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초여름의 신록, 오산 독산성 세마대를 가다.

사려울 2013. 7. 28. 22:58

땅거미가 질 무렵, 거실에서 문득 서남쪽 방면에 희미한 실루엣의 나즈막한 산이 하나 보이고 봉우리엔 가느다란 불빛이 반짝였다.

그게 무얼까? 궁금증이 증폭되자 각종 지도와 자료를 찾아 보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답을 얻게 되었다.

그러곤 좋은 날을 골라 직접 가게 되었는데...







동탄과 오산을 굽어 보는 독산성 봉우리에 세마대.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 장군이 왜군 수만을 무찌르고 지킨 곳이란다.
왜군 정찰병이 보이는 곳을 골라 흰쌀을 가져다 말등에 끼얹어 말을 씻기는 것처럼 보이게 해 샘물이 많아 오래 버틸 것처럼 속여서 왜군을 퇴각시키게 했단다.
산봉우리에 위치한 산성의 한쪽 성벽에서 바라본 사진과 최정상에 있는 종이다.
동탄을 위시해 오산 세교신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멋진 전망을 가진 곳이 바로 독산성이다.



동탄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북동쪽 봉우리엔 이렇게 보적사란 사찰이 있다.
터가 작은 만큼 규모도 작지만 전망이 상당히 좋고 하루 종일 햇살이 내리 쬐이는 곳이라 첫 인상은 꽤나 화사했다.
사방팔방 시야가 트인 전망대다 보니 예전엔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며 성내 주민들의 작은 법당과도 같이 활용되었었나 보다.
아마도 이런 세속으로 트인 지세에서 기원을 드리면 반드시 성취되리라는 신념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법당 바로 아래 어떤 여성분이 귀엽게 생긴 불상의 볼록한 배를 계속 쓰다 듬길래 처음엔 탐스런 배를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이유인 즉슨 불상의 배에 동전을 붙이면 일반인들의 소원 성취가 가능하단 풍습이 있단다.
동전을 붙인 상태에서 절을 드리는 것이란다.
단순히 샤머니즘으로 치부하기 보단 각 나라, 지역마다의 전통적인 풍습으로 본다면 재미 있을 것 같다.












산성이 그리 크지 않아 성벽 위 둘레길을 걸어 한바퀴를 돌아 봤다.
지세가 낮다고 하더라도 산성이 있을만한 당위적인 이유일런지 성벽 아래로는 비교적 가파른 비탈이며,
둘레길 곳곳에 성벽이 트인 출입구가 있고 거기를 중심으로 워킹족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만만하게 봤던 규모인지라 단숨에 한바퀴를 돌 수 있으리란 착각에 여지 없이 뒷통수를 강타당하듯 온몸에 땀 범벅이 되더라.
명색이 산성이라 둘레길이 꾸불꾸불하고 고도가 들쭉날쭉이라 만만한 거리와 지세가 아니었다.
그저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둘러 본다면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닌데 만만하게 봤던 것이 화근이었다.


보적사까지 돌아 올 무렵엔 해가 비교적 기울어 있었고 여기도 개 한 마리가 더위에 뻗어 있었다.
여느 개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지나가도 본 채 만 채하며 제 낮잠에만 하염 없이 몰두 중이다.
이 사찰 아래엔 작긴 하지만 10여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밑에도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주차장과 그 주차장을 기점으로 독산성 언저리를 돌 수 있는 곳곳에 둘레길과 삼림욕장이 있어 도심에서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휴식처로 가까운 지인들께 추천해 드릴만 했다.
삼림욕장 곳곳엔 유격훈련장의 흔적이 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일까? 살짝만 만져도 바스러지는 밧줄들이 많다.
사방으로 트인 지세 때문에 근래까지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듯.
두 번째 방문인데 사실 여긴 사진에 담아 둘 수 있는 곳도, 보여 드릴 곳도 많다.
작은 산이지만 거미줄처럼 숨어서 뻗어 있는 오솔길도 많고 잠깐 땀을 식힐 수 있는 벤치나 평상이 있어 가족 단위로 하루 정도 쉴 수 있는 곳도 많다.
동탄, 병점, 오산에 둘러 쌓여 있으면서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찍혀 있지 않은 비교적 가공되지 않은 독산성의 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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