 짙은 회색을 띠고 있는데 날개를 접고 있으면 그 끝이 꼬리가 되어 뒤꽁무니가 까매진다.

작은 암초에 작은 파도가 쉴 새 없이 부딪혔다.

특히나 파랗고 짙은 동해바다에 수평선은 더욱 깊은 파랑의 심연을 칠해 놓았다.

잠시 들렀지만 생각은 그 깊은 파랑에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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