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자 햇살이 거침 없이 눈 부시다.
더불어 집 앞에 있던 개울은 여전히 맑고 폭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얼음장처럼 차갑다.
올 여름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반해 여긴 무심한 듯 일정 수량을 유지하며 밤새 이 공간을 물소리로 가득채우고 지칠 줄도 모른다.
아침은 대충 때우고 마음으로만 다짐하고 있던 청량사 가는 다짐을 실행 시킨다.
아침에 일어나 여울에 다리를 담그자 이내 찬 고통이 발끝에서 부터 신경을 따라 심장으로 전달된다.
워낙 폭염에 찌든 여름이라 그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발을 빼게 된다.
아침은 간편하게 해결하고 모두 집을 나서 청량사로 향한다.
청량사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청량사를 향해 올라 가는데 워낙 길이 가팔라 오마니는 금새 무리가 되시는지 주차장 옆 팔각정에 남기로 하신다.
여타 다른 사찰과 달리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임에도 무서울 정도로 가팔라 20~30분 정도 걷는 길에서 5분 만에 의지를 접으신다.
안타깝지만 오마니는 그대로 계시기로 하고 얼른 다녀 와야지.
가던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서 있던 길 옆에 절벽이 있고 그 바위 절벽 위가 가던 길이 앞에서 굽이쳐 이 절벽 위를 지나 간다.
사진에서는 규모를 짐작할 수 없지만 결코 포장된 길을 가는 것도 만만한 게 아니다.
힘겹게 걸어 올라간 청량사는 절에 가까워 한 차례 급한 경사길을 올라야 하는데 마치 힘든 통과 의례를 겪은 자에게 주는 선물처럼 꽤나 큰 규모로 짜야져 있다.
절도 급한 산세에 얹혀져 있어 경사가 만만한 게 아닌데 그럼에도 사찰의 경관에 취해 힘든 이동의 고통을 잊어 버렸다.
청량산의 멋진 산세가 사찰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어 눈을 돌리는 어느 곳 하나 평이한 곳은 없고, 접근이 힘든 만큼 산사의 적막과 고요는 머무르는 내내 엄중하고 경건하여 발소리 조차 아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디뎠다.
강한 햇살과 폭염의 위세로 그늘이 아닌 곳은 온 몸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는데 특히나 이 자리에 섰을 때 대청마루 같은 바닥은 뜨겁게 달궈져 내딛는 걸음마다 발바닥에서 타들어가는 열기는 상당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경관에 압도당한 나머지 감탄이 고통을 완전 잊게 만들었고, 카메라 렌즈를 여는 순간 어디서 어디로 찍어야 될지 혼란스러워 셔터를 누르려다 다시 일어나 자리를 다시 잡은 기억이 가득하다.
가져간 렌즈는 18mm 뿐이라 한꺼번에 담고 싶은 욕심을 충족하지 못해서 늘 아쉬어 조금 옮겨서 다시 담고, 그러다 아쉽게 담겨지지 않은 풍광에 다시 초점을 잡기 일쑤였다.
이래서 렌즈를 제대로 챙겼어야 했는데.
내려가는 길에 생수 한 모금은 꿀맛이긴 해도 폭염에 노출된 상태라 그런지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기록적인 더위를 탓해야 하나 아님 구조 변경을 한 약수터를 탓해야 하나, 하지만 이렇게 멋진 경관을 앞에 두고 갈증해소 하는 성취감이 어디야!
오마니 걱정에 얼른 자리를 털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인데 나비 한 마리가 길에 붙어 날아 가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 달란다.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빙그르르 방향만 돌릴 뿐이다.
크기도 꽤나 크지만 색깔과 무늬도 너무나 이뻐 사진으로 담는데 마치 자신의 특출난 외모를 나에게 자신 있게 뽐내고 있는 자세다.
산사의 경관이 미려해서 그 산과 사찰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의 외모가 빼어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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