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다녀오는 길에 굳이 크게 돌아 문경 봉명산 출렁다리에 올랐고, 소기의 목적인 주흘산의 자태를 관망하는 걸로 충분히 만족했다.
백두대간의 산줄기에 한 걸음 뻗어 나와 하늘로 우뚝 솟은 모습이 날서린 공룡 등비늘처럼 독특하며 위풍당당했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동안 한사코 따라다니며 가슴으로 감싼 지역의 매력을 속삭였는데 어느 누구든 팔불출이 되더라도 이유가 있을 법했다.
가고 싶은 곳은 넘쳐났고, 한정된 시간이 문제로소.
주흘산은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해발 1,106m의 산으로 최고봉은 영봉이며,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있어서 등산 전후에 문경새재 관광도 할 수 있다.
주요 등산로는 문경새재 방향으로 나있다. 주로 문경새재 1관문에서 시작하여 1,076m인 주봉까지 오른다. 주봉까지 가는 길에 여궁폭포라는 큰 폭포가 있는데 물이 많은 여름에 오면 지나가기만 해도 시원하며 엄청난 장관을 보여준다.
주봉에 오르면 문경읍내와 주변 마을, 산세가 시원하게 잘 보인다. 주봉이 최고봉은 아니지만 최고봉인 영봉보다 조망이 훨씬 좋기 때문에 주봉을 실질적인 정상으로 보기도 하고, 실제로 블랙야크명산 100 인증 프로그램에서 주봉만 올라도 인증받을 수 있다. 영봉은 GPS 및 통신이 잘 안 터지기도 한다.
주봉까지만 가는 등산객이 대부분이지만, 진짜 최고봉을 가기 위해 능선을 타고 30분정도 더 가서 영봉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 영봉은 주봉에 비해 수목이 울창하여 조망이 거의 없다.
1관문 기준 해발 약 250m에서 1,000m가 넘는 곳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에 절대 쉬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주흘산의 가장 멋진 봉우리는 주봉이나 영봉이 아니라 조곡관 뒤에 우뚝 솟아있는 부봉의 여섯 봉우리이다.
사진이 주흘산 부봉의 봉우리들인데, 멀리서 봐도 위압적인 기암괴석의 봉우리가 6개 암봉이 한 줄로 이어져 있어 험준한 암릉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2봉이 가장 높은 935m인데 각 각의 봉우리마다 정상석이 있었으나 몇 개는 소실되고 없어졌다. 밧줄과 쇠봉을 이용해서 오르내려야 하는 봉우리들이므로 중등산화를 반드시 신어야 안전하다.
1~6봉을 거친 후 동화원으로 내려오면 휴게소가 있고, 2관문으로 연결된다.
1관문에서 주봉, 영봉을 거치고 부봉까지 가서 2관문~1관문으로 시계반대방향 원점회귀 코스는 약 15km거리에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출처] 주흘산_나무위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출렁다리인데도 정보는 매우 빈약해서 주변을 몇 번 헤맨 뒤 찾긴 했다.
입구에 더본 외식산업개발원 외엔 딱히 포인트가 없었는데 늘 갈망하면서도 제대로 된 여정을 해 본 적 거의 없는 문경인 만큼 어차피 거쳐가는 온천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도보로 일대 산책을 해도 되겠다.
여기 도착했던 시각은 오후 4시 반 경, 약돌한우로 저녁까지 해결하려면 시간이 촉박해서 부득이 뛰다시피 계단을 올랐는데 조금 가파르고 계단길 외엔 선택지가 없어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비교적 가파른 계단을 뛰어올라 도착한 팔각정 전망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만으로도 멋진 문경읍과 그 너머 더 멋진 주흘산을 관망할 수 있었다.
이름하야 봉명정.
사실 봉명산 출렁다리를 찾게 된 계기도 주흘산의 특이한 산세를 감상하기 위한 거라 굳이 출렁다리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이곳 전망대에서 충분히 감상할만했다.
전망대가 해발고도 약 210m, 봉명산으로 오르는 시작점이 대략 150m라 고도차가 큰 편이 아닌데 아무래도 짧은 구간을 오르는 만큼 계단길이 가파른 편이라 무릎 연골의 역할이 크겠다.
문경읍을 감싸 안은 거대한 백두대간 아래 마치 수호신의 실체인 양 독특한 산세로 우뚝 선 주흘산은 이래 봬도 1천m가 넘는 산이었다.
막상 육안으로 보면 특이한 산세에 감탄하게 되는데 장례식장으로 출발할 때 애시당초 계획에 없던 문경이라 카메라를 챙기지 못해 부득이 아이폰 광학줌으로 당겨봤다.
2배 줌.
담장 위로 우뚝 솟은 형상의 1배와 달리 2배 줌은 확실히 주흘산에 포커싱 되었다.
언덕 위로 근육질의 산이 오똑 솟아 돋보였다.
3배 줌.
이제는 주흘산만 보여 주위 어떤 지형이 어떻든 오로지 주흘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좌측에서부터 우측 산자락까지 마치 손으로 직접 만지며 특유의 질감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산자락 울퉁불퉁한 근육질과 톱니처럼 하늘로 솟은 봉우리들은 월계관을 쓴 황제 같았다.
정말 독특한 형상이었다.
전망대를 지나 출렁다리까지는 야자매트가 깔린 완만한 산책로와 다름없었는데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았다.
다만 그 길은 문경읍과 주흘산 방면이 트여 있어 걷는 내내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을 설계한 사람도 이 지점에서의 정확한 매력을 간파하여 주흘산을 조망할 수 있는 나무 아래 벤치를 둬 길의 고유한 매력을 천천히 음미함과 동시에 가쁜 숨도 털어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피부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뙤약볕이 내리 꽂히던 날이라 유별나게 나무 그늘이 간절한 날이기도 했다.
이내 출렁다리에 도착.
출렁다리 타워도 꽤 높아 그 자체로 전망대라 해도 손색없었다.
4층으로 나눠진 출렁다리 타워에 오르면 비로소 출렁다리에서 보여지는 세상을 예견할 수 있었다.
뙤약볕이 워낙 따가워 햇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출렁다리라 자연히 찾는 사람이 적었다.
덕분에 느긋하게 걸음을 디디며 충분히 감상했다.
조망되는 주흘산의 모습이 거의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전망대인 봉명정에서 전면 관봉과 주봉이 산허리로부터 길게 허리를 늘어뜨린 모습에서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는데 봉우리 일대를 확대시켜 놓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 출렁다리가 텅 빈 채 미동도 않고 축 쳐져 있었다.
출렁다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스릴감에 멀리 보이는 주흘산을 비롯하여 끝없는 장벽처럼 늘어선 백두대간의 전경에 기분은 어떤 말로도 정의 내릴 수 없었다.
동서로 길게 쳐진 출렁다리에 서면 북쪽은 주흘산과 문경읍, 남쪽은 점촌 방향으로 향하는 벌판과 양옆에 한줄로 늘어선 산세였는데 남쪽 점촌 방향의 뾰족 솟은 낮은 산도 해발 고도가 720m라 백두대간 일대 산들의 규모를 유추할 수 있었다.
북쪽 주흘산의 좌측 계곡을 따라가면 문경새재인 이화령과 그 너머 우뚝 솟은 조령산도 보였다.
또한 동서로 늘어선 출렁다리를 지날 때 동쪽은 모노레일이 있는 단산이, 서쪽은 백화산이 보여 산에 둘러싸인 문경 들판은 험준한 산들이 껴안아 지켜주는 분지란 걸 알 수 있었다.
하나 같이 산세가 멋져 문경 여행을 오게 된다면 하루로는 어림없지.
출렁다리를 건넌 뒤 반환점에서 다시 돌아갔다.
멀리 끝을 알 수 없는 이어진 산세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백화산과 황학산, 그리고 바로 앞에 홀로 솟은 잣밭산이 보였다.
외형적으로는 워낙 개성이 강한 주흘산에 비해 평이해 보이지만 이들 또한 백두대간의 일부라 비교는 의미가 없었다.
산 아래 지나는 도로가 바로 중부내륙고속도로.
햇살이 그 어느 곳보다 따가운 것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주변 경관에 빠져 감각기관에서 압통은 일시적으로 마비상태였다.
까마득한 아래를 빤히 쳐다보자 거기에도 산책로가 보였다.
이렇게 봉명산 출렁다리와 그 주변 경관에 대한 이모저모를 감상, 사람들이 지르는 감탄과 공포의 소리를 뒤로 하고 오를 때처럼 서둘러 하산했다.
가까이 올려다보면 출렁다리 타워의 거대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봉명정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경들 못지않게 주변 경관에 용해된 봉명정 또한 멋지긴 매한가지.
걷는 속도를 높여 이동 시간은 단축했고, 관망 때의 걷는 속도는 줄여 느긋하게 감상.
약 30여 분 동안의 만화경을 즐긴 뒤 저녁 식사를 위해 점촌 방면으로 출발했다.
일대를 지나는 길이면 항상 들러 양질의 한우를 즐기는 곳으로 정육식당의 가성비도 좋지만 나오는 찬거리들도 아주 맛깔난 곳,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먹은 점심 이후 반나절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은 보상으로 포식을 했고, 더불어 집에 쟁여놓고 먹을 것들까지 한꺼번에 구입했다.
성묘, 장례식 조문에 이어 문경 봉명산 여정까지 기나긴 하루는 숨 가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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