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 26

한적한 남한강변을 거닐다_20191001

여느 마을마다 주변 지형지물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명과 이름을 달아 놓은 걸 보면 옛사람들은 세상 모든 걸 의인화 시키고 동격화 시켜 생명이나 자연을 함부로 경시하거나 차별을 두지 않았다.심지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들판의 바위에도 닮은 것들을 유추시켜 이름을 달아 놓았고, 부를 때도 마치 사람처럼 친숙한 어법을 사용했는데 그렇게 자연스레 배운 것들을 구전으로 남겨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과 어울려 공존공생하는 방법을 말문 터지듯 습성으로 익혔다.마을을 한 바퀴 크게 돌며 지형과 그런 친숙한 우리말에 재미난 동화를 경청하듯 세세히 들으며 반 나절을 보내고, 혼자 자리를 떠나 부론으로 넘어 갔다.사실 흥원창으로 갈 계획을 세웠지만 어중간한 여유를 갖다 보니 확고한 목적지를 정한게 아니라 결정 장애를 겪었고..

새벽 이슬_20191001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텅빈 것만 같은 시골 마을의 새벽 공기를 마주했다.아직 여명 조차 서리지 않은 새벽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뉘적뉘적 여명이 암흑을 깨치고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허공을 서서히 밝히기 직전의 시각이라 아무런 인적도, 날벌레도 없는 이 자리에 서서 이슬 내음이 살짝 실려 있는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신기하게도 가로등 하나 밤새 불이 들어와 위안이 된다.이 빛마저 없었다면 멍한 암흑에 얼마나 심심하고 적막 했을까?마치 황망한 대해에서 만난 등대처럼 이 빛이 내려 쬐이는 곳을 거닐며 세상에 동등하게 뿌려진 대기를 찬찬히 훑는다.처음 이 자리에 섰을 당시 같은 자리에 가로등이 있었지만 시간의 굴레처럼 빛 바랜 전등이 힘겹게 뿌려대는 빛도 지금처럼 의지할 곳 없는 대해..

일상_20190929

귀가 길에 메타폴리스 정류장에 내려 따사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산책 삼아 집으로 걸어간다.휴일 답게 메타폴리스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거닐며 가을 구경이 한창이다. 메타폴리스에서 분수대를 지나 창조교로 걸어가는 도중 여러가지 화사한 가을 꽃이 만발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가까이 다가가 몇 가지 꽃밭 사잇길로 걷자 가을이 실감나는 맑은 햇살과 바람 내음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스타벅스에 들러 작은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복합문화센터까지 걸어 갔는데 야외음악당엔 언제나처럼 공연이, 특히 하모니카 경연 대회로 선율까지 넘치던 하루다.

생일빵_20190928

30일이지만 그 때가 월요일이라 생일빵을 미리 하고 식사를 나눴다.햇살 눈부신 주말이라 메타폴리스에 사람들이 꽤 많았고, 특히 아이들이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활기차게 뛰어 다니는 모습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그러던 사이 다른 사람들은 미리 예약된 빕스에서 기다리고 있느라 허기진 뱃가죽을 잡고 기도 드렸다는 후문이 있었다. 빅사이즈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좀 별로.겉이 바싹해서 좋긴 한데 스테이크 자체가 좀 팍팍하여 입안에서 와닿는 느낌은 그리 훌륭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알게된 샐러드바 중국 국수-뭔지 생각 안나네-는 조합에 따라 면을 제외하고 칼칼한 향이 좋았다.근데 예약하지 않아도 될 뻔 한 게 좀 일찍 가서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 배석했고, 후에도 간간히 빈 자리가 보인데다 빕스를 나설 때 웨이팅..

천리 행군?_20190924

하루 동안 천리 행군 저리 가라다.학가산에서 출발하여 원래 목적대로 대구, 봉화를 거쳐 집으로 갈 심산인데 단순하게 직선길로 가는 것도 아닌지라 고속도로와 꼬불꼬불 국도를 종횡무진 했다. 학가산 휴양림을 빠져 나와 예천IC로 가던 중 어등역 이정표를 보고 핸들을 돌려 반대 방향길로 접어 들어 처음 들어본 시골 간이역에 잠시 들렀다.멀찌감치 차를 세워 놓고 혼자 걸어 어등역에 다다르자 굳게 문이 닫혀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폐역이었다.이런 모습의 간이역은 참 익숙한데 깔끔하게 덧칠해진 외벽은 왠지 이질감이 든다. 어등역 바로 앞은 이렇게 작은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 너머 마을로 접어 들기 위해선 작고 낡은 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얼마나 발길을 외면 받았는지 다리는 위태롭고 다리 초입은 수풀이 무성하며, 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