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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정선 정암사_20240126

사려울 2024. 4. 25. 21:40
정암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에 위치한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의 말사다. 함백산은 태백산 북쪽 자락에 위치하여 정선군과 태백시의 경계를 이룬다. 한반도의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가 자리하고 있기도 한다.
적멸보궁은 정선군 정암시에 있는 신신사리를 봉안한 사찰 건물이다.
이 건물을 지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영조 47년 1711에 고쳐 지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18세기 초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보수하였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워진 앞면 3간, 옆면 2칸 규모의 건물이다. 겹처마를 드리우고 옆면에도 지붕이 뻗어 있는 팔작지붕을 올려 화려하다.
일반적으로 적멸보궁은 안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근처에 수마노탑을 지어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다. 이에 따라 정암사 적멸보궁 안에는 불상이 없고 신중탱화 2점과 동종 1점을 보관하고 있으며 뒷산 중턱에 수마노탑이 있다. 정암사 적멸보궁은 통도사, 법흥사, 상원사, 봉정암의 적멸보궁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이다.
[출처] 정암사_위키백과, 정암사 공식홈
 

정암사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 에 위치한 사찰 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

namu.wiki

 

정암사

 

www.jungamsa.com

그래서 태백을 떠나는 길에 만항재 아래 정암사를 들렀고, 아쉽게도 내린 폭설이 한파에 녹지 않아 산자락 수마노탑은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통제 중이었다.
하지만 약1,300년을 살아온 지팡이 나무가 사찰의 역사를 대변하듯 화려한 소음보다 심연의 묵언이 여느 유창한 사찰보다 더욱 진중한 곳, 정암사를 끝으로 경주-영덕-용평-태백의 기나긴 여정을 접었다.

전날까지 지독한 한파로 내린 눈조차 얼어붙고 노출된 뺨이 시릴 정도였다면 떠나는 날엔 환영이라도 하듯 화사하고 포근한 겨울 날씨를 보였다.

오투리조트를 출발하여 태백을 거쳐 두문동재를 힘겹게 넘어 38국도를 질주하던 중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 바로 인척에 위치한 정암사 수마노탑이 떠올라 상갈래교차로에서 급히 좌회전을 하여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자 얼마 가지 않아 주차장이 얼어붙은 정암사가 나왔고, 산틈에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이라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사찰 내부는 진중한 정적이 흘렀다.

발자국 소리를 최대한 다스려 사찰을 걸어가는데 강한 햇살에 한파가 풀린 날이라 지붕 위에 두텁던 눈들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굉음처럼 들릴 정도로 줄곧 적막했지만, 사찰 일대를 다스리는 햇볕은 어찌나 화사하고 포근한 지 입가엔 절로 미소가 드리워졌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바위 절벽 위에 있는 수마노탑과 연결된 계단에 여전히 빙판이라 출입금지였고, 하는 수 없이 사찰 내부를 차근차근 둘러보며 그 아쉬움을 달랬다.

자장법사의 지팡이가 어엿한 나무로 새 심장을 갖고 태어난 지 어언 1,300년 수령의 나무에서 심오한 자태가 비쳤다.

날이 풀리면서 묘한 형상의 눈사람이 스멀스멀 녹기 시작하는데 왠지 귀여운 형상이었다.

적멸보궁 앞에 다가갔다 사찰의 진중한 침묵에 방해될까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작은 담장 위에 일렬로 늘어선 눈사람, 자세히 보니 눈 동자승들의 익살스런 모습이었는데 햇살 아래 점점 녹으며 혼란한 속세를 떠나기 시작했다.

삼성각 방면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그 이유는 구부정하게 서 있음에도 진득한 기품에 압도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품에는 마치 조급한 인간에 대한 조롱이자 통찰을 알려주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풍경 소리가 은은히 동심원을 그리며 퍼졌고, 때마침 햇살까지 굴절시켰다.

나무를 쉴 새 없이 쪼아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딱따구리인 줄 알았는데 동고비였다.

아침부터 뭐가 그리 바쁘실까?

삼성각 앞 소나무는 실제 그 아래에 서자 규모가 생각보다 거대했고, 단순하게 굽이치며 하늘로 뻗은 게 아닌 역동적인 뒤틀림도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지붕에 쌓였던 눈이 우두둑 떨어져 정적이 짙던 사찰이 한 차례 소란스러웠고, 간헐적으로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비슷한 소리가 들려 무겁던 공기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정암사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수마노탑은 마음에 묻고 드디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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