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외면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_20240309

사려울 2024. 5. 23. 21:33

철길이 유일한 이동 통로인 곳, 영화 '기적'의 배경이 되는 양원역 일대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철길을 중심으로 도보길이 실타래처럼 얽힌 세 평하늘길에 당도했다.
지난 대관령 여정에서 함께 둘러볼 심산이었으나, 당시 동해역 부근 허름한 모텔조차 15만원이라 잠시 미뤘고, 일주일 지나 그 땅을 밟았다.
세평하늘길은 지자체에서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 둘레길 중 한 곳인 승부역 초대 역무원의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시에서 착안, 세평하늘길이 되었는데 분천역에서부터 양원역을 거쳐 승부역까지 약 12km 둘레길로 겨울이면 오지의 협곡에 잉태한 눈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인 열차를 타고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2004년에 유일한 민자(?) 간이역인 양원역을 어렵게 찾은 적 있었는데 당시 양원역은 서울에서 5시간 걸렸던 오지 중의 오지로 자그마한 창고 같은 구조물이 역사 대합실이었다.
아마도 포털사이트에서 양원역을 검색하면 어렵잖게 히스토리를 알 수 있고, 영화 '기적'을 보곤 20년이 지난 모습도 궁금했던 데다 도보 여행도 가능하다니 아니 올 이유가 없어 일 년 전부터 노리고 있다 학업 시작 전이 기회라 전날 밤 영주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 뒤 아침에 분천역에 도착했다.
분천역까지는 개인 차량으로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에 베이스캠프로 지정했고, 낙동강변을 따라 도보길이 조성된 만큼 시신경도 적당히 흥분될 터.
산타마을이 된 분천역에 도착하여 호기롭게 출발했다.

 

황혼의 간이역_20141102

흥겨움 뒤엔 항상 아쉬움이란 후유증이 남기 마련. 이제 올해의 저무는 가을을 떠나 보내고 나도 집으로 가야겠다. 영동고속도로는 이미 가을 단풍객들의 귀경길로 강원도 구간이 정체라 3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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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도심의 숙소에서 출발하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

그리 이른 시각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조용한 분천역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죽미산 설경을 바라봤다.

아직도 겨울을 간직한 설산과 산타마을 조형물, 그리고 낙동강이 싱그럽게 반겼다.

주차장에서 분천역은 마을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돌아서 가도록 되어 있었다.

멀리 장벽처럼 옆으로 길게 뻗은 죽미산이 설경이 일품이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이쁜 마을로 변신했을까?

아직은 마을이 조용했다.

현재 협곡과 겨울이면 눈꽃을 보기 위해 V-Train이며 동해산타열차가 운행 중인 만큼 겨울이면 꽤 북적대는 곳으로 이참에 마을 컨셉을 산타로 잡았나 보다.

이런 걸 한 번 타봐야 되는데 출발 전부터 슬라이드 청소해 줄 필요는 없겠다.

지난번 울진으로 넘어가는 길에, 그 이후 울진에서 넘어오는 길에 분천역에 들러 알카파를 만나러 왔었다.

아직 알파카들은 무사한지 보려고 했지만 집안에 꽁꽁 숨어 털끝 하나 보이질 않았다.

산타마을에 산타와 루돌프가 빠지면 섭하지.

분천역엔 나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었는데 산타마을이라 조금 기다려봤지만 산타는 오지 않았고, 당연히 선물 받기도 물거품이 되었다.

분천역에 도착.

시간의 정취는 간직하고 낡은 것들은 정갈하게 리뉴얼했다.

분천역사 바로 옆에 사진관은 분천역의 사진첩에 더 가까웠다.

분천의 역사와 그에 따른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조금은 이례적으로 분천역은 한 때 외면받다 레저문화의 관심이 증폭되고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재조명받기 시작한 몇 안 되는 역사 중 하나.

산골에 잘 어울리는 자그마한 간이역인 분천역의 원형은 그대로였고, 이제는 낡고 소외된 이미지를 탈피하여 사람들의 관심과 이상을 이어주는 작은 매개체가 되었다.

잠시 분천역을 서성이는 사이 사람들은 한둘 모여 따사로운 봄과 기대를 만나며 그렇게 분주한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듯 잠깐의 감회를 벗어나 원래 의도한 대로 낙동강 세평하늘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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