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19

노작박물관 뒤 무장애길_20160312

노작박물관 뒷편에 반석산으로 오르는 무장애길이 생겼단다.누님네와 오마니 모시고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해치우고 소화도 시킬 겸 찾아 갔더랬지. 무장애길?하나의 고유 명사로 생각했건만 장애가 없단 뜻이었다.계단이나 둔덕이 없어 휠체어로 오를 수 있단 건데 군데군데 평탄한 데크를 두고 벤치를 설치해 놓은 만큼 잠시 쉴 수 있는 배려가 참 좋다.게다가 굳이 길을 벗어나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 먹고 훼손하겠다는 거시기 빼곤 주변 경관을 그대로 둘 수 있어 훼손의 우려도 많이 줄어 들거고, 그래서 길게 보면 보존된 자연을 대대손손 남녀노소 두루두루-이건 성어가 아니군- 동등하게 감상할 수 있잖아.가족들 데리고 갔더니 나 보다 더 좋아한다.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아-길게 되면 돈을 쳐발라야 된다지?- 딱!..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오는 계절을 기다리듯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은 변명하지 않더라도 늘 남기 마련이다.순리에 따르는 자연을 내가 좋다고 붙잡은 들 길들여진 내 충동이 늘 감동 받을 순 없는 노릇인걸, 소중한 건 가까이 있던 일상의 모두가 잠시 떨어져 있을 때 깨닫는 만큼 욕심으로 저울질 하는 건 얄팍한 잣대일 뿐이며 우매한 타협에 채찍질만 하는 것. 겨울의 미련 같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겨울이라는 편견으로 봄의 흔적을 갈망하면서도 제대로 찾지 않는다.그러나 어딘가에 분명 봄은 와 있을 거다. 그러다 촉촉히 내린 비에 봄을 마냥 기다린 사람처럼 우산에 의지해 행여 소식을 좀 더 일찍 들을 새라 비 내음을 더듬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영양에서 부터 동행한 솔방울의 씨앗이 잊고 있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어느새 보드라운 흙이불을..

겨울도, 눈도 끝물_20160228

그래도 여전히 겨울이다.기습적으로 찾아 오는 매서운 추위와 퍼붓는 눈은 영락 없이 '아직 겨울이거덩!' 항변하듯 풀어 놓은 긴장의 허술한 빈틈 사이로 매섭게 파고 든다.퍼붓는 눈이야 그래도 이내 녹아 버리니까 이쁘게 봐줄만 한데 추위는 말 그대로 복병한테 허를 찔리는 기분이 든다.사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음에도 이미 추위에 대한 긴장의 끈을 한풀 늦춰 놓은 탓에 스쳐지나는 추위도 매섭게 느껴지두마 결국 큼지막한 눈송이를 펑펑 떨구어내는 눈 내리는 휴일, 추위를 이겨볼 심산으로 카메라와 음악을 들려줄 스피커를 챙겨 눈구경 산책을 떠났다. 눈 송이 자체도 들쑥날쑥인데 큰 건 목화솜 통채로 뿌리는 정도?다행히 날이 포근한 편이라 내리는 눈으로 생긴 눈꽃들이 먹는 빙수-여전히 먹는 이야기에 몰입-처럼 사각거리..

늦겨울에 눈발을 맞으며 둘레길을 거닐다_20160214

오래 지나버린 기억을 뒤틀고 짜맞춰야 되는데 난감하다. 그냥 두자니 그 때의 감흥을 남겨 두고 싶고 제끼자니 찝찝하고 거시기한 이 기분.분명히 기억 나는 건 나름 휴일 기분을 내자고 산책을 망설이던 때,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얕게 나마 눈발이 흩날렸다.아직은 내 가슴에 순수한 동심(?)이 남아 있어 날리는 눈발을 보곤 후다닥 준비해서 고고씽~당시 유별나게 반석산 둘레길 탐방이 잦았던 만큼 이 날도 반석산 둘레길로 올라가 매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곳곳을 아이폰 사진으로 기록해 놓았구먼.기습적인 눈과 함께 바람과 추위가 함께 온 휴일이라 대낮 둘레길의 인적은 거의 없어 음악을 곁들여 마음껏 활보하면서도 편하게 내가 사는 고장을 감상할 수 있었고 그 여유가 사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반석산자락 노인공원에 도착..

올해 첫 꽃_20150328

이제 완연한 봄이란건 내가 느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봄의 대명사이자 전령사 역할을 하는 꽃의 만개일 거다. 그 중에서도 온통 황막한 겨울 풍경을 뚫고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게 아름다운 빛깔을 거만하게 뽐내는 진달래와 사군자로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계신 매화가 되겠지.때마침 시나브로 봄이 세상에 안착하려 할때 귀띔해 주는 이 두 꽃이 눈에 띄이는 시기라 내 개인 차, 자전차를 몰고 주위를 훑어 보러 나갔다. 뭘 저리 보고 있나 했더니?? 새들이 편하게 쉬라고 낚시 금지 구역을 만들었더니 낚시하는 사람들.여기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으면 어김없이 새들은 없거나 여기서 뚝 떨어져 자기들끼리 눈치 보며 유영하더라.그럼 이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닭?지능과 하는 폼은 새지만 날지 못하니까. 틈새에 민들레 한 송이..

독산성 세마대_20150228

집 가까이 있어서가 아니라 동탄 일대에서 자연이 옹기종기 모여서 별 탈 없이 지내는 곳이 독산성이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갔던 곳인데 이번엔 모처럼, 그것도 트래킹 대신 편안한 산책거리를 찾다가 집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으니 안부차 함 둘러볼까? 일전에 다녀올때 몇 가지는 기록에 남겨 둔게 있긴 하니까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구먼.`초여름의 신록, 오산 독산성 세마대를 가다.', `야심한 밤에 찾은 보적사',`20140423_다시 찾은 야심한 보적사', `20140525_비 오는 날, 독산성 산책'이렇게 간간히 독산성을 다녀오긴 했지만 작년 여름부터 급격한 귀차니즘으로 올초까지 생각도 없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때마침 찾아온 기회를 이용해 몇 장 남겨둔 사진이 있다. 언제나처럼 보적사에서 진입했고 동쪽 시계 방..

한글날_20141009

지난 주 비교적 긴 연휴를 보내고 이내 맞이하는 또 다른 연휴인 한글날. 직장인들이야 휴일이 많아서 펑펑 쉬면 좋겠다마는 긴 연휴 후의 후유증이란...그래도 쉴 때는 뒷 걱정 안하고 편하게 쉬면 장땡인데다 그 시간이 넘 좋아.딱히 집에 청소 대충하고 후다닥 나온다고 티워니 빠뜨리고 왔더니 그 허전함이 컸지만 아이뽕으로 공백을 만회하는 수 밖에... 베란다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들어서자 꽃잎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몇 장 다른 꽃들도 찍어 두긴 했으나 유일하게 만족스런 사진이라 요 선수만~ 휴일엔 공무원도 휴일이라 이런 낚시 현장도 가능한가 보다.여기가 철새나 텃새들이 찾는 자리라 좀 보존해 줬으면 싶은데 이기적인 인간의 단상이다.쓰레기도 참 다양화시키고 공공질서도 보란듯이 조소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일상_20140927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려는 나. 허나 지나고 나서 보니 평범했다 ㅠㅠ 가을 약방의 감초이자 때론 굳은 일도 도맡아 얼굴마담 역도 능수능란하게 소화시키는 갈대와 가만히 수직으로 뻗어 있는 갈대는 너무 어색할까 싶어 옆으로 살짝 제껴 주시는 바람 덕분에 누가 봐도 가을로 보이는 전경들이다.노작 공원을 지나 앞마당처럼 드나드는 산책로의 가을 풍경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 처음 사진을 담았던 주위를 맴돌며 몇 장을 찍는 사이 어느새 하루를 환하게 비추던 태양도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 궁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태양을 쫓아 어거지로 잡아 보채듯 마지막 포즈를 취하게 했더니 싫은 기색 없이 `짜잔' 해가 완전히 기울고 나서 밤이라 가을의 정취가 있을까 싶어 이리저리 배회해 봤고 시시때때로 ..

숨가쁘게 달려가는 시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약속이지만 마치 앞만 보며 질주하는 차에 탄 사람인 양 앞만 유심하게 보다 보면 간과해 왔던 나머지 부분이 소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어느새 내 눈엔 여름보다 가을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한가위 연휴를 숨가쁘게 달리고 잠시 숨을 고르듯 연휴 이후 첫 주말은 그간 먼 거리에 대한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도시 전체가 조용하다 못해 서산의 일몰조차 미세한 소리가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다.그 소리의 아름다운 선율을 먹고 자란 이 들판은 곧 가을 옷을 갈아 입겠지? 서편하늘을 기웃거리던 해도 지쳐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낮이 짧아 지자 덩달아 주말도 짧아진 느낌이다. 철새처럼 약속 장소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는 구름들은 유독 휴일의 여유라는 렌즈로 인해 ..

한가위 연휴 다섯째 날

항상 늘어지는 길고 긴 황금 연휴이자 2014년 한가위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쉬는 날은 왜캐 잘 가는 거시여!!! 연휴의 마지막 날 답게 차분한 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가을이 찾아 올 무렵의 남아 있는 여름처럼 공원 곳곳의 사람 발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면 어김 없이 녹색 잡초가 빼곡하고 가을 채비를 해야 될 나무들조차 아직은 조바심을 전혀 느낄 수 없다. 한달음에 동탄국제고 뒤 탄요공원까지 내닫는 동안에도 가을의 소식은 뜸했다.다만 하늘은 이미 가을 단장을 끝냈는지 높고 화창하다 못해 햇볕조차 전혀 방해 세력 없이 따갑게 내리 쬐고 있었다. 이따금 지나거나 공원에서 정신 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은 그런 계절의 감수성을 뛰어 넘어 그저 주어진 시간을 즐길 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