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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절경이 서린 곳, 동강 나리소와 바리소_20220318

사려울 2023. 2. 21. 19:17

전설의 주인공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들어선 절경의 전설들.
신비롭게 포장된 설화에 정선은 살짝 양념을 가미하여 지나는 시선들을 현혹하고, 현혹된 시선은 발길이 떠날지언정 그 자리에 머물러 상상이라는 종이에 그로테스크한 여운을 남겼다.
나리소 전망대를 조금 지나면 나리소탐방로가 있어 뜀박질하듯 한달음에 오르자 설화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나리소 절벽 바로 윗지점이다.
설사 이무기가 떠났다고 하더라도 마치 수중에 웅크리고 있다고 여기자.
동강의 절경은 도드라지고 특출 난 어느 하나의 공로가 아닌 이 모든 자연의 요소와 더불어 설화와 이야기들의 상호작용이니까.

동강로를 따라 한참을 질주하는 동안 드문드문 농가가 있긴 했으나, 대부분은 공백지대나 다름없었고, 운치리에 지날 즈음 인가가 확연히 드러났다.

운치리를 지나면 뿌듯한 오르막을 지나 길가에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서 전망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리소 전망대였다.

나리소와 바리소는 동강 12경 중 제3경. 동강 물길이 절벽에 막혀 휘돌면서 이루어 놓은 수심 깊은 곳.
[출처] 정선군청_나리소 전망대
 

관광명소 | 정선관광 > 정선여행 > 관광명소 > 나리소 전망대

소개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와 덕천리에 걸쳐있는 나리소는 동강 유역 산세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동강을 감상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탐방로의 중간에 위치한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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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소와 바리소는 바깥쪽으로 휘는 수심 깊은 두 곳이란다.

나리소를 엮어 놓았고, 그 이야기에 신비감을 부채질한 이끼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냥 지나칠 법한 도로변 풍경인데 이렇게 꾸며 놓으니까 아니 들를 수 없었다.

정선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 숨어 웅크리고 있던 이야기들에 심폐소생술을 거쳐 되살려 놓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렇게 동선을 제한해 놓으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전날 들렀던 칠족령과 뼝대길은 백운산 능선 너머에 있는데 이렇게 보면 저 능선조차 칼날 같아 저 위에 서면 베일 것만 같았다.

근데 실제 좁은 능선길이긴 하다.

아이폰 초광각으로 다시 담으면 광대한 절경을 제대로 담을 수 있었는데 행여 이무기가 고개를 내밀면 눈이 마주치려나 째려봐도 이미 인기척을 느꼈는지 코빼기 하나 내밀지 않았다.

나리소 전망대를 지나 탐방로에 접어들었다.

잠잠하던 바람이 여기에 접어들었을 땐 무척 사나웠다.

그래도 호기심이 꿈틀거려 마음이 약해질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뜀박질을 했다.

나리소 절벽 위 전망대가 바로 저 우뚝 솟은 절벽에 있었다.

다행히 가깝고 데크가 깔려 있어 걷기엔 수월했다.

절벽 위 전망대로 안내하는 데크길에 오르면 잠깐의 수고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길 옆 이런 돌이 많은데 돌 하나에 3개의 존재가 공존했다.

원래 있던 활석 같은 돌, 거기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석영 같은 돌, 그리고 이끼까지.

암석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유추일 뿐이다.

앞서 나리소 전망대와 또 다른 풍광이었다.

나리소 전망대에서 보이는 세상은 백운산의 날카로운 능선이 지키는 세상이라면 이곳 나리소 탐방로 끝 전망대는 힘차게 굽이치는 강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설사 고립되어도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한 강변 섬과 같은 반도가 부각되는 세상이었다.

단 하나의 특출 난 존재로 인해 절경은 되지 않는다.

어쩌면 독립적으로 평범한 것들의 조화로움이 절경을 만들고, 그 절경에 아낌없는 감탄사를 지불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게 아닐까?

더불어 겨울이나 초봄의 묘한 매력이 곁들여져 시선은 넓고 가슴은 장쾌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저 길가 스치는 풍경이 절경으로 펼쳐진 나리소 일대에서 먼 길 달려온 보답을 두둑이 받으며 다음 여정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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