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파일로 음악을 구매하다 가끔 음반을 현질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만큼은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질러 버렸다.
80년대 가창력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윤시내.
90년대 락의 붐에서 재조명된 많은 가수/그룹과 그 이면에서 제대로 된 음반만 남기고 잊혀지고 사라져 버린 버린 그룹 바람꽃.
한 시대를 풍미한 그룹 오아시스.
어릴 적 윤시내는 늘 산발 헤어스탈에 걸걸한 창법, 카메라 앞에서 거의 웃질 않아 '노래는 잘하지만 무섭고, 이해할 수 없는 패셔니스타'였다.
그래서 연말이면 방송사에서 단골처럼 시끌벅적 대던 올해의 가수 시상에 윤시내가 스팟라이트를 받는 순간 내 머리는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노래를 잘 모르는 어린 눈에 친근하고 마음씨 좋아 보이던 가수가 아닌 기괴한 가수가 대상이라... 상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해 불가였던 한 때의 시절이 지나 음악을 일상처럼 누리던 성년이 되자 어느 순간부터 외모보다 가창력을 따지게 되었다.
그러다 2014년, 무심코 튼 라디오에서 윤시내의 '고목'이 흘러나오자 또 무심코 다른 채널로 돌리려다 그냥 듣고 말았다.
뭐지?
내가 알던 윤시내는 이해 못할 가수였는데 우연히 듣게 된 고목에선 깊은 울림과 강한 여운이 남는 감동적인 가수였다.
그때부터 잊을만하면 알흠알흠 음원을 하나씩 구입해서 듣게 되었고, 가장 최근인 올봄에 여심을 듣게 되면서 음반 구매를 결심하게 되었다.
음반 구매란 건 단순히 곡을 구매하고 듣는 차원을 넘어 유형적인 음원 소유의 가장 기본적인 행태라 음원을 구입해서 듣다 걷잡을 수 없이 좋은 노래를 발견하게 되면 최후의 보루로 음반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데 단순히 한 두 곡 정도 좋은 걸 떠나 한 곡이 좋거나 가수가 마음에 들어 다른 곡을 하나씩 듣다 보면 결국 음반 하나 통째로 좋아지게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래서 보유하게 된 CD가 사실 만만찮은데 가장 근래 대표적인 예가 뉴에이지의 대표 격인 Kitaro와 한 시대를 풍미하던 락이다.
그리하야 구매하게 된 바람꽃은 데뷔 앨범 비와 외로움이 고전이긴 해도 잔잔한 포크송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유튜브에 빠져 편식 없이 시청하다 2018년 12월에 시험을 하루 앞두고 머리를 풀 겸 유튜브에 접속하여 아무거나 틀어놓고 멍 때리던 중 울나라에서 가장 부르기 어려운 10곡 중 바람꽃이 2, 3위에 포진해 있었다.
비와 외로움은 어려운 곡이 아닌데?
허나 내가 알던 비와 외로움이 아닌 돌고래 소리가 나는 고음의 비와 외로움 버전은 한 마디로 충격이었고, 바람꽃 음원을 몽땅 구매해 듣다 다른 곡에도 빠져 결국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한 동안 품절 상태로 있어 이제 바람꽃 3집은 가질 수 없는 건가? 생각하며 잊혀졌고, 11월 말에 오아시스 앨범을 구매하려고 인터파크에 접속하던 차, 바람꽃 3집이 판매 상태란 걸 알고, 이 때다 싶어 3장을 바람꽃이 흔들리는 속도로 결재를 해버렸다.
오아시스는 말이 필요 없지!
해외 배송 음반이라 허벌나게 비싼데 그럼에도 구매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유튜브다.
과거 락그룹 히스토리를 소개하던 유명 유튜버 방송을 보다 오아시스 편을 보던 중 데뷔 앨범의 Live forever, supersonic과 그 이후 발매된 Whatever-이 노래는 마약이다-를 듣고 내 수중에 앨범이 없으면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보통 음반 CD의 몇 배에 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질렀다.
이 3장의 앨범이 도착한 건 며칠 지났지만 손꼽아 기다리던 앨범들을 구할 수 있었단 즐거움에 덩실덩실 춤은 추지 못하겠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 둔다.
이명 현상처럼 끊임없이 귀에 맴도는 바람꽃의 돌아와~, 여린 마음과 강한 다짐을 윤시내 특유의 완벽한 창법으로 표현한 이별의 길목과 아련한 그리움을 팬시처럼 표현한 여심-근데 베스트 앨범에 이 곡이 왜 없냐구-, 언제 들어도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 추고픈 오아시스의 Whatever와 다양한 분위기가 묘하게 결합된 All around the world
출퇴근 길이면 어김없이 아이폰에서 이 곡들이 바삐 재생된다.
'문명에 대한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적한 시골 마을의 맛집이라?_20191220 (0) | 2020.02.15 |
---|---|
겨울 마법으로의 초대, 겨울 왕국2_20191210 (0) | 2020.01.19 |
입맛의 추억_20191129 (0) | 2020.01.05 |
구례 맛집을 찾아서_20191128 (0) | 2020.01.02 |
카메라 바디 교체_20191101 (0) | 2019.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