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수도권은 대낮부터 장대비가 내려 야외 스포츠도 우천으로 중단되었던데 반해 충주는 거짓말처럼 대낮엔 화창하다 16시를 넘겨서부터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17시 전후부터 장대비가 내렸고, 이른 저녁식사 뒤에도 부쩍 길어진 낮이 아직은 건재하여 비교적 가까운 수주팔봉으로 향했다.
역시나 장대비로 일찌감치 사람들은 떠나버렸고, 어차피 고속도로 상행선은 정체구간이 길어 천천히 둘러보며 남은 공휴일을 누렸다.
바람과 비, 그리고 구름이 함께 머물다 떠나는 자리, 충주에서 큰 골짜기만큼 진폭이 큰 휴일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먼저 왔던 사람들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 소나기로 인해 하나둘 자리를 떠나 차량 2대만 남았다.
비의 기세는 여전했음에도 바로 앞 전망대까지 다녀오기엔 무리가 되지 않아 우산을 쓰고 출발했다.
팔봉 사이 구름이 솜처럼 뿌려져 재잘거렸다.
비구름이 머물던 사람들은 몰아냈고, 숨어있던 운치는 초대했다.
출렁다리를 건너 인척에 보이는 전망대까지 다녀오기로.
전망대에 들어서자 수주팔봉 출렁다리 일대가 제 모습을 되찾았다.
늘 겨울에 오다 녹음이 낀 장면은 처음인데 겨울 못지 않게 멋졌다.
전망대에서 팔봉마을은 마치 육지 속의 섬처럼 보였다.
자연의 진면목은 대부분 멀어졌을 때 고개를 드는데 너른 시야와 안목을 충고하는 자연의 메시지였다.
전망대 오르는 길에 만났던 두 선생이 내려가는 길에도 우리를 보고 놀라 자빠졌다.
놀래킬 의도는 전혀 없어 얼른 자리를 비켜줬다.
새끼손꼬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어린 참개구리도 까무러치게 놀라 얼른 자리를 내어주고 더불어 충주와도 작별했다.
비교적 기나긴 소나기가 내린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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