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46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옥정호_20191010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목..

생활 가까운 옥정호, 전망대 오류를 범하다_20191009

미리 이실직고 하는데 이날은 제대로 헛다리 짚은 날이다.옥정호와 국사봉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채우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온 생활 속 버르장머리 없는 습관으로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을 제대로 못 본데다 만나기로 했던 형과 빠듯한 약속 시간으로 도착해서도 대충 둘러본 잘못을 어이 말로 다 설명하리.그저 어디를 가나 큰 저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디로 왔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결국 이 모든 미덕(?)의 근원은 게으름이라 지나와서 후회해 본들 뭔 소용 일까? 국사봉이라는 간판을 보고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전망대 삘 나는 국사정이라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이 트여 있는 경관에 감탄사는 연발했다.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괜한 감정을 자극하여 자그마한 ..

긴 여름의 시작_20190601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시간은 6시반을 훌쩍 넘겨 호수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길이 더 꼬였고, 7시가 넘어 만나게 되었다.호수 주변에 꾸며진 공원의 테마는 제각각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고, 걷기 알맞은 날씨라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았다.불과 초봄에 왔을 때만 해도 호수는 텅비어 있고 공원엔 싸늘한 바람만 불었는데 그게 얼마 지났다고 완전 다른 세상의 풍경이다. 호수변 수변생태식물? 늪지? 같은 곳으로 진입해서 통화를 하며 걷는데 서로 이야기 하던 종착지가 달라 거기로 걷는다는 게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걷게 되었고, 그럼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내가 찾아가는 게 수월하다고 판단하여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약속 장소에 조우했다.호수 서편에 위치한 레이크자이 테라스하우..

무주에서 구름처럼_20190430

아침에 무주를 거쳐 끝 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을 따라 적상산으로 향했다.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멋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1천m 이상 고지는 보통 산의 무리들이 뒤섞여 있건만 적상산은 혈혈단신이라 무주 일대와 사방으로 늘어선 첩첩 산능선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한참을 올라 도착한 적상호 옆 적상산휴게소에 다다르자 거대한 물탱크를 살짝 개조한 전망대가 있어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따라 어렵잖게 올라가자 사방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늘어선 백두대간이 있다.대호산, 거칠봉 방면으로 보자면 거대한 장벽처럼 시선을 막고 있는 백두대간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구름에 쌓인 덕유산 봉우리는 특히나 우뚝 솟아, 가던 구름조차 걸려 버렸다. 적상산으로 올라온 길이 산 언저리를 타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_20190421

산책로와 야경, 호수 전망이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 호텔이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이용, 아니 애용해 왔던 레이크 호텔은 낡은 시설에 비해 이 정도면 관리가 잘 되었다.비록 회사 복지프로그램 덕에 부담 없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자리를 별로 가리지 않아 전망 좋고, 조용해서 딱! 내 스타일이다.음악을 동행시켜 잠시 야경을 밟는 느낌이란 씹을 수록 단 맛을 꾸준히 뽑아주는 칡뿌리 같다고나 할까? 숙소에 짐을 풀고 스피커와 카메라만 챙겨서 나와 호텔 뒷편 호숫가 산책로를 찾아 전망 좋은 팔각정에 자리를 잡았다.깜깜한 밤이라 뚜렷한 전망을 기대하기 보단 넓고 잔잔한 거울 같은 호수 주변에 불빛을 뿜어 대는 형형색색 등불이 호수에 잔잔히 반영되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호숫가 특성상 날벌레들이 벌써 눈에 띄지만 ..

산이 품은 호수를 날다, 청풍 케이블카_20190421

퇴근 후 뒤돌아봄 없이 곧장 고속도로를 경유해 남제천IC를 거쳐 청풍호에 다다랐다.연일 미세 먼지의 습격이란 내용이 빠지지 않는 가운데 신념을 달랠 순 없기에 계획대로 강행을 했고, 칼을 뽑았으면 돼지 감자라도 잘라야 되는 벱이다 싶어 미리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도 잠시 미뤘다.비록 제천에 터전을 잡고 있는 청풍호와 석양이 뿌옇게 바래도 가슴에 새겨진 기억을 뒤덮을 수 없듯 정교하게 새겨진 이 아름다운 기억에 기대어 먼지는 잠시 눈을 무겁게 하는 졸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모노레일의 마감 시각이 좀 더 빨라 케이블카 운행 시각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렀고, 다행히 넉넉하지 않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늘 지켜 보기만 했던 비봉산에 오를 수 있었다.크리스탈 버전의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고 바깥 풍경을 감상..

벚꽃 명소, 충주 호반_20190415

계명산은 고도상 아무래도 벚꽃이 조금 늦게 피는 걸 감안한다면 평지에선 이미 벚꽃이 질 시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목이라 충주댐 벚꽃 명소를 찾았고 생각보다 남아 있는 벚꽃이 많았다.이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은 충주가 벚꽃이 질 무렵이라 발길이 어느 정도 뜸해졌는데 도리어 많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것보다 꽃잎이 조금 지더라도 한적한 게 쉬엄쉬엄 둘러 보기 편했다. 댐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차량을 세워 두고 조금 걸어서 길 끝까지 도착했고, 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벚꽃이 아직도 화사한 기품을 유지하고 있었다. 계명산과 달리 벚꽃잎이 역시나 많이 떨어졌고, 여전히 진행형으로 한 차례 바람이 불면 눈발이 날리는 것처럼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꽃잎이 많긴 많은게 바닥 자..

봄 내음 물씬한 계명산 휴양림_20190414

4월 14일.마지막 애달픈 미련의 벚꽃이 남아 절정의 봄이 떠나는 귀띔에 따라서 떠날 채비를 했다.강원도, 경기도 지형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충주, 그 중에서 급격한 산지가 시작되는 계명산에서 떠나려는 봄 마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절정의 시간들을 보냈다.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할 지언정 숭고한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억지는 동의할 수 없다.또한 자연을 소유하는 건 건방진 우매일 뿐.계명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자리를 풀고 해가 진 뒤 길을 따라 산책을 다녔다. 호수와 마을이 어우러진 곳, 그 곳에 밤이 찾아 오자 야경 또한 함께 어우러진다. 충주 시내를 갔다 휴양림으로 찾아가는 길에 계명산 언덕을 오르면 어느 순간 호수와 산이 펼쳐진 전경이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떠돌다 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야경과 ..

일상_20190407

동네에 태동하는 봄소식들.활동하기 적당한 날씨에 산책을 하면서 봄 꽃 위주로 둘러 본다. 엥간히도 성격 급했던 철쭉은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의 구성원 중 하나다.집을 나서 퍼렇던 영산홍 무리에서 이 녀석이 도드라져 보일 수 밖에. 강한 생명력에 화사함까지 갖춘 민들레는 오산천 산책로로 가던 중 가로수 아래 조그만 틈바구니에서 활짝 꽃잎을 열었다. 오산천 산책로에 다다르자 동탄에서 벚꽃 명소가 되어 버린 만큼 서서히 만개할 채비를 마쳤다.처음 묘목 수준이던 신도시 탄생 당시, 여긴 텅빈 공간이나 진배 없었다.그러다 동탄 탄생 10년이 넘고 덩달아 묘목들이 자라 성인이 되자 그만큼 나무의 키 훌쩍 자라고, 가지가 늘어나 꽃이 필 때면 뽀얀 안개처럼 화사해지고, 그와 더불어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 이제는 동탄의..

안동 호반 휴양림_20190322

전날 밤에 안동시내에서 찜닭 메뉴로 저녁을 해결한 뒤 호반 휴양림에 도착해서 혼자 깜깜한 밤중에 호반 인근 산책로를 걸었지만 주변 불빛이 전무한 상태라 이튿날 일찍 일어나 휴양림 내 숙소 부근을 산책했다.전날 내린 비가 대기를 깨끗하게 가꾸어 놓았던지 청명한 봄이 호수 주변에 파릇하게 자라나고, 바람에서 느껴지는 봄 내음은 일상에 찌든 사념을 망각 시키는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 봄이 올 때 막연히 찾아 오는 설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 마냥 기다림이 즐겁다.단출한 외투 하나 걸치고 산책을 나서게 되면 대지에 젖어 드는 봄 내음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구름 위의 손오공처럼 공중부양의 착각에 빠지더라도 행복 뿐이다.언제나 뒷모습보다 다가오는 기다림이 반가운 건, 조바심으로 가슴 속 인내심이 터지는 꽃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