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곳이 간이역이다.
곡선과 느린 열차, 공허함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꽃다발이 되고, 강렬한 향수가 된다.
과거엔 설렘을 약속했지만 이제는 잊혀짐을 약속하는 곳, 정선으로 가는 길에 졸고 있는 간이역을 찾아 잠시 그 향취에 시간을 표류했다.
더불어 이름까지 아름다운 간이역을 되뇌어 여정에 뿌려진 향취를 선물 받았다.
별어곡-선평-정선-아우라지-나전-구절...
울진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길에 들른 태백은 내 여정에 있어 길목과 같은 곳이었다.
커피 한 잔, 올리브영에 들러 스킨 하나를 하고, 저녁 식사와 쉼표를 제공해 준 곳으로 차를 세워둔 곳에 황지연못에서 흐르는 작은 도심 하천을 감상한 뒤 조바심을 버리고 정선으로 출발했다.
별어곡역은 민둥산역과 선평역 사이에 위치한 정선선의 첫 번째 역이다. 1967년 1월 20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1966년 단층 슬라브 형식으로 지어진 역사로 다른 정선선의 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산업화에 큰 역할을 수행했지만 석탄합리화 정책과 이촌향도 현상으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역무원조차 없는 쓸쓸한 간이역이 되었다. 마을 최초로 벽돌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 그러나 결국 그렇게 잊혀가던 역사는 2009년 정선아리랑 열차의 개통과 함께 억새전시관으로 새롭게 꾸며져 지역의 특성을 담은 상징으로 거듭났다. 정선아리랑 열차의 길이보다도 짧은 승강장 길이와 소박한 간이역의 구조는 그대로지만 하얀색 시멘트 외벽이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적벽돌 외벽으로 꾸며져 가을빛 가득한 억새의 역사가 되었다.
[출처] 별어곡역_나무위키
별어곡역은 증산 지나 첫 번째 간이역으로 폐역임에도 마음 속에서 만큼은 굳이 간이역이라 남겨두고 싶었다.
별어곡역을 스치듯 지나 문득 가는 길옆 선평역이 궁금했다.
꽤 오래전에 영상포엠 간이역이란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그 여운이 워낙 강렬했던 탓도 있고, 잊혀져가는 한국 간이역의 아름다운 이름의 근원도 궁금했었다.
선평역명의 유래 - 선평역은 인근 선평마을에서 유래한 역명으로 선평(仙坪)이라는 지명은 맑은 샘물이 마을 한가운데서 솟아나 경치가 좋아 신선들이 모여 놀던 곳이라는 것이란 뜻의 선들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로 선평길에 위치해 있어 선평역이라는 역이름을 갖게 되었다.
[출처] 선평역_나무위키
한 차례 들리던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역에서 멀어지는 열차 경적 같았다.
그 뒤 이내 적막만 감돌았다.
선평역 앞 광장에서 이제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 선평의 시간도 들었다.
간이역을 느낌 있게 표현한 것으로 선평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선평역으로 계단을 오르기 전 우측에 포토존이 선평역을 찾는 이들에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선평역을 떠나야만 했다.
그나마 그 정적을 잠재우던 발자국 소리도 사라지고 희미하게 메아리치던 폰 카메라 셔터 소리도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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