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세월을 돌릴 수 없는 흔적들

사려울 2013. 8. 4. 19:54



80년대까지 화려한 치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자태는 이제 퇴색되고 벗겨져 버렸다.
바로 옆에 현대식으로 축조된 다리의 위세에 눌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세월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예전엔 구름다리의 노출된 철제와 줄을 초롱불 같은 수 많은 전구로 치장했었는데 결국은 그 전구들도 하나 둘 꺼져 버렸고 이제 더 이상 전구의 생명에 관심과 관리라는 과거의 잣대마저 떠나버렸다.



세월의 파도에 이제 추억과 기억만 남아 있고 언젠가 그 기억과 추억도 바람에 서서히 쓸려 가겠지.
하얀 보드에 정갈히 써 놓은 글씨와는 달리 부식되어 가는 흰바탕의 검버섯들과 굳게 닫혀 있는 철문으로 인해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만 한 때는 화려했음을 넋두리하는 마지막 안간힘 뿐...



원래 있던 자연이 만들어 놓은 강변 유원지의 넓직한 자리는 사람들이 편리한 대로 살짝 손길을 주었고, 그 덕분에 그 명맥을 유지하지만 처음부터 작위적으로 걸쳐 놓은 다리는 그 운명의 끝을 암시하고 있다.
한 편으론 씁쓸하지만 자연을 뛰어 넘을 것 같던 사람의 능력에 대한 해답은 결국 시간이 답을 말해 줄 뿐 임을 은유한다.




또 다른 강변의 한 켠.

막 유원지가 조성될 70년대 흑백사진을 떠올려 보면 그 당시 유일한 숙소가 바로 온천장이었단다.

난 물론 그 정도 세월을 안 았다던가 기억을 반추할만한 배경도 없지만...

강뚝 너머에 홀로 자리를 지키던 온천장도 세월을 비켜 갈 순 없었다.

봄에 신록이 찾아들 무렵 강에서 바라 보는 온천장은 여관이라는 간판만 없으면 영락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처럼 보인다.

그만큼 자리도, 주위 조경들과 어우러진 조화로움도 멋진데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에 나이테가 뚜렸히 느껴지거니와 강 아래에서 보던 환상도 아침에 안개 걷히듯 사라져 버린다.

대신 그 주위엔 적절한 조명으로 적절한 조경을 꾸민 다른 현대식 숙소들이 몇몇 보인다.

강변의 세대 교체라지만 퇴장하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하염없이 쳐저 있고 쓸쓸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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