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327

오징어 한 마리, 광혜원 만승짬뽕_20240809

점심 외식으로 찾아간 중화요릿집은 점심시간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만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자장면은 6천냥, 짬뽕은 1만냥?보통 두 메뉴의 가격차이가 1~2천원 내외인 걸 보면 4천원 차이는 뭐지?그 해답은 바로 오징어와 홍합이었다.국물은 짬뽕지존이나 홍콩 반점, 서울 몽중헌 짬뽕처럼 구수한 맛이 아닌 칼칼하고 조금 밋밋한 맛이라 내 기준에선 그리 추천할만한 곳이 못되나-짬뽕은 자고로 국물 아닌가!- 양과 건데기만큼은 푸짐했다.단체로 간 거라 짬뽕이 나오기 전에 탕수육과 팔보채, 깐풍새우를 애피타이저(?)로 먹어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라 양이 많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적은 양이 아니었다.과거와 달리 홍합이 많이 비싸진 식재료라 이렇게 푸짐하게 먹은 게 언제일까 싶었고, 특히나 오..

일상, 진천 광혜원 도서관_20240806

마련된 거처에서 멀긴 하지만 그래도 찾아간 도서관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쾌적한 건물이었고, 정갈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자 꽤 흡족했다.도서관 주차장은 지하 1층으로 1층에 이렇게 출입이 가능했고, 베란다처럼 주차장과 보건지소, 그리고 길 건너와 멀리 우뚝 선 아파트 단지를 조망할 수 있었다.그리고 1층에 사무실과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고, 일반 열람실과 학습실, 멀티미디어실은 2층에 있었다.그래서 1층에 출입할 일은 거의 없었다.1층에서 옆으로 빠져 나와 주변을 둘러볼 심산으로 우측 뒷편으로 걸어갔다.폭염으로 인해 금세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울창한 숲이 있다는 촉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바로 뒷편에 숲이 있긴 했지만 워낙 무성했고, 길이 없어 출입은 어려워 대충 둘러볼 정도였는데 그래도 이런 아담한..

츄르_20240710

녀석이 먹던 츄르가 갑자기 떨어져 서둘러 구입, 6가지 맛을 각각 4개입 6묶음씩 해서 총 144개를 받았는데 이렇게 사면 한동안 잊을 수 있어 하나의 걱정은 잊어도 되는 셈이었다.이렇게 녀석의 간식을 떨어지지 않게 쟁여놓는 이유는 녀석이 기껏 먹는 게 건식 3가지와 닭슴가살, 북어 트릿 그리고 츄르로 단순하기 때문.사람이라면 대안점이 있지만 녀석은 그런 게 없이 정해진 식성 내에서 충실하게 먹었다.가끔 괴기를 구워 먹거나 수육을 해도 녀석은 냄새만 맡을 뿐 먹질 않았고, 게 종류만 먹었다.그러니 딱해서라도 녀석이 먹는 걸 떨어뜨리지 않았다.

독립의 의지가 담긴 노작 문학관_20240616

노작 홍사용 문학관에 들러 소위 멍 때리며 덤덤히 파란만장했던 한 족적을 응시했다.글 속에 용해된 영혼들의 무거움을 작은 그릇으로 담을 수 없었지만 스미고 스쳤다.눈에 보이지 않고, 규정할 수 없어도 영혼에 물든 그 공간에서 그렇게 여름의 흥건한 땀 대신 글의 숭고함에 잠시 젖었다. 홍사용은 1900년 음력 5월 17일 경기도 용인군 기흥면 농서리 용수골 151번지에서 태어났다. 대한제국 육군헌병 부위를 지낸 홍철유(洪哲裕)와 어머니 능성(綾城) 구씨(具氏) 사이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무관학교 1기생으로 합격한 부친을 따라 백일 즈음에 서울 재동으로 이주했다. 8세 무렵 군대가 해산되자 다시 아버지를 따라 생가 인근 마을인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석우리[돌모루] 492번지로 내려온다.9세가 되었을 때, 후..

토속적이고 인정 넘치는 중독성, 정태춘의 '섬진강 박 시인'

섬진강 박 시인 - 정태춘 곡, 박남준 시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그리워 뒤척이던 밤 등불은 껐느냐 누옥의 처마 풍경 소리는 청보리밭 떠나고 지천명 사내 무릎처로 강 바람만 차더라 봄은 오고 지랄이야 꽃 비는 오고 지랄 십리 벗길 환장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 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법성포 소년 바람이 화개 장터에 놀고 반백의 이마 위로 무애의 취기가 논다 붉디 붉은 청춘의 노래 초록 강물에 주고 쌍계사 골짜기 위로 되새 떼만 날리더라 그 누가 날 부릅디까 적멸 대숲에 묻고 양지녘 도랑 다리 위 순정 편지만 쓰더라 순정 편지만 쓰더라토속적인 음색에 노래 자체를 시처럼 부르는 음유 시인 정태춘의 은 10여 년부터 잊을만하면 듣는 곡 중 하나로 앨범..

부산의 모던한 무인 카페, 스페이스 예_20240609

부산에 도착하여 성대한 저녁 차림으로 원하는 메뉴를 묻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돼지국밥이란 말에 덩달아 일행으로 오신 분도 원치 않게 소소한 저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범일동 일대는 묘하게 두 시대가 공존했는데 활발한 재개발과 더불어 골목길엔 미로 같은 지난 시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경계엔 화사한 꽃들이 이질적인 풍경이 어울릴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했다.거리 조경을 관리하시는 공공기관에서 좀 전에 손질을 하셨는지 싱그러운 물방울이 남아 해가 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을 굴절시켰다.부산에서 돼지국밥 집을 찾는 건 김서방 찾는 격인데 그중에서 신갈에 있는 밀양돼지국밥-예전에 몇 번 갔던 기억이 있어-을 찾았고, 내부 리뉴얼이 되어 말끔해졌다.식사 대접 받았으니까 커피는 내가 대접해야 되겠는데 ..

밤 10시에 유일한 선택지, 익산 우가양평해장국_20240608

평소 학교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이번엔 시간이 촉박해 강의를 마치면 바로 익산으로 넘어갈 계획이라 차를 이용했고, 강의를 끝냄과 동시에 강남순환로-서해안고속도로에 올려 김제에 도착했다.김제에서 지인을 태우고 익산에 도착한 건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그 시각까지 으~리를 지키기 위해 굶고 있었던 녀석과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건 고사하고 문을 연 곳조차 찾을 수 없다 10시 정도에 드뎌 발견, 24시 해장국 식당이었는데 생각보다 넘나 괜춘한 걸!뼈다귀 해장국을 시켰는데 우거지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는 데다 맛도 괜춘, 양도 괜춘.대체적으로 익산 김치가 내게 맞는지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고, 뼈다귀는 꼬리 쪽의 퍽퍽한 살이 아닌 쫀득한 부위였으며, 국물은 스원했다.

냥이와 제비의 열렬한 환영, 충주 홍두깨칼국수보쌈_20240515

내 이름은 만두.난 우측 뒷다리 하나가 없어.그래서 급할 때 다른 닝겐들처럼 민첩하게 뛰거나 피하지 못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집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게 미소를 날려주고, 따스한 손길로 나를 대해줘.나도 사람들이 좋아.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도 어느 하나 큰 소리를 내거나 위협하지 않거든.난 늘 부족한 게 없어.밥도 적당히 채워져 있어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심심할 때엔 뒤뜰에 벌레며 가끔 사람들이 함께 놀아줘.그래서 난 누군가 맛 좋은 걸 주는 것보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나에 대한 삐딱한 편견만 없었으면 좋겠어.기생과 공생을 모르는 닝겐들이 아직 많더라구.집사는 내게 있어 세상이며, 나 또한 그들의 희열이거든.그럼 다음에 나를 보러 오게 된다면 나지막이 내 이름을 ..

어버이날 연례 외식, 디새농원_20240505

어버이날 외식 장소로 찾은 곳은 주위에 이런데가 있었나 싶을 만큼 한갓진 곳이었는데 때마침 퍼붓는 비가 작은 골짜기의 우수를 더욱 증폭시켰다.저녁 시간이 되어 줄지어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을 보면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장소였는지 주저 없이 일련의 동선을 답습했고, 달달한 음식 대신 근교의 숲속 기분에 충실한 게 더 호소력이 강렬했다.청승 부르스로 비를 좀 맞긴 했는데 정원 잔디밭에 내리는 비의 연주 소리가 꽤 감미로웠다.농원에 도착할 무렵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졌다.그래서 더욱 운치 작렬하던 곳, 꽤나 너른 마당에 다양한 테마를 새겨넣었다.미리 예약한 덕에 밖이 잘 보이는 룸에 자리를 잡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다만 지나치게 단맛으로 치우쳐 입은 즐거울지 모르나, 그 단맛에 대한 거부감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