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에 안동시내에서 찜닭 메뉴로 저녁을 해결한 뒤 호반 휴양림에 도착해서 혼자 깜깜한 밤중에 호반 인근 산책로를 걸었지만 주변 불빛이 전무한 상태라 이튿날 일찍 일어나 휴양림 내 숙소 부근을 산책했다.
전날 내린 비가 대기를 깨끗하게 가꾸어 놓았던지 청명한 봄이 호수 주변에 파릇하게 자라나고, 바람에서 느껴지는 봄 내음은 일상에 찌든 사념을 망각 시키는데 지대한 도움을 줬다.
봄이 올 때 막연히 찾아 오는 설렘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 마냥 기다림이 즐겁다.
단출한 외투 하나 걸치고 산책을 나서게 되면 대지에 젖어 드는 봄 내음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구름 위의 손오공처럼 공중부양의 착각에 빠지더라도 행복 뿐이다.
언제나 뒷모습보다 다가오는 기다림이 반가운 건, 조바심으로 가슴 속 인내심이 터지는 꽃망울처럼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즐거운 놀이를 기다리는 아이의 조바심이 아름답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아쉬움이 숙연하다.
산중 호반이라 아침 저녁 기온은 제법 서늘한데 그로 인해 3월 하순임에도 산수유꽃은 한창이다.
매화조차 아직은 만개한 꽃보다 봉오리가 더 많아 여전히 절정의 봄을 위해 웅크리며 기다리고 있다.
이거 참 오랜 만에 본다.
숙소에서 호반 가까이 내려가 전날 밤에 제대로 못 본 주변을 둘러 보던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전날 묵었던 숙소는 한 가족이 함께 지내는데 넉넉한 공간과 아늑한 분위기를 제공해 줬다.
바로 옆 집에 다른 한 가족이 지냈음에도 서로 생활 소음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앞서 호반 휴양림 방문에서 처럼 각별한 풍경이나 특징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호반의 봄 내음과 그 평온함은 언제든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경험 덕분에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 모든 근육은 마비되어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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