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 9

석가탄신일, 만의사 나들이_20160514

석가탄신일에 개 끌려 가듯 오마니께서 가끔 들리시는 만의사에 들러 어부지리로 살랑이는 봄바람에 총각 가슴 들썩이게 한다.무신론자라 종교를 위해 사찰이나 교회에 찾아 간다기 보다는 그 한적함이 좋아서, 오래된 것들이 살포시 한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마치 어떤 방해꾼들에게 조차 묵언수행의 결단을 보여 주는 그 인내심에 눌리는 기분이 속세에선 쉽게 느낄 수 없다지?요즘은 좀 뜸하지만 몇 년 전에 가끔 찾던 용인 백암의 오래된 교회도 목사님과 같이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와 그 낡은 교회의 삐걱임이 좋았었다.근데 사찰의 경우 문명과 조금 떨어진 지리적 잇점 땜시롱 일상의 치열한 전투가 마치 영속적인 휴전에 돌입한 쾌감도 은근슬쩍 느낄 수 있잖나.나는 카메라와 음악 도구만 챙기고 따라 나서는 석가탄신일 만의사 길~..

일상_20160507

흐린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이내 화사한 봄 햇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휴일, 여전히 특별한 여행보단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에 의지해 둘러 본다.활동에 딱! 좋은 계절인 만큼 평소보단 거리를 늘려 잡았는데 볼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큰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당초 계획을 가뿐히 통과 했단다.오산천을 따라 갈 수 있는 최남단을 돌아 다시 올라 오는 길에 만난 반가운 친구가 있어 사진으로 담아 두었다. 어릴 적에 많지 않은 주전부리 중 하나로 우리는 삐삐라고 했었는데 표준말은 뭐당가? 여물지 않은 꽃대(?)를 살짝 쪼개면 솜털이 익기 전의 달콤한 맛이 축축히 베어 있어 요맘때 산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곤 했었던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어 보는 순간 반가움에 사진부터 찍어 댔다.이런 가공된 고수 부지에 있을 줄..

일상_20160505

잔뜩 흐린 어린이날 저녁, 장 보러 다녀 오는 길에 여명을 쥐어 짜내듯 해가 지고 나서 고요한 거리의 풍경 이제는 겨울 잔해가 완전 자취를 감춘 풍경이다.무거운 하늘과 달리 활동하기엔 안성맞춤이라 이런 날을 골라서 경쾌한 음악을 끼고 동네를 둘러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은 짱! 지나치는 사람들의 점점 가벼워지는 옷차림을 보노라면 이제 봄이 떠나는 걸 아쉬워해야 하나?적당히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하루였다.

일상_20160430

4월의 마지막 날.캐캐묵은 공기를 떨치듯 봄바람이 제법 세차다.허나 그 세찬 바람이 전혀 차갑다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도리어 뺨에 닿는 느낌이 우울한 사람마저 기분을 맑게 정화시켜 주는 느낌이 좋아 바람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오산천으로 향했다. 오산 초입에 작은 정원이 가꿔져 있고 각종 허브가 살랑이는 바람에 손짓을 하며 유혹한다.슬로모션으로 짧은 동영상을 찍었는데 당채 어디 숨어 있나 몰라 사진만 한 장 덩그러니 올려 놓았지만 그 날의 청량감은 이 한 장 만으로도 충분히 회상 된다.혼자 기분이 한껏 도치된 휴일이자 4월의 마지막 날을 감상하며~

베란다 정원에 새식구_20160417

봄을 타고 들어온 베란다 정원의 새식구가 훈풍과 따사로운 일광을 먹고 자라 어느덧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렸다.평소 이런게 있나 싶을 정도로 내 싸랑을 받을 겨를 없긴 했지만 나른한 휴일 오후에 보고 있노라면 너무 잘 자라 내게 미소 지으며 윙크하는 그 모습이 참 대견해서 가끔, 아주 가~끔 이렇게 사진으로 찍어 둔다. 이 녀석은 꽃이 참 특이하다.육안으로 봤을 때 이게 꽃인가 싶은데 자세히 보면 꽃 모양을 띄고 있으며 전체적인 컬러가 슷비슷비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뿐.옆에 지지대는 집에서 쓰던 나무젓가락이구먼.여타 꽃처럼 화려한 컬러만 없다 뿐이지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한 경의로움은 말해 모해. 요염한 자태~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빛깔은 마치 공들여 만들어 놓은 조화 같다.약간 노출 오버가 되는 바람..

선거날_20160413

봄의 정점에 국회의원 선거날.덕분에 이 좋은 시절을 푸근히 누릴 수 있구나, 하여 얼른 한 표를 행사하고 가까운 동네 산책으로 봄을 만난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 탐스럽게 익은 볼그레한 벚꽃 송이송이들의 유혹에 참지 못하고 들어가 담아 둔 몇 장의 사진들 퍼레이드.겨울이 만들어 놓은 여백과 새롭게 탄생하는 숨어 있던 색상이 공존하는 봄은 이런 매력이 있어 흔히들 기다리나 보다.피어 나는 그 새로운 색상엔 향이 불거져 나오고 그 이끌림에 분주한 소리들도 빠질 수 없지.게다가 겨울에 익숙해진 폐부에 느껴지는 훈풍은 이 모든 늘어진 감각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땅에 붙어 쉽게 지나치기 쉬운 꽃들은 관심이 없더라도 어디선가 열심히 그 매력을 발산 중이다, 성숙해 지기 위한 통과 의례로 꽃 잎을 떨구고 본격적인 도..

봄이 익어가는 마을_20160409

올해 다짐한 것들 중 하나가 오마니 모시고 가끔 여행 가기.여행은 좋아하시는데 가는 건 겁내신다.그 말쌈이 무언고 허니 우리 나라 지천을 보시면 늘 감탄사 연발하시면서도 여행 후 유형의 결과물이 없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그래도 여행을 좋아하시는 반증은 막상 길을 떠나면 잘 따라 오시며 아주 유심히 주위를 감상하신다.그래서 봄이 한창 익어갈 무렵, 간소하게 준비해서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났다. 토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점심 무렵 도착, 끼니를 해결한 후 경산으로 향하던 중 금호강변에 제법 규모가 큰 꽃밭을 발견했다.어차피 완벽한 목적지와 경로를 집착하지 않는다면 여기도 여행의 일정 중 하나로 급조할 수 있는 고로 차를 세우고 꽃의 군락지로 몸을 날렸다. 나즈막한 키로 땅바닥에 붙어 소리소문 없이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