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가르는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터줏대감이자 도심 야경의 진수를 확인시켜 주는 거대 탑이기도 하다.
전날 소주 몇 잔으로 아쉽게 야경은 물 건너가 버렸고,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 나란히 하는 금련산에 이어 황령산에 차로 이동하여 연무 서린 도심을 둘러봤는데 가장 먼저 금련산에서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해운대에 서린 뿌연 안개가 하나의 그림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금련산은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걸쳐 있는 해발 413.6m로 바로 옆 황령산보다는 약간 낮다. 부산시민들이 황령산이라고 말하면 실제 황령산뿐만 아니라 옆의 금련산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산의 봉우리는 거리도 멀지 않고 도로로 금방 연결된다. 산자락에 금련산청소년수련원과 폐업한 지 오래인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있다. 산 정상부에는 송신탑과 헬기 착륙장이 있고,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방면 전망이 좋다. 부산불꽃축제를 감상할 때도 최적의 장소지만 그날엔 다른 사람들도 다들 노리기 때문에 자리 잡기는 매우 어렵다. 마하사 등의 절이 있고 예전에 사찰이 있었지만 없어졌다는 말이 있다.
최근 이 산에 80조원 상당의 구리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울산지방검찰청에서 구리매장은 확인된 적 없다고 답변이 와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출처] 금련산_나무위키
황령산은 부산 남구, 수영구, 연제구, 부산진구에 걸친 도심 중심의 해발 427m 야산으로 산 정상부는 특이하게도 남미대륙의 안데스 산맥의 화산에서 많이 발견되는 안데사이트, 즉 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령산과 장산 일대의 수영만 지역 자체가 백악기 말 화산 활동 과정에서 형성된 지형이다. 때문에 산에서 화산지형에서 발견되는 암석이나 형상이 많다. 한국지리에서 배우는 중생대 말 불국사 변동. 가끔 횡령산으로 아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황령산이다.
고대시대에는 진한 국가 중 하나인 거칠산국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동래에서 황령산 일대에 이르는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산 이름은 《동국여지승람》에 누를 황(黃)자를 써서 황령산(黃領山)으로 기록, 현의 남쪽 5리에 있다고 하였고, 《동래부읍지》에는 거칠 황(荒)으로 기록하여 화시산으로 뻗어 있으며 마하사가 있다고 하였다. 부산 토박이 민간에서는 망령산(亡靈山)이라 불렀는데, 부정적이다 하여 고쳐 부르기 시작한 것. 1950년대~1960년대 기성세대 몇몇 분들도 망령산이라 부르는 때가 종종 있었으며 쌍팔년도부터 1990년대 초의 도로 지도에 표기에서도 망령산이라 적혔던 적도 있었다.
산을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 부산의 중심에 있는 산이라서 여러 동네와 맞닿아 있기에 다양한 코스가 존재한다. 90년대까지는 제대로 된 등산로, 편의시설도 거의 없는 산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대대적인 부산의 산복도로사업으로 인해 현재는 산 정상까지 2차선 차로가 존재해서 차만 타고도 갈 수 있다. 보통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에서 내려서 도로 따라 올라가는 경우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반적인 등산로를 택해도 산역이 넓지 않고 땅도 그리 거친 편이 아니라서 가볍게 오르기 좋고 어느 길을 택하든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만 등산로로 가든 도로를 따라 올라가든 식수를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유의해야 한다. 망미동과 연산동부터 올라오는 루트는 중턱에 식수대가 하나 있어서 그래도 훨씬 낫다. 산중턱에 위치한 대다수의 학교의 뒤편으로 돌아가거나 할 수밖에 없다.
전포동 코스로 올라오면 산 아래 초입에 무허가 텃밭과 폐가들이 드문드문 있어 밤에는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올라가다 보면 무연고 무덤도 꽤 많다.
광안동 코스도 있다. 그러나 주택가 밀집 지역인데다가 길 치고는 너무 평범하게 생겨서 바로 앞에 사는 사람도 산으로 가는 길인지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 길로 가면 정상인 봉수대로 다른 길보다 비교적으로 빠르게 갈 수 있고, 남천동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연제구 연산 3동쪽에서 올라가려는 사람은 여상 코스를 이용하자. 연제구 연산6동, 월드컵대로 쪽에서 올라가려면 물만골 코스도 있다. 이쪽은 도로도 잘 닦여 있어서 그나마 쉽다.
대연3동 남구 도서관 쪽 루트로 올라가면 대연동 이나 광안리 일대는 볼 수 있다.
[출처] 황령산_나무위키
이튿날 일어나자마자 폭염도 잊은 채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황령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부산시청 부근과 광안리 부근으로 어디로 가나 무방하긴 했지만 대연동 일대는 예전부터 부산에 오면 숙박이든 식사든 자주 오던 곳이라 편한 광안리 쪽 진출입로를 통해 금련산을 지나 황령산으로 향했다.
금련산을 지날 무렵 전망대에서 안개에 휩싸인 해운대가 눈에 띄었다.
급한 대로 폰 화각을 점점 좁혀 해운대를 포커싱 했는데 다른 곳은 미세 먼지가 끼인 화창한 시계였지만 유독 안개에 뒤섞인 해운대 빌딩숲이 진풍경이었다.
금련산을 지나 황령산에 닿자 무덤덤하던 부산의 꽃잎이 활짝 피고, 지붕 아래 갇혔던 하늘이 열렸다.
더위의 습격도 잊었고, 혼탁한 대기도 잊은 채 상상은 작은 나래를 펄럭여 더위를 부수고, 시름을 흩날렸다.
쉽게 정상에 오른 가벼움은 어렵게 찾은 부산의 바위로 짓눌러 실낱같은 구름에 띄우고, 미약한 바람에 가벼이 띄워 다가올 작별에도 뽀얀 미소 너털웃음으로 전한 뒤 또다시 길이 전하는 이야기를 찾는다.
황령산 전망쉼터에 가만히 서 있다 보면 마치 구름을 타고 부산에 떠있는 착각에 빠졌다.
가까이는 대연동에서 멀리 광안대교가 바다를 가르며 해운대 방향으로 곧게 달렸고, 이기대와 영도까지 관망 가능했다.
산허리 너머 여전히 뿌연 안개에 휩싸인 해운대는 여전히 헤어 나올 길을 헤맸다.
전망쉼터 일대는 큰 공원으로 부산 야경을 흘려보낸 게 아쉬웠지만 욕심의 그릇을 가득 채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망쉼터에서 봉수대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의 봉수터는 이제 평화 위의 전망대로 자리 잡았고, 그런 만큼 평화가 영원하길.
봉수터 전망대에 남겨둔 감탄사를 마음껏 펼쳤다.
앞서 전망쉼터에서 황령산 남쪽을, 그리고 이제는 남겨진 세상을 활짝 열어젖혔다.
구봉산과 전날 관통했던 백양산, 금정산까지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아래엔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닦았다.
서면과 거기서 뻗어나가는 도심의 줄기들을 보며 왜 야경 맛집이라고 추켜 세웠는지 감히 상상으로 이어졌다.
서면과 그 뒤로 부산역, 그리고 엄광산 주위 높고 낮은 산들이 도심을 뚫고 굳게 자리를 잡았다.
폭염과 함께 연무가 짙어 카메라 시뮬레이션 모드를 작동시키자 도리어 혼탁한 것들이 정화되어 나타났다.
6월에 긴 휴가는 처음이라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은 여정 내내 지울 수 없었지만 이 또한 하나의 경험으로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시선을 조금 북쪽으로 돌리면 서면 뒤편의 도심 내 거대한 공원인 시민공원과 가야역이 눈에 띄었다.
더 북쪽으로 돌리면 백령산과 금정산 아래 빼곡한 도심의 위용도 만만찮았다.
폭염에 못 이겨 다시 돌아오는 길에 전망쉼터 정자에서 냥이가 열심히 식빵을 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밥과 물을 가져오는 건데, 주차장에서 전망쉼터와 황령산 정상까지는 호락한 거리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녀석의 휴식을 지켜주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어린 냥이의 등 무늬를 보면 검정과 노랑 반점이 찍혀 있었고, 머리는 카오스 형태로 실제 보면 무척 뽀얗고 귀여웠다.
전망쉼터에서 왔던 길 옆으로 데크길이 있어 거기로 걸어가자 전망대와 다른 방향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전망대가 있었다.
마치 바위 블럭을 쌓아놓은 것처럼 정상 표지석은 그 위에 외롭게 자리 잡았다.
봉수대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여기가 찐 정상이었다.
이제 차량이 있는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올라올 때엔 차량 출입을 막아놓은 아스팔드 도로를 따라 올라왔기 때문에 내려갈 때엔 숲길을 선택, 내가 좋아하는 나무터널이 길게 늘어진 길이라 폭염을 잠시 피할 수 있었다.
이제 부산과 작별해야 되는 시간, 떠나기 전 점심 식사는 퓨전일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창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범일교차로에 왔다.
북해도식 샤브샤브 식당이라는데 점심엔 단촐하고 간편한 메뉴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가성비가 괜춘했다.
종종 회사에서 규동을 시켜 먹는데 확실히 서울에 비해 가격도 조금 저렴했지만 나처럼 양 또한 중시하는 경우에도 적은 양이 아니었으니까 꽤 만족스러웠다.
사람이라면 무조건 꼬리가 헬리콥터가 되는 댕댕이의 모습을 끝으로 부산을 떠나 주왕산이 있는 머나먼 청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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