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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호텔의 이색적인 경험_20200505

신천지 코로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대구에 무수히도 많은 시민들이 속절없이 피해를 보고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될 무렵 회사 복지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궁금증을 불러내던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건 학창 시절 스승을 직접 뵙기 위함이었다. 전날 저녁에 도착하여 리조트 입구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자 이쁜 경차가 내려와 가족을 싣고 미리 예약된 숙소로 이동하는데 산중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겉과 완연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캐리어에 갇혀 있는 보따리를 풀고 홀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자 차로 이동할 때와 또 다른 조경과 불빛이 어우러져 산길을 산책함에도 지치기는커녕 쾌속으로 지나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 숙소는 산속의 고급스런 통나무집처럼 나무향이 그윽하고, 한옥 쪽문을 연상시키는 후문이 있어 가족은 마..

고민 끝, 렌즈 영입_20180913

2015년 8월에 후지카메라에서 렌즈 대여 이벤트를 개최하며 이 녀석을 처음 만났다. 줌렌즈지만, 전 구간에서 조리개 2.8이라...실제 렌즈를 대여해서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었다.가격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내께 아니면 왠지 편하게 사진을 찍지 못할 것만 같은 결벽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허나 허접하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후지카메라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 내면서 쨍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함께 표현하는 능력이 있어 위시리스트에 올려 놓고 늘 눈팅만 하다 현재 보유한 렌즈의 한계를 참지 못하고 질렀다.그냥 겁나! 허벌나게! 억수로! 좋다.역시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게 렌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실력과 열정이다.

신선이 노니는 다리_20180909

선유교라 하여 낙동강 상류에 절경을 끼고 있던 다리를 지나치기만 하다 처음 건너 보게 되었다.이미 최상류 지역인 석포에 제련소가 있어 그리 맑은 자태는 없지만 여름이면 레프팅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조금만 하류 방면으로 내려가면 청량산과 안동 도산면에 인접해 있는 곳이다. 강이 만들어 놓은 절경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구문소라는 특이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만큼 실력은 정평이 나 있어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다.물살은 유연하고 유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굽이치는 곳마다 바위산을 도려 내어 산이 감추고 있는 태초의 속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굽이치는 강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선유교가 있어 흔들바위 만큼의 스릴보다 편안하게 절경을 감상하는 용도에 가깝다. 봉화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

깊은 산속_20180908

여울은 맑기만 하고, 바위에 자욱한 이끼는 푸르기만 하다. 가을 장마 여파로 모터 펌프에 모래가 가득 들어차 물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그렇다고 여울에 내려가 샤워를 하기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버틸 재간이 없고, 그냥 넘어 가자니 찝찝함에 버틸 재간이 없다.하는 수 없이 저녁에 큰누님 뫼시러 영주역으로 가는 길에 사우나에서 해결해야겠다. 주위에 널린 수풀은 곤충들의 은신처이자 삶의 터전이라 가까이 다가가면 온갖 벌레들, 거기에 벌까지도 바글바글하다.내가 이땅에 의지하며 살아가듯 벌레들도 예외는 아니다.평소 느끼고 생각치 않았던 삶들이 이곳에 오면 숙연해 진다.

산중의 새벽_20180908

해가 뜨기 직전의 가을 하늘은 차갑다.유난히 말벌이 눈에 많이 띄는데 밤새 10마리 정도 잡은 거 같다.이른 새벽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슬에 젖어 힘을 쓰지 못하고 기절한 말벌들 확인 사살 때문.그러다 시골 깡촌의 새벽 정취에 도치되어 버렸다. 동녘 하늘에는 아직 일출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하늘에 거대한 비늘이 끼어 어디론가 바삐 흘러가고 있다. 감각대를 끼우고 발치에 흐르는 여울에 장노출 했다. 풀잎과 밤새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스피커에 이슬이 아롱다롱 매달려 조잘거린다. 집에서 2년 동안 자라다 올 여름부터 새로이 자리를 튼 흙이 궁합에 맞는지 소나무는 부쩍 자랐다.섭씨 11도로 9월 초 치곤 제법 서늘한 산중 오지에 어떤 문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밤..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

일상_20180826

기록적이고 맹렬하던 폭염의 기세가 이제 꺾인걸까?태풍 솔릭 이후 계속된 강우와 서늘한 바람에서 가을을 속단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루한 더위가 계속된 여름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동녘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청명한 여명과 서늘해진 바람이 가을로의 착각에 빠져 봄직한 설렘이기도 하다. 점심은 깔끔하게 잔치 국수로~ 저녁 귀가길에 만나는 초롱한 일몰과 장엄한 노을은 폭염에도 견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진정 응원하는 징표 같다.

하늘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고_20180816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흘러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마음과 발걸음이 무겁고 아쉽다.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늘엔 무거운 구름이 낮게 쳐져 있고, 그 힘겨움으로 백두대간에 걸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주를 거쳐 안정, 풍기로 가는 활주로 같은 도로는 흐린 날이지만 맑은 공기로 탁 트인 대기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멀리 장벽처럼 늘어선 백두대간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그 틈바구니 낮게 패인 곳이 죽령이다.넓은 평원처럼 백두대간까지 산이 거의 없는 지형을 그대로 그어 놓은 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차에서 잠시 내려 구름이 걸린 백두대간은 마치 가야 될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란 예견처럼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졸음이 쏟아져 꼭 쉬어가게 되는 천등산 휴게소에 들러 뒤뜰을 걸으며 졸음을 털어..

가파른 산에 의지한 고찰, 청량사_20180815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자 햇살이 거침 없이 눈 부시다.더불어 집 앞에 있던 개울은 여전히 맑고 폭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얼음장처럼 차갑다.올 여름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반해 여긴 무심한 듯 일정 수량을 유지하며 밤새 이 공간을 물소리로 가득채우고 지칠 줄도 모른다.아침은 대충 때우고 마음으로만 다짐하고 있던 청량사 가는 다짐을 실행 시킨다. 아침에 일어나 여울에 다리를 담그자 이내 찬 고통이 발끝에서 부터 신경을 따라 심장으로 전달된다.워낙 폭염에 찌든 여름이라 그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발을 빼게 된다.아침은 간편하게 해결하고 모두 집을 나서 청량사로 향한다. 청량사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청량사를 향해 올라 가는데 워낙 길이 가팔라 오마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