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이 반복되는 사이 내 감성의 갈증이 심해지기 시작할 때 즈음 잠깐의 여가를 이용해 상영 15분 전 아이폰으로 영화를 예매하게 되었다.
영화 선택의 고민은 전혀 없었으므로 속전속결로 진행, 커피빈에서 아메리까노 한 잔을 손에 들고 동탄스타CGV 10층 7관으로 고고~
영화는 문제작? 화제작? 그래비티였다.
그래비티(Gravity)? 중력이라..
티저를 봤을땐 우주로 튕겨져 나가는 라이언 스톤(산드라블록 역)의 거친 심호흡과 끝 없이 반복될 것만 같이 온 몸이 위아래로 회전하는 대책 없는 상황 뿐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는다는 건가? 싶었다.
박스오피스 강타를 한 게 최근 조용한 흥행을 거듭하는 조지 클루니와 산드라 블록의 티켓 파워인지 극강의 평점에서 보여 주는 스릴감인지 싶어 그 궁금증이 걷잡을 수 없었고 구글링을 해서 티저를 찾아 봐도 무슨 파편들로 우주선이 파괴된다는 것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결론은 작년 요맘 때 봤던 아르고(Argo)의 긴장감을 압도한다는 것.
시각적으로 이 영화의 대부분 장면들은 아름답고 평온하다.
지구와 끝 없이 펼쳐진 우주에선 극단적으로 소리도 없고 몸도 가눌 수 없다.
아무도 살 수도 없고 살지도 못하는 이 평온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평온하기만 하던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상반된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어 버리고 사운드조차 절제된 영화의 짧은 러닝 타임 내내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극한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기존 영화들 대부분이 채우던 효과음은 대부분 사라지고 홀로 사선을 유영하는 라이언 스톤의 여과 되지 않은 거친 숨소리가 그 음향의 공백을 대체하면서 어느새 내 심호흡도 거칠어 지다 산소가 부족한 씬에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영화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밤만 되면 내가 만들어 낸 심리적인 공포의 부담감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재연해 주면서 어느 시점에선 내가 지치고 체념에 길들여지기까지 했으니 이 영화의 관객 유린은 어지간하다.
중간 즈음에 라이언 스톤이 우주선 안에서 혼자 읖조리는 듯한 씬에선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유린당하면서 너무 긴장했다가 그 끈이 잠시 놓친 틈을 타서 졸음이 쏟아지더니 이제는 다가올 공포를 피하고 싶다는 간절함만 남았다.
영화가 끝날 무렵 라이언 스톤이 물 가 모래를 움켜쥘 때엔 내가 지금 바라는 간절함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나 끝까지 착각에 빠져 있었단 사실을 보더라도 난 이 영화에 엄청난 몰입을 했었고 그건 이 영화의 힘이었다.
가장 안전할 것 같았던 무중력 공간이 비웃기라도 하듯 견딜 수 없는 공포의 공간이었음을 반증하는 이 영화의 대부분 씬이 어찌 보면 그 공간에서의 탈출만이 유일한 살 길로 인정하는 동안 배우 못지 않게 나 또한 진공된 우주에 온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대책 없는 무능력이 한탄처럼 쏟아질 줄 누가 알았으랴.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꽉찬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임팩트 강한 깨달음과 함께 시종일관 제한된 장소에서 사선의 고비를 보여준 산드라 블록의 연기력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놀라움.
한 마디로 물이 올랐다~
그에 비한다면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역)의 비중은 액면상으로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리지만 쉼 없이 중얼대고 대화를 끌어 내려는, 억척스런 태연함과 오랜 유영에 의한 풍부한 경험이 라이언 스톤의 생존에 결정적인 여운을 남겨 버린다.
어차피 조지 클루니의 연기력이야 내가 인정한? 누구나 인정한 부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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