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5월도 보내고 횡계도 보내고_20150531

사려울 2015. 9. 21. 00:03

휴식을 편안하게 하고 나면 뒤따르는 극심한 후유증은 집착처럼 따라 붙는 헤어짐의 아쉬움이다.

늦은 오후에 숙소를 빠져 나와 아직도 남은 아쉬움을 표출하듯 알펜시아를 둘러 보곤 봄과 함께 작별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들판과 알펜시아 너머에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여름은 봄의 자리를 이어 받아 봄이 다져 놓은 이 땅의 부드러움을 퇴비로 하여 한바탕 신록의 기세를 만방에 퍼트릴게다.



낮 동안 대지를 태울듯 내리퍼붓는 햇살을 조금씩 모아 두었다 어느 정도 담았을 즈음해서 땅속에 잠자고 있던 녹색을 밀어 내면 이제 완연한 여름이 될 터.

그 여름의 세상이 되면 자연과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 옷을 갈아 입겠지.



봄의 전하러 강남에서 온 제비 가족은 터미널 처마끝에서 틀어 놓은 둥지에 단아한 가정을 꾸렸다.

포근하던 이 계절의 끝자락에서 그 넘치는 매력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게 해 준 제비 가족은 못 내 내려놓지 못하던 미련의 덧없음을 알려 준다.









두 어미가 번갈아 가며 보살피는 새끼 제비들은 실상 먹이만 먹는게 아니라 관심과 따스함을 같이 먹고 자라 본능 깊숙하게 숨은 따스함을 봄이 새싹의 잠을 깨우듯 깨우치겠지.

잠시 후 올 여름처럼 난 횡계터미널에서 버스를 탐으로써 올 봄의 마지막과 작별했다.



원주역 플랫폼에서 휑하니 멀어져가는 이번 시간과 계절과의 작별은 어쩌면 새로운 재회일 수 있겠구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