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아침 선자령 가는 길.
겨울 못지않은 한파가 강풍을 싣고 온 날이라 그 위력은 실로 어마무시했는데 횡계 기온이 섭씨 -11도에 체감 온도는 -15도를 넘어섰고, 대관령과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줄곧 잡아도 체감온도는 -20도를 넘었다.
특히 영동지방은 올 겨울에 눈 소식이 많아 스패츠를 챙기지 않은 불안감은 끝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도 초봄 꽃샘 추위가 이렇게 강력한 한파인 것도 최소한 내게 있어 기억의 책갈피가 될 것 같아 무작정 기우라 치부하기엔 훗날을 감안하지 않은 투정이라 적기라 여겨졌었다.
뻔한 스토리를 넘어선 게 스포츠와 여행 아니더냐.
횡계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양떼목장 대관령마을 휴게소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얼마 전 공개된 대관령 옛길을 이용하여 대관령휴게소에서 강릉 대관령박물관까지 트레킹 목적이었으나, 막상 초입에 도착했을 때 첫 발조차 들이밀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선자령을 목표로 줄지어 늘어선 인파에 합류하는 수밖에.
원주 싸구려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오전에 곧장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횡계에 도착, 조금 생소한 마실에서 주차 공간을 더듬다 로터리 인근 도로가 눈에 덮인 자리가 사실은 전부 공영주차장이었고, 대관령마을 휴게소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탈 수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걸어갔다.
가던 중 유일하게 문이 열린 김밥집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걷는데 조금만 관대해도 횡계에선 무료 공영주차장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 그래서 400m 걸으며 마실 구경도 겸한 사이 거리감은 잊혀졌다.
시외버스 터미널로 들어가 버스 시간표를 보자 양떼목장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놓쳐서 하는 수없이 10:10 버스를 기다려야 했는데 버스는 후문 건너편 국숫집 앞에 정차했다.
2015년도에 집으로 가는 버스를 여기서 탔었지.
그때 비해 너무 깨끗해졌다.
터미널 대기실엔 편의점도 있어서 이른 아침엔 여기서 당보충이 가능했다.
제법 버스를 이용해 대관령마을 휴게소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휴게소엔 차가 엄청나게 많아 이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단 걸 도착해서 알게 되었다.
전날 눈이 내리고 이내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던 날이라 기분은 덩달아 뿅 갈 정도.
버스는 횡계 마실을 관통하여 대관령마루길에 올라 휴게소로 진행했는데 춥거나 말거나 중력을 뛰어넘는 설렘이 가득했다.
지나는 길에 몇 개의 황태덕장이 있었고, 눈은 엄청 쌓여 높은 곳은 사람 키만큼 깊었다.
지난번 용평 여정 당시에도 당일까지 폭설이 내려 길가 쌓여있는 눈이 엄청났었다.
온통 하얀 눈에 가려진 세상.
도로 양옆에 눈담장이 세워졌는데 대략 1m 정도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눈을 옆으로 제설한 흔적이 없는데도 쌓인 눈은 엄청났다.
대관령마을 휴게소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인파와 끝없는 차량 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그걸 해결한 홀가분함이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아이의 심정 같았다.
휴게소에서 차림을 다잡은 뒤 선자령 방향으로 출발했는데 가던 길 옆 설원은 언제 봐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들어 횡계에 벌써 2번째 방문으로 실제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쌓인 눈높이가 높아 번지 점프를 해도 폭신폭신하지 않을까 싶었다.
인파로 인해 관측소까지 눈이 녹았거나 아니면 인파로 인한 빙판길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여 이번 여정의 목적인 대관령옛길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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