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봄이 불어오는 끝없는 설경, 대관령 선자령_20240301

사려울 2024. 5. 23. 18:17
대관령 옛길은...
대관령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파노라마 같다. 발 아래로 급히 낮아지는 지형을 따라 산줄기와 계곡은 넓게 펼쳐지고 저 멀리 자리한 강릉시내와 경포호,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의 푸른 물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광활한 풍경이다. 대관령 고개에서 해오름의 방향, 즉 동쪽 산하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렇게 아름답다. 아득히 먼 옛날 대관령을 넘던 신사임당은 이 고갯마루에 올라 산 아래로 멀리 펼쳐진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향집의 노모를 떠올리고는 애틋한 마음에 젖는다.
대관령은 큰 고개다.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과 함께 백두대간을 넘는 4대령 중의 하나로 오늘날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 지방을 연결하는 길 중에서 가장 이용량이 많다. 아흔아홉 굽이라는 대관령 고갯길은 굽이진 골짜기를 돌고 돌아 오른다.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강릉의 한 선비가 곶감 한 접(100개)을 지고 과거를 보러가다가 대관령 굽이 하나를 돌 때마다 곶감 하나를 빼먹었다고 한다. 정상에 도달하고 보니 곶감이 달랑 한 개만 남아 있어 대관령이 아흔아홉 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관령 고갯길이 굽이가 하도 많아 생긴 전설로 생각된다.
오늘날 대관령을 넘는 길은 세 가지나 된다.
첫째는 골짜기를 따라 단거리로 개설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대관령 옛길이며,
둘째는 차량을 위해 개설된 신작로가 1975년 영동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확장된 도로다.
셋째는 대관령을 관통하는 일곱 개의 터널 구간을 통해 영동과 영서를 단번에 연결한 고속도로다. 대관령을 넘는 방법이 차량으로 바뀌면서 대관령 옛길은 일찍이 폐쇄되었다. 그러나 차도가 별도의 노선으로 개설되면서 도보로 올라야만 하는 옛길은 다행히 옛 모습 그대로 남게 되었다.
[출처] 대관령 옛길_다음백과 / 우리 명승 기행
 

대관령 옛길

대관령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파노라마 같다. 발 아래로 급히 낮아지는 지형을 따라 산줄기와 계곡은 넓게 펼쳐지고 저 멀리 자리한 강릉시내와 경포호, 그리고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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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행객들이 단골로 찾아 이정표가 없더라도 길의 흔적이 선명한 선자령길과 달리 대관령 옛길은 상대적으로 탐방객이 거의 없어 무릎까지 집어 삼키는 길을 헤쳐 나갈 수 없었고, 부득이 이 길은 다음 기회로, 여정을 갈무리하기 위해 선자령 인파에 합류했다.
특징적인 건 어김없이 한파를 몰고 오는 폭설과 달리 이번엔 소리소문 없이 지나는 바람에 눈꽃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산중에 두텁게 쌓인 눈밭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렇게 선자령 여정을 시작했다.

 

 

 

 

북새통과 같은 휴게소를 빠져나와 대관령 옛길을 가기 위해 선자령으로 향했다.
이름하야 대관령마루길로 여정 경로는 국사성황사를 거쳐 통신중계소에서 선자령길 갈림길로 진행하기로 했다.

일대에 눈이 엄청나게 쌓여 나무 밑둥지까지 쌓였다.
대략 사람 허리를 넘어 가슴팍 정도 깊이였다.

심지어 이정표와 간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여기선 국유림에 ‘림’자도 집어삼켰다.
국유~ 밥유~ 럽유~

낮은 간판 정도는 압살이었다.

 

 

국사성황사는 예전부터 산신각을 모시며 민속학을 계승하는 곳이란다.
국가 무형 문화재 13호 강릉단오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한데 자세히 보니 차까지 덮여 있었다.

여기서부터 대관령 옛길의 시작이란 말인가!

나지막한 오르막 계단을 지나 전형적인 골짜기 형태의 고갯길을 걸었다.

길의 형태를 보아하니 아마도 옛사람들이 유구한 시간 동안 찾은 고갯길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 구간에선 바람도 잦아들고, 눈도 비교적 적게 내렸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과 만나는 지점으로 인파가 길게 늘어선 방향이 선자령으로 가는 대관령마루길이며, 우측 내리막길이 복원된 대관령 옛길로 그 길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출입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다짐했고, 먼 길 달려온 만큼 대관령 옛길로 들어섰다.

대관령 옛길로 들어서 크게 심호흡하고 출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는 선자령으로 향하는 길은 워낙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모여 걷기 수월했던데 비해 우측으로 갈라지는 대관령 옛길은 그 흔적이 희미했다.

 

대관령 옛길로 접어들어 얼마 가지 못하고 멈췄다.
무릎까지 삼키는 눈높이에 스패츠가 있어도 신발이 홀라당 젖을 판에 그조차 없었고, 오로지 아이젠만 착용한 상태라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더군다나 여기서 조금 더 진행했었는데 어느 순간 길이 사라졌고, 무조건 내디딘 발 밑에 돌이 깔려 있어 가는 길에 몇 번 넘어질 수 있겠다.

한파 덕분에 하늘은 무척 화창하고 파랳는데 선자리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잠시 서서 달랬다.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구름도 쉬어 간다는 대관령. 고개 너머 동쪽이 강릉, 서쪽이 평창이다.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 3월초까지도 적설량이 1m가 넘는다. 대관령의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선자령은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라는 겨울 산행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높지만 대관령휴게소가 840m로 정상과의 표고차 317m를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일반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동네 뒷산 가는 길 만큼이나 평탄하고 밋밋하여 가족단위 산행으로 알맞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산들의 파노라마. 정상에 올라서면 눈을 덮어쓰고 있는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바라다 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등 전망이 일품이다. 주능선 서편 일대는 짧게 자란 억새풀이 초원 지대를 이루고 있는 반면 동쪽 지능선 주변은 수목이 울창하다.
고개에서 등반을 시작하는 1,000m 이상되는 산행지로 전국에 계방산(운두령,강원도 평창군 용평면1,577m), 조령산(이화령,경북 문경시 문경읍 1,017m), 노인봉(진고개,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1,338m), 함백산(만항재,강원도 태백시 1,572m), 백덕산(문재,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1,350m), 소백산(죽령, 경북 영주시 풍기읍 1,440m), 태백산 유일사코스(화방재, 강원도 태백시 1,567m) 등이 손꼽힌다. 이들 산은 1,000m 이상이지만 표고차가 적어 산행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인기명산 [75위]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대관령 능선에 있는 선자령은 고개라기보다 하나의 봉우리이다.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 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고 내린 눈이 세찬 바람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태백산, 계방산, 백덕산과 함께 강원지역의 대표적인 겨울 눈 산행의 명소이다.
등산로도 완만하여 성급하게 눈 산행을 기대하고 12월부터 찾지만 1-2월에 눈 산행으로 집중적으로 찾는다.
[출처] 선자령_한국의 산하

이제 출발이나 마찬가지로 아직 가야 될 길이 멀지만 선자령으로 향한 길은 대부분 완만하고 평탄한 길이라 걷기 수월했다.
코스별 테마가 있긴 하나 설경으로 옷을 갈아입은 선자령은 나무 군락지가 가장 눈에 띄었다.

선자령으로 향한 길에 첫 번째 멋진 설경.
나무가 이고 지고 하얀 눈을 떠받혀 진풍경을 만들었다.

선자령 구간에서 줄지은 인파의 행렬을 따라붙기만 해도 길 잃을 염려가 없겠다.

 

아주 맑고 폭신한 상상 회로를 돌리게 되는 설경.

일대 구간은 키가 작은 나무숲으로 이렇게 나무가 눈을 떠받들어 눈터널을 만들었다.
이거 은근 멋지다.

선자령으로 가는 길에 첫 번째 도드라진 봉우리가 있었는데 정상에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우회길이 아닌 산 정상을 밟기로 했다.
이 경로 또한 대부분의 선자령 구간처럼 완만한 오르막이라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전망대와 우회길로 갈라졌다.
인파의 행렬은 대부분 우회길로 이어져 인파에서 떨어져 완만한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오르막길로 걸으며 뒤를 돌아보자 그래도 산인지라 꽤 많이, 높이 올랐고, 시선을 좀 더 확장하자 멀리 산 정상의 독특한 건물이 있는 발왕산이 보였다.

시선을 북서쪽으로 조금 돌려 가리왕산과 계방산 방향을 바라봤다.
단순히 멋지다는 표현 이상의 형용할 방법이 있겠지만 굳이 어떤 표현을 써야 될 조바심이 생기지 않는 설경이 펼쳐졌다.

대관령 전망대라 명명된 봉우리 전망대는 이렇게 넓지 않지만 완만한 오르막 구간으로 인적은 뜸한 대신 고진감래, 절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무척 추운데도 가지에 매달렸던 눈이 많이 녹아 있었는데 아마도 따뜻한 날의 영향이라기 보단 워낙 백두대간을 넘나드는 강한 바람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전망대 도착.
강릉 일대 영동지방과 그를 유혹하는 심연의 파랑인 동해가 진풍경을 보여줬다.
경포도 선명하게 보였다.

자세히 보면 대관령을 넘어 산아래를 사행하듯 강릉으로 경쾌하게 뻗은 영동고속도로와 아흔아홉 굽이 옛도로도 보였다.

시선을 남쪽으로 조금 돌리면 여전히 심연의 자태를 가진 동해와 동해 해안선 따라 불규칙적으로 뻗은 산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적이 있었다.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면 가야 될 선자령 방향 하얀 능선이 유려하게 이어져 있었다.

전망대를 벗어나 오를 때와 반대로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전망대에 오르기 전 선자령 우회길과 합류했고, 사람들이 밟아서 만든 길에서 조금 벗어나면 어림짐작으로 무릎 이상, 허리춤까지 눈이 높게 쌓여있었다.
선자령은 이제 1.8km 남았다.

바로 앞 작은 봉우리는 새봉으로 밟고 있는 지점을 포함하여 눈에 보이는 곳은 온통 해발고도 1천m 이상의 고산지대였다.
선자령 정상은 앞 두 봉우리 중간의 살짝 튀어나온 부분으로 까마득해 보이긴 해도 큰 어려움이 없는 구간이라 묵묵히 걸으면 이내 도착할 수 있겠다.

멀리 생선비늘처럼 솟은 산이 설경으로 정평이 난 계방산이었다.
추위를 안으면 청명한 절경이 따라오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줄지은 인파의 행렬이 점점 미약해졌다.
오는 도중 눈구덩이 쉴 곳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했는데 은은하게 퍼지는 각종 음식이나 커피 내음에 마음이 살짝 약해지기도 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많은 인파에 앞서서 나갈 욕심으로 쉬지 않고 계속 걸어 나갔다.
워낙 광범위하고 멋진 설경들이 곳곳에 퍼져 있어 가던 길에 사람들이 심취한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선자령 정상 턱밑까지 도착했는데 쌓인 눈이 두터워 빙판에 최적화된 아이젠도 큰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연이은 설경을 놓칠 수 없지.
고원 전체를 덮은 하얀 세상 또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한정적인 특징으로 인해 가슴과 사진으로 담느라 쉴 틈 없었다.

선자령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에서 느슨해진 인파의 행렬은 또다시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완만하게 진행되는 오르막길로 오르던 중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금까지와 다른 조금 가파른 지형이 보였고, 그 너머엔 한결같이 따라붙는 동해 절경이 트여 있었다.

 

선자령 정상에 도착.
추억을 담느라 줄 서는 번거로움 또한 추억의 조각이 될 수 있겠다.
정상 일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기에 눈이 단단하게 다져져 빙판이나 마찬가지였고, 하나의 최종적인 목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틈틈이 자리를 잡아 쉬고 있었다.

선자령 정상에서 동해 바다와 강릉 방면으로는 밀도 높은 나무숲으로 인해 관망이 쉽지 않았다.

선자령 정상은 태백산처럼 너른 고원이었다.
정상에서 잠시 한숨 돌린 뒤 하산을 시작했는데 올 때와 달리 바우길 1구간 경로를 따라 북쪽으로 계속 진행했다.
앞서 가던 사람들이 어느샌가 눈에 보이지 않아 환각 상태인가 착각이 들었는데 평탄한 길이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갑자기 방향이 꺾이는 바람에 사람들이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선자령 북쪽은 연이은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고봉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고봉들은 저마다 단단한 근육질로 이뤄져 절경에 힘을 보탰다.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여 마치 사람들이 증발되는 착시현상이 생기는 곳이 바로 요 지점으로 그렇다고 내리막이 급해지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한 선자령길을 감안한다면 거기에 비해 조금 가파르긴 했다.

전체가 이어진 고원처럼 넓고 평탄해 보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1천m 이상이라 어느 순간부터 평지란 착각이 들었다.
바이러스처럼 마음의 유전자를 변이 시키고 번식할 수 있다면, 그래서 여러 자아를 만들 수 있다면 여기에 하나 묻어두고 싶었다.

비교적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평탄한 길이 나오는데 그 지점에서 북쪽 설경은 이랬다.
하얀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이 또한 흔하고 평이한 장면인 것을.

넓고 완만하던 바우길은 목장길사거리를 지나며 분위기가 급반전 되며 숲길로 변했고, 나무숲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수많은 작은 여울을 지났다.
게다가 숲 사이 간헐적으로 꿩도 있었는데 처음 만났던 암꿩은 기념으로 한 장 담아뒀다.

선자령에서 바우길로 내려오는 경로엔 많은 여울들이 있었고, 그 여울은 눈이 놀라지 않도록 작은 우물을 만들며 아름답고 유연한 무늬를 만들었다.

지금껏 본 이런 류의 장면들 중 단연 최고였고, 그 옆을 지나는 길을 걸으며 감탄과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렇게나 내린 눈이 이런 유연한 곡선과 입체적인 굴곡을 만들 줄이야.

산에서 사는 생명이 여울을 거쳐 다시 어디론가 지나간 흔적이 눈 덮인 매끈한 하얀 땅에 자취만 남겼다.
오를 때 드넓은 설원을 쫓아, 그리고 내려올 때 그 설원 속에 묻혀 어느새 양떼목장 울타리를 거쳐 결국 과정의 힘겨움을 잊고 다시 출발점인 대관령마을 휴게소에 도착했다.

자연이 만든 기하학적이며 미학적인 모습은 그대로 가슴에 새겨 휴게소에 도착할 무렵 횡계로 가는 14:20 막차는 출발해 버려 하는 수 없이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지 사람과 차량이 뒤엉켜 휴게소에 진입한 택시가 출구 가까이 있던 곳까지 오는데 30분이나 걸렸고, 한바탕 흥겨운 시간들을 마무리했다.

지상 곱게 내려앉은 스펀지 위로 발자국 소리는 마냥 즐겁다고 따라왔다.
가끔 미끄러져도 사르르 웃고, 가끔 무릎까지 감싸며 얼른 달아나도 빠드득 웃었다.
길게 늘어선 능선에 열 맞춰 발아래 세상에서 불어오는 칼바람 뒤이어 걸음 늦춰도 한사코 따라오는 소리.
햇살 쏟아지며 하얀 미소에 찡그려 웃다 어느새 장쾌한 산울림 하늘에 맞닿아 너른 세상에 넋 놓고, 파란 동해로 이끌리는 강릉의 자태에 반했다.
대관령 옛길은 굳게 마음을 닫아 한 걸음 용납하지 않음에도 하늘 아래 선자령의 관대한 품은 한없이 넓고 더없이 청량하며 아낌없이 길 내어줬다.
설원이 아름답다는 건 이채롭고 화려해서가 아니라 백색의 도화지 위에 서린 모든 존재들의 근원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이견을 왜곡하거나 편견을 옹호하는 강요가 일절 없고, 각각의 존재가 가진 그들만의 색채와 형태를 꾸밈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겨울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 그 아름다움을 다시 채우는 희열 또한 어쩌면 잊고 있던 하얀 겨울의 숨겨진 매력 아닐까?
하얀 소리의 유희에 덩달아 파란 세상도 신난, 잊지 못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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