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91029

사려울 2019. 11. 21. 03:24

하루 여유를 부려 정처 없이 동탄을 방황했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 부쩍 짧아진 낮을 실감케 했고, 일찍 찾아오는 밤에 쫓기듯 잰걸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 다녔다.



올 가을은 그리 자주 다니지 않아 가을색이 만연해지는 이 거리를 잊고 지냈다.

아직 계절 옷을 덜 입어 은행나무 가로수조차 연녹색으로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여느 지역의 가을처럼 금새 물들었다 낙엽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터라 틈틈히 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다.



오산천 산책로를 밟기 전, 가을이 이제 막 젖어들기 직전이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계절에 둔감하다.




전날 내린 가을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심적인 여유가 충만한 가을처럼 누가 볼새라 금새 달아나 버리던 빗방울은 아직 풀입 위에 남아 여유를 부린다.



인공 여울은 갈대 세상이 되어 약하게 하늘거리는 바람을 타고 출렁인다.



강인한 만큼 늘 활짝 웃어주는 민들레 한 송이가 좁은 틈을 기반으로 외롭게 꽃망울을 틔웠다.



나무 터널은 조만간 헐벗을 귀띔처럼 점차 색깔도 바뀌고, 바닥을 덮은 낙엽도 늘어 난다.



나무 사이 분주하게 그물을 짜던 거미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가올 겨울에 대한 계획으로 골똘하다.



까치집에 걸린 석양.




올해 살짝 늑장을 부리는 가을은 호수 공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 까치 한 마리가 산책로에 날아와 앉더니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성큼성큼 거리를 두고 멀리 달려 나간다.



자욱한 낙엽의 가을 정취로 인해 매년마다 찾는 이 자리는 아직 설익은 계절이라 예상했던 만큼의 단아한 풍경에 이르지 못했다.






사랑의 교회 뒷편 저류지 공원은 늘 이렇게 텅빈 채 계절의 정취만 자욱하다.

자전거를 즐기던 때엔 두 다리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와 함께 어느덧 부쩍 자란 나무들이 소리소문 없이 가을 옷을 입고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지나는 길에 이 멋진 구도를 담아 보지만 명암차가 극명하여 노출 오버 됐다.

뭐, 꼭 하루만 이 장면을 볼 예정은 아니라 이렇게 담는 것만으로 의미를 두자.



올해 전반적으로 가을이 지각이라 한 편으로는 만날 수 있는 날들이 하루라도 더 있다는 위안이 되지만 첫 추위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한꺼번에 추풍낙엽이 되지 않을까에 대한 쓸데 없는 우려도 반반이다.

활동하기 좋은 시기라 그리 짧게 걷지 않았지만 피로감은 없고, 날이 거듭될수록 짙어지는 가을 정취의 기대감은 증폭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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