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과 함께 사이좋은 동무가 된 무더위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 내륙 깊은 주왕산까지 장악했다.
살을 태울 듯한 따가운 햇볕,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더위, 게다가 여정의 동반자로 손색이 없던 바람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덩달아 따라다니던 구름도 흩어진 상태.
그럼에도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국보급의 주상절리 계곡은 처음이라 정신줄 단단히 부여잡고 국가대표급 무장애길을 걸어 점점 깊이 주왕산의 품으로 걸었다.
원래 여정은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애용하는 용추협곡 따라 각종 기암과 폭포를 지나 외씨버선길로 이어지는 금은광이를 넘어 노루용추계곡과 월외매표소를 거쳐 달기약수까지 계획했지만, 무더위로 체력이 개털려 쉬운 용추협곡까지 망설였다.
그러던 중 협곡의 폭포 중 가장 끝에 있는 용연폭포에서 여성 트레커 두 분의 파이팅에 동기부여 받아 원래 계획했던 금은광이로 힘든 여정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주왕산 여정은 총 16.8km, 약 2만8천보를 걸어 달기약수를 조금 지났지만, 늘 반복되는 깨달음, 개고생 할수록 기억에 잔상은 더욱 깊어졌다.
주왕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곳이라 누구나 가볍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용추협곡은 주상절리가 일품이라 적은 노력으로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어 다음에 가족여행으로 재추진해야 되겠다.-예전에 절골 코스는 갔었다-
나만 개고생할 수 없지!
주왕산(周王山)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산의 모습이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하여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 하였습니다.
주왕산은 신라말부터 주왕이 은거하였던 산이라 하여 주왕산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주왕은 중국 당나라 때 주도라는 사람으로 진나라의 회복을 꿈꾸며 반역을 일으켰으나 당나라 군사에게 패하여 이곳 석병산(주왕산의 옛이름) 까지 쫓기어 왔습니다. 이에 당나라 왕이 신라왕에게 주왕을 잡아달라 요청하여 주왕은 이곳에서 신라장군 (마장군 형제들) 에 의해 주왕굴에서 최후를 마쳤습니다.
주왕산의 특징은 산 이름을 주왕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주왕산은 주왕과 관련된 전설의 산이기도 합니다. 또한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岩山)중에 하나입니다.
주왕산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천년고찰인 대전사를 비롯한 사찰과 아름다운 계곡, 폭포와 굴이 있으며, 주왕산(720m), 가메봉(882m) 등의 산봉우리가 있습니다. 또한 공원 내에 아름다운 주산지가 있습니다.
주왕산은 대전사 뒤편에 솟아있는 기암(旗岩)을 비롯하여 이곳 주방천 좌우로 도열해 있는 병풍바위,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의 기암괴봉과 용추(龍湫)폭포(제1폭포), 절구폭포(제2폭포), 용연(龍淵)폭포(제3폭포)가 한데 어우러져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 주왕산 3대 계곡 중의 하나인 절골계곡은 사람의 발길이 적어 아직도 원시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인근에 수 백년 됨직한 왕버들이 물속에 자라고 있는 주산지는 한폭의 수채화 같답니다.
또한 월외계곡에는 하늘에서 물기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달기폭포가 있으며 주왕산 계곡마다 아름답고 장엄한 경관이 펼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주왕산국립공원은 세계적 희귀수목인 망개나무를 비롯하여 둥근잎 꿩의 비름, 솔나리, 노랑무늬붓꽃 등 식물자원 888종과 수달, 너구리 등 동물자원 902종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주왕산의 소중한 자원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산봉 : 왕거암(907m), 금은광이(812m), 주왕산(720m), 태행산(933m), 대둔산(905m), 장군봉(686m)
기암 : 기암(旗岩), 학소대, 급수대, 석병암, 시루봉
동굴 : 주왕굴, 연화굴, 무장굴
폭포 : 용추(龍湫)폭포(제1폭포), 절구폭포(제2폭포), 용연(龍淵)폭포(제3폭포), 월외폭포
계곡 : 외주왕계곡, 내주왕계곡, 월외계곡, 내원계곡
[출처] 주왕산 국립공원_청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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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표현한 한 마디, "개더워!"
그만큼 폭염의 기세는 더욱 거세져 비교적 대기가 시원한 편인 주왕산 일대도 폭염의 위력을 피할 수 없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채우고 주왕산의 시그니처와 같은 주왕계곡-용추협곡을 탐방하기 위해 상의탐방 지원센터의 너른 주차장에 차량을 모셔두고 관문인 대전사로 향했는데 한눈에도 기암이 빚어낸 절경이 보여 절대 길을 헤매지도,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곧장 대전사로 향했다.
주왕산 초입에서부터 이미 기암의 멋진 위용이 한눈에 보여 나침반으로 여기고 길을 따라 1km 조금 못가 대전사를 만났다.
게다가 버스터미널과 주차장에서부터 주왕계곡과 용추협곡에 걸쳐 절구폭포와 용연폭포까지 약 4km 정도 구간은 무장애길이라 특히나 연세 드신 분들도 큰 무리 없이 탐방할 수 있어 등산보다는 산책처럼 여정을 즐겨도 좋겠다.
주차장에서 대전사로 가는 길엔 초기 국립공원처럼 일렬로 밀집된 식당가가 늘어서 있고, 거기가 끝날 무렵 대전사도 이어졌다.
대전사에 도착, 우리가 흔히 보던 주왕산만의 가장 보편화된 사진, 바로 이 구도였다.
절 뒤편 특이한 형태의 기암이 평풍처럼 펼쳐져 있어 이로 인해 대전사가 특별해질 수 있었다.
대전사는 주왕산으로 향하는 길목이라 잠시 멋진 사찰을 음미했다.
산신각에 들러 주왕산에서 시작하는 외씨버선길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가벼이 목례를 드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 몰랐으나 사찰 산신각을 알고 나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경의를 드렸다.
대전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주왕계곡으로 향한 길에 들어섰다.
보통 산행 전에 이런 지도는 미리 사진으로 남겨둔 건 행여 휴대폰 전파가 닿지 않아 먹통이 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전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울타리가 쳐진 이런 바위가 있었다.
이끼 자욱하게 덮여 있었고, 그 위에 또 다른 생명들이 뿌리를 내렸는데 때론 경쟁하고 때론 상생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함축한 장면이 아닐까?
주왕산 주봉과 용추협곡으로의 갈림길.
주차장에서부터 줄곧 무장애길을 걸어왔는데 앞으로 용연폭포와 절구폭포 갈림길까지 이런 걷기 좋은 길이었고, 다만 가장 발목을 잡는 건 폭염이었다.
아들바위는 주왕계곡 입구에서 100여 미터 위쪽에 위치해 있으며, 바위를 등지고 다리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단다.
굳이 이런 우스꽝스런 걸?
주왕산뿐만 아니라 한국 산행을 하다 보면 위태로운 바위 아래 공통적으로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바위를 떠받치기보단 나무가 부러지면 위험하다는 징후로 등산 애호가들의 배려였다.
거듭 길은 무장애길로 실제 많은 어르신들이 이 코스를 찾으셨고, 대부분 절구폭포나 용연폭포까지 가시는 걸 봤다.
절경도 이렇게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갈림길이었던 초입에서 0.9km를 왔고, 대부분 사람들이 탐방하는 용연폭포까지는 2,5km 남았다.
가는 길 도중에 이렇게 여울 방면으로 돌출된 쉼터가 종종 있었는데 아직은 주왕산의 명물 중 하나인 협곡은 유추할 수 없었다.
자하교 갈림길에 도착.
이번 주왕산을 찾은 첫 번째 의미가 바로 주왕암으로 이어지는 자연관찰로였는데 그 이유는 주왕산의 진수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었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산행 구간은 아닌 산허리의 비교적 걷기 수월한 길이라 주저 없이 자하교로 향했다.
자하교에서 주왕암까지는 0.5km의 비교적 걷기 수월한 산길이라 웬만하면 이 길을 추천할만했다.
언뜻 보이는 주상절리의 흔적들.
아직 오전시간대임에도 폭염의 위력은 장난 아니었다.
어디선가에서 낙엽이 쓸리는 소리가 들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김없이 다람쥐 하나가 귀여운 모습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산행에서 이런 주변 소리는 무척 중요한데 다람쥐나 청설모가 내는 소리는 비교적 짧고 위치가 급변했다.
오르막길을 조금 걷자 주왕의 어원이 된 주왕암에 도착했다.
주왕암
그림같은 비경 속에 자리한 대전사의 부속암자 주왕암은 919년(태조2)에 놀옹이 대전사와 함께 창건했다는 설과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설이 있다. 이곳에 은거하였던 동진의 주왕을 기리기 위하여 주왕암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문간채인 가학루는 중충 누각으로 되어 있고, 기와는 이끼가 그윽하여 오랜 풍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왕암 주위를 병풍암을 비롯하여 나한봉, 광음봉, 지장봉, 칠성봉, 비로봉, 촛대봉 등의 봉우리들이 애워싸고 있는 것은 이곳의 영험함을 말해준다. 또한 16나한을 모신 후 법당을 이곳이 나한기도 도량임을 증명하고 있다.
대전사 주왕암 나한전 후불탱화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70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왕굴(산신각)
신묘한 바위계곡에 자리한 주왕굴은 주왕암 입구에서 왼쪽으로는 촛대봉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높은 절벽 사이에 있는 협곡을 따라 30m 정도 들어가면 하늘이 겨우 보일 정도로 좁은 협곡의 종점에 자리한 자연동굴이다.
주왕이 마장군의 공격을 피하여 이곳에 은거하다가 마장군이 쏜 화살에 맞아 후주천왕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애절하게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전설이 서린 굴 옆 주왕이 세수했다는 폭포수는 이루지 못한 주왕의 꿈과 한을 달래듯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주왕굴은 산신이 된 주왕이 평생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전해지는 천하제일 산신 기도 영험동굴이다.
절벽과 협곡에 교묘히 얹어놓은 주왕암은 더 깊이 들어가면 주왕의 근원인 주왕굴로 이어졌고, 계단을 올라 암자를 지나면 산신각이 외로이 있었다.
산신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주왕산 자체가 기암의 연속임을 알 수 있었다.
산신각에 간단히 참배를 드린 뒤 다시 주왕암으로 내려가 협곡 사이 길로 이어진 주왕굴로 향했다.
주왕암에서 내려와 주왕굴로 가는 길은 수직 절벽 사이 협곡이었다.
12지신상 부적(?)이 장식된 계단을 지났다.
주왕굴에 도착.
주왕 전설이 깃든 산신각이라 여기서도 가벼운 목례로 경의를 표했다.
옆에 작은 폭포가 있었는데 다행히 미량이나마 폭포수는 경쾌한 소리를 이어갔다.
주왕굴을 떠나 다시 주왕암으로 내려갔다.
계단 양 옆은 수많은 염원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주왕굴 양 옆은 이렇게 닿으면 바스러질 듯한 주상절리 협곡이었다.
환영해 주는 새의 지저귐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주왕암을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주왕계곡 기암 퍼레이드를 만날 수 있는 자연관찰로 갈림길이 있었다.
지금 기암을 만나러 갑니다~
무장애길에 비해 조금 수고스럽지만 그렇다고 힘든 길이 아니었다.
조금만 힘을 내면 주왕산의 감동을 생동감 있게 얻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수 없지!
길은 이렇게 산허리를 타고 수월하게 진행했다.
드뎌 주왕산 기암의 퍼레이드를 만날 수 있는 전망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를 간과해서 편한 무장애길을 이용했지만 난 이걸 놓칠 수 없는 벱이지.
파노라마로 펼쳐진 기암 협곡의 절경에 직면하며 왜 이제 찾게 되었는지 반문했다.
각양의 기암절벽이 한데 모여 협곡을 이루고, 그 틈에 녹음의 날개가 펄럭이며 폭염도 잊게 하는 연이은 절경 사이로 여울처럼 굽이치는 생명의 강인함 또한 경탄할 수밖에 없는 주왕산에서 거친 존재와 유연한 존재의 조화로움은 협소한 사념을 눈멀게 만들었다.
망월대라 명명된 전망대에 서자 폭염을 잊어버렸다.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가 한순간 눈에 들어오고, 순간 가슴 먹먹해졌다.
좌측 병풍바위, 우측이 머리로 곧 쏟아질 듯 기울어진 급수대가 차례로 펼쳐졌다.
만약 협곡 무장애길로 갔더라면 이 시선의 기회를 놓쳤을 떠.
전체적으로 다시 가슴속에 새겼다.
망월대에서 벅찬 감동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주왕암 자연관찰로를 이용해야 된다.
주왕산을 알면서 함구해 온 사람들이 원망스러운 순간이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여전히 산허리를 벗어나지 않는 자연관찰로를 따라, 그리고 머리 위에는 곧 쏟아질 듯한 급수대 아래를, 좌측 계곡 반대편에는 연이은 기암을 따라 걸었다.
자연관찰로는 시종일관 걷기에 무리 없는 길이었다.
이런 자리에 길을 놓는 인간도 대단했다.
좌측은 제법 가파른 산세였기 때문.
평탄한 길을 걷다 어느덧 내리막 계단길을 만났다.
자연관찰로가 협곡 무장애길로 합류하기 위해 이런 멋진 내리막 계단을 이용했다.
우측은 이전에 이용되었던 길이었으나, 이제는 폐쇄되었다.
큰 협곡 옆의 지류 격인 작은 협곡을 넘나드는 다리를 지나 조금만 더 진행하면 하나의 길로 합류했다.
전망대처럼 꾸몄으나 조망을 기대하기엔 무성한 나무가 든든한 장벽이 되었다.
주왕산의 협곡을 감상하기 위해 필연의 길, 자연관찰로는 조용히 걷기에도 경기도 안성맞춤이었다.
자연관찰로와 주왕계곡 산책로가 합류하는 지점.
주왕산의 트레이드마크인 용추협곡과 폭포에 거의 다다른 셈이었다.
용추협곡에 다다르기 전, 서강의 선돌과 비슷한 형세의 학소대가 나왔는데 마치 카메라의 작은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 컷에 충분히 담을 수 없었다.
용추협곡에 들기 전 학소대는 또 다른 세상에 들기 위한 파수꾼과 같았다.
서강 선돌처럼 시루봉과 만날 수 없는 숙명의 학소대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비로소 감상할 수 있었다.
선돌이 그렇듯 학소대 또한 두 기암이 단순하게 떨어진 것에서 벗어나 비극의 전체적인 어울림을 함께 감상할 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진행해야 될 용추협곡.
수직의 협곡이 벌써부터 기대감만큼 높이 솟아 있었다.
다시 뒤돌아 멋진 위용을 자랑하는 학소대를 바라봤다.
이 또한 억겁 동안 지켜온 파수꾼이라 충분히 경의를 드릴만 했다.
협곡에 들기 바로 전에 강렬한 햇살과 폭염을 피해 쉼터에서 한숨을 돌렸다.
그때 다람쥐 두 마리가 주위를 서성거리며 이젠 사람들이 주던 견과류에 대한 기대감을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표현했다.
때마침 옆에서 쉬고 있던 여행객 한 팀이 호두 같은 견과류를 던져주자 냉큼 집어 들어 그 자리에서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는데 야생의 생명임에도 시야에 벗어나지 않는 걸 보면 인적에 익숙해졌나 보다.
귀여운 저 모습에 심장이 위태롭던 순간이었다.
미안, 너네들 취향의 간식이 내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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