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해결하고 미리 훑어본 지도의 잔상을 따라 찾아간 곳은 만경강 하구의 정취를 지대로 누릴 수 있는 망해사다. 가는 길은 그 유명하고도 유명한 김제평야의 드넓은 평원을 한참 지나 바다와 맞닿을 무렵, 도로에서 한적한 우회길로 빠지자 작은 언덕을 넘어 한눈에 평원과 그 평원을 가르는 만경강이 들어찼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이 바로 망해사였다. 망해사는 여느 사찰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요지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 한적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적과 문명의 소음이 없었고, 사찰 한 가운데 도드라지게 자리 잡은 나무의 위세는 다른 모든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사찰에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석탑이나 종은 나무를 위해 존재하는 한시적인 동반자 같았고, 평원을 가르는 만경강은 이 자리에 서 있는 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