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카메라 바디 교체_20191101

사려울 2019. 11. 29. 22:33

기존 티워니도 나름 잘 사용하고 있는데다 실력은 제자리 걸음이라 카메라 기변은 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 이번 아이폰11이 출시 되었고, 기존 10에 비해 구매할 만한 매력을 못 느껴 이참에 계속 쓰자 싶어 세이브 되는 금액이 대략 150여만원이라 그걸로 5년이 지난 카메라 기변까지 관심의 촉수가 뻗쳤다.

2년 약정이라면 단말기 가격이 세이브 되는 건 맞는데 기존 가입자도 같은 금액만큼 세이브 되니까 결국 온전히 단말기 한 대 값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되는 논리는 맞고, 그게 150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를 따졌을 때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엔 근래 들어 낙폭이 큰 H1-세로그립 킷이 150만원 정도-을 입질 했지만 후지에서 가장 처음 적용된 카메라 내장 손떨방이라 그런지 크기가 확연히 컸다.

여행 다니면서 기록 위주로 카메라를 활용하다 보니 티워니 조차 무게와 부피가 좀 크다 싶었는데 렌즈는 어쩔 수 없는 고로 카메라만 이라도 좀 다이어트를 해보자는 심정에 H1은 선뜻 손이 가질 않았고, 작년 상반기 출시된 제품이라 2년에 한 번씩 라인업이 업그레이드 되는 터라-온전히 내 논리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제품이 출시되는 마당에 구형이란 점도 선택에 혼선을 줬다.

작년 하반기에 출시된 나름 가장 신제품 라인업 T3은 그래서 이번 구매에 가장 관심이 생겼고, 고르기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티워니도 부담스러운데 티삼은 출중해진 성능이 그리 구미를 당기지 않았다.

거기에 H1을 의식해서 그런지-후지는 손떨방 장치로 부피가 불가피 커졌다고 하지만- 손떨방이 빠져 있고 세로그립을 장착했을 경우 온전한 고화질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단다.

물론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할 일은 아직 드물어 아이폰 가격을 뛰어 넘는 티삼을 고르지 않는 핑계로 이 항목을 넣었다.

그러던 중 티삼과 거의 동급 성능에 사이즈, 무게, 가격을 줄인 T30을 보게 되었고 친숙한 후지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카메라를 보듬고 싶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질러 버렸다.

그게 10월의 마지막 날에 도착, 11월 첫날에 처음 만질 수 있었다.

(20140508_새로 업어온 후지 X-T1)



티워니 라인업의 축소판이면서 상대적으로 저가형으로 나온 텐 시리즈의 외형은 티워니 라인업과 거의 동일하다.

물론 세세한 부분의 조작이 틀리긴 하지만 티워니 시리즈에서 파생된 거라 동생 격이다.

티워니를 포함, 카메라 대부분은 블랙을 사용했으니까 이번엔 실버 계열 중에서 조금 신선하거나 어색한 차콜 실버.

막상 직접 손에 잡고 째려 보자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고급스러운 첫인상에 경박해 보이거나 플라스틱 소재 같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투톤인데다 마감도 무광의 매끈한 표면 덕분에 미려해 보이기까지 했다.



티워니와 다이얼 배치와 조작 방법은 거의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은 다른데 티워니가 5년 이상 사용하면서 워낙 손에 익어서 조금만 다르다면 고스란히 불편함으로 전달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 활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익숙해지기 마련이라 그건 문제가 되지 않고, 다만 늘 사이즈가 작아지길 바라던 마음이 사그라들 정도로 각종 버튼과 다이얼의 오작동이 늘어나 버렸다.

특히 Q버튼은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드는 순간 한 번 이상은 꼭 잘못 눌러 버릴 지리적(?) 입지 선정이 탁월하다.

그래서 고수, 아니 사진 선배님들이 카메라는 어느 정도 커야 그립감이 좋아지면서 도리어 편하다는 말을 단번에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너무 빠른 터특인가?

대신 성능은 압도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버렸다.

물론 5년이면 과학 기술계에선 세상을 뒤집고 휘젓고도 흥건한 시간이지만 그간 카메라에 일자 무식처럼 살아온 내게 진보와 발전의 편리함은 작은 사이즈의 불편함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정당성이 인정되어 버렸다.

빛이 약하거나 피사체가 어두운 컬러일 때 어김 없이 초점을 잡지 못하고 버벅거리던 모습은 전혀 없고, 심지어 카메라 전원을 넣으면서 손으로 자세 잡는 찰나의 시간과 움직임에서 조차 제대로 사진을 찍어 버릴 정도.

늘어난 필름 시뮬레이션 종류는 깨알 같은 즐거움에 동영상 품질은 아주 좋아져서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고프로의 아쉬운 화질과 화각이 불만일 때 어김 없이 이 녀석이 제 역할을 해버린다.

이렇게 카메라에 관심 없던 나도 단번에 과학기술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것 보면 차기작 H2가 출시될 때 무심히 버틸 수 있을까?

급 카메라의 손떨방과 렌즈의 뽐뿌가 요동치는 순간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