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31 3

첫 기억_20170505

내가 태어난 곳이 이 건물로 이용소 뒷편의 자그마한 방이었단다.장소는 알고 있었지만 얼마 전 내가 태어난 곳이란 걸 처음 알게 되었고 방문 했을 당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아주 어릴 적, 뛰어 놀던 이 동네 풍경은 여전히 자잘한 파편으로 나마 기억 창고에 있건만 굳게 닫힌 문과 빛 바랜 간판은 모든 걸 체념하고 시간에 묻혀지길 기다리고 있었다.짧은 꽃무늬 반바지를 입고 동네 아이들과 거리를 활보하던 중 자전거에 치여 오마니의, 큰누나의 등에 업혀 끙끙 앓던 소리를 간헐적으로 뱉어 내던 모습은 지독히도 생생히 남아 있다.이 동네는 어느덧 시간의 탈을 갈아엎고 이 도시에서 최고의 부촌으로 거듭났건만 여전한 시간의 흔적은 지우지 못했다.그 덕분에 내가 태어난 곳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지도 모르겠다.8월 둘..

내겐 좀 특별한 물통, 바이오탱크_20170505

가끔 다니는 여행에서 불현듯 밀려드는 갈증은 악어와 악어새, 피부와 모낭충 관계처럼-부적절한 비교일 수 있으나- 필론의 공생관계다.정신을 잠시 주머니에 넣고 주변 (신선한) 생소함에 몰입한 채 여행을 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밀려 오는 갈증을 막는 딱 하나의 방법, 걍 약수터에서 물 한사발 들이키면 마치 꿀을 풀어 놓은 듯 무척이나 달다.그 단맛과 속 시원히 가려운 곳을 긁어 주듯 갈증을 단번에 해소해 주는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 오려고 창고 속에서 빛바랜 물통을 끄집어 내었는데 워낙 오래 쳐박아 둔 탓에 물통 뚜껑을 열자 환경호르몬 삘 나는 악취가 진동을 한다.이 물통은 내게 참으로 특별했던게 음성 금왕의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엄청시리 고마웠던 은사께서 정수기 대용으로 이 물통을 선물해 주셨고 그 아릿다..

비슬산의 유가사_20170504

이튿날 일찍 꽁지 불 난 사람처럼 냉큼 일어나 분주히 외출 준비를 하곤 오마니께서 가고 싶으시다던 청도 한재길로 출발했다.가는 길에 청도읍 추어탕을 먹고 갑자기 든 커피 욕구에 지도를 검색, 청도휴게소에 투썸이 있어 커피 한사발 마시겠다고 고속도로를 타고 뎁따시 큰 걸루 하나 사서 밀양에 내려 국도를 타고 한재길로 접어 들었는데 온통 미나리 컨셉이다.청도 단미나리가 유명하다고?한재길을 타고 한참을 들어 갔는데 끝도 없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미나리 식당이며 하우스가 들어차 있어 하염 없이 올라가자 인가가 끊기고 급격한 오르막길이 나와 잽싸게 차를 돌려 다시 도로를 거슬러 내려 갔다.그러자 자그마한 하우스에 한 어르신이 미나리 씻으시는 모습을 보곤 차를 세우자 오마니께선 하우스로 들어가시고 난 길 가장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