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1 16

대중적이고 친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동탄 보나카바_20240414

김제에서 동탄까지 날아온 동상, 그래서 뭔가 특별한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입맛에 후회는 없어야 되겠는데 녀석의 입맛을 잘 알기 때문에 주저 없이 보나카바로 예약을 했다.서울에서 태어나 어릴 적 원주로, 학교는 충주로, 회사는 오산으로, 다시 회사가 전부 이전하면서 김제로 기구한 삶(?)을 사는 녀석이지만 워낙 해외 출장이 잦고, 회사 내 입지가 괜찮아 심적 안정이 느껴졌다.근데 거구인데도 불구하고 가리는 식재료는 어찌나 많은지.예전에 익산 일해옥-여기 완죤 내 스탈-에 데려갔다 쥔장의 한 마디에 삐칠 정도로 마음도 여리지만(?), 가리는 식재료는 무궁무진한데 특히 범용으로 사용되는 계란과 파는 거부했다.일해옥에서도 계란과 파를 빼고 달라는 말에 쥔장께서 "뭐든 다 잘 먹게 생겼는디 워째 가리는 게..

냥이_20240413

집에 녀석과 단둘이 있었는데 눈을 감고 잠이 든 순간부터 이튿날 일어난 순간까지 녀석은 나한테 붙어 있었다.현실판 악몽이라면 털뭉치 해삼이 내내 붙어 있는 것.왜냐, 자다가 뒤척이는 순간에도 암흑 사이로 녀석의 실루엣이 끼어 들어 깜놀했다.근데 묘하게도 그게 싫지 않았다.잠들기 전 가슴 위에 붙어 있던 녀석이 잠을 깬 순간에도 가슴 위 제자리 마냥 붙어있었다.심폐소생술을 깨우친 털뭉치 해삼이었다.

기나긴 여정의 끝, 안동 학가산온천_20240412

돌아서는 길은 늘 허전한 지 석양의 뒷모습 또한 그렇게 쓸쓸할 수 없었다.근래 물가 대비 온천을 통틀어 6,500원이란 수를 본 게 얼마 만인지.착한 가격 때문이라도 좋은 인상만 남을 수밖에.안동학가산온천은 천년고찰 광흥사를 품에 안은 학가산의 동남쪽에 위치하며, 조선 세조 때에는 길 떠난 중앙관료나 일반인들이 여행길에 쉬어가는 두솔원이 있던 자리였습니다.학가산 줄기 지하암반 690~940m에서 용출되는 깨끗한 수질과 하루 1,325t의 풍부한 수량으로 1,200여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입니다. 알카리성 중탄산나트륨형 온천으로 수질이 부드럽고 온열에 의한 진정작용이 있어 특히 혈액순환, 신경통, 불면증, 피로회복 등에 좋습니다.특히 수면방에 설치된 산소공급기는, 분당 8ℓ의 산소를 발생..

정감 어린 간이역, 군위 화본역_20240412

군위를 떠나기 전 마지막 여정은 화본역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이 한몫한 곳이었다. 그런 걸 보면 문화 컨텐츠의 위력은 문명의 파도에 떠밀린 간이역을 특별한 존재로 재탄생시킬 만큼 파급력은 실로 어마했다.화본역은 중앙선의 철도역으로 대구광역시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에 소재한 역으로 국가철도공단 공식 소개 문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소개되었다. 인근 지역에서는 여객열차 역보다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며, 군위 거주자나 철도 동호인이 아닌 이상 아예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4년 이후에는 실제로 더 이상 열차가 정차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중앙선의 복선 전철화와 함께 선로가 산성면 윗동네인 의흥면으로 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의흥면 ..

역사는 잠들고, 봄은 분주한 화산마을. 화산산성, 하늘/풍차전망대_20240412

꽃잎이 떨어지듯 기나긴 봄 여정의 꽃망울도 시들었다.돌아가는 길에 내륙 깊이 은둔한 도로를 경유하여 군위에 들러 포토 스팟으로 종종 고개를 내밀던 풍차 전망대에 들러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 견고히 살아가는 세상과 더불어 화본역도 덩달아 들렀고, 잔잔한 들판 아지랑이 공백을 유영할 때 어디선가 시선을 유혹하는 도화 물결도 만났다.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역사의 애잔한 그늘에선 무심히 진달래 하나 슬픈 역사를 기리는데 그 무심한 역치는 얼마나 깊은지 성곽의 돌무더기는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지만 자연은 봄이불을 덮어 쓰라린 상흔을 어루만져 흉터도 지우고 있었다.아직 남은 벚꽃 구름의 눈발을 쫓아, 산허리 넘실대는 진달래를 쫓아 떠난 여정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흘러가 버리고, 인간이 애써 이룩한 역사의 처절한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