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무주에서 구름처럼_20190430

사려울 2019. 8. 31. 02:26

아침에 무주를 거쳐 끝 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을 따라 적상산으로 향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멋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1천m 이상 고지는 보통 산의 무리들이 뒤섞여 있건만 적상산은 혈혈단신이라 무주 일대와 사방으로 늘어선 첩첩 산능선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한참을 올라 도착한 적상호 옆 적상산휴게소에 다다르자 거대한 물탱크를 살짝 개조한 전망대가 있어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따라 어렵잖게 올라가자 사방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늘어선 백두대간이 있다.

대호산, 거칠봉 방면으로 보자면 거대한 장벽처럼 시선을 막고 있는 백두대간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구름에 쌓인 덕유산 봉우리는 특히나 우뚝 솟아, 가던 구름조차 걸려 버렸다.




적상산으로 올라온 길이 산 언저리를 타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적상산 최고봉인 향로봉도 구름이 숨겨 두었구만.




무주에서 길을 따라 적상산으로 뻗어 있는 구부정한 길이 보인다.

정말 한참을 오르고 올라 도착했고, 이 길의 종착지 중 하나인 전망대에서 보면 길이 왜 가파르고 길며, 구부정한지 알 수 있다.



오르는 길에서 살짝 동쪽으로 틀어 보면 대호산 방면까지 시선을 틀기 전, 금강의 젖줄과도 같은 무주호가 보인다.


장엄한 백두대간은 구름도 쉬이 넘지 못해 산봉우리에서 잠시 쉬어 간다.

사방에 널린 것들은 고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사연이 가벼운 것조차 전혀 없다.

덕유산의 산세를 바라 보자니 숙연해 진다.

그토록 작은 것들에 마음을 조이고 기운을 허비한 시간들이 너무 크다.

산은 그저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때론 대담해지거나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

작은 반응을 아낀다고 해서 무관심은 아니니까.





전망대를 떠나 인척의 거리에 있는 안국사에 도착했다.

사찰은 금새 사람들이 뱉어 내는 소리에 소란스러워 졌다 이내 사라지고 적막이 남는다.



적상산자락에 터전을 잡고 있는 안국사는 적상산성이 주위를 둘러 싸고 공존공생하는 형국이라 최후의 보루 같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구수한 사투리를 쓰시는 분들이 삼삼오오 몰려 왔다 금새 자리를 털고 빠져 나가자 이내 산사의 진중한 사찰로 다시 돌아 온다.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이 소란스러울 만큼 고요한 사찰 인데 돌무더기 작은 틈이라도 민들레가 활짝 팔을 벌리고, 그 가슴가슴으로 꿀벌들이 분주히 포옹 하느라 여념 없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풍경 소리가 짙은 여운 만큼 깊은 봄의 향내가 인상적인 안국사에서 돌 틈으로 솟구치는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쫓아내고 주변을 둘러 보다 전망대로써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안렴대로 걸어갔다.



적상산성 너머 덕유산은 여전히 구름 속에 자취를 감췄다.

구름이 백두대간을 넘는 것조차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 이왕이면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세상을 살피며 쉬고 있나 보다.




안렴대로 오르는 길은 높은 고지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완만한 길과 이런 아릿다운 야생화들이 광범위하게 피어 피로를 느낄 겨를이 없다.

게다가 안국사에서 거리도 가까워 조금 걷다 보면 이내 멋진 전망을 가진 안렴대에 도착한다.



안렴대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면 적상산 최고봉인 향로봉이 보인다.

좀전까지 구름에 가려 있던 향로봉은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 고도에 있어 얼핏 안렴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적상산을 기준으로 전망대가 북에서 동쪽을 걸쳐 남동쪽까지 멋진 전망이 가능하다면 안렴대는 반대쪽인 북서에서 서쪽을 걸쳐 남서쪽까지 멋진 전망을 안고 있다.

안렴대에 올라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남북으로 뻗은 거대한 골을 따라 도로와 작은 마을들이 펼쳐진 이 장면인데 백두대간이 거대한 산세로 장엄하다면 서쪽은 첩첩이 펼쳐진 산세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장엄하다.

거기에 더해 높은 고도로 인해 봄이 힘겹게 산을 타고 올라 오는 장면도 압권이라 하겠다.

이제서야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봄에 피어나는 신록이 산 중턱에 머물러 있는 걸 보면 계절이 바뀔 무렵 이중적인 계절을 감상할 수 있겠다.

가을이 되면 거꾸로 산봉우리에서 절경이 번져 나가겠지?



안렴대 정상에서 인상적인 건 절경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고목도 있다.

냉혹한 추위와 뿌리를 내리기 힘든 악조건을 극복한 자태 답게 나무는 대책 없이 휘어지고 꺾여 있지만 어떤 나무들보다 바람과 일기에 유연한 모습일 수 있다.



안렴대는 바로 이런 바위 절벽 위에 있어 위험한 댓가로 절경을 품을 수 있었나 보다.

얼마 되지 않는, 지각한 봄이 반가워 많은 꿀벌들이 동분서주하는 안렴대에 올라 따사로운 햇살에 잠시 볕을 쬐며 적상산이 선사한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하고 산을 내려왔다.

이렇게 멋진 곳이 적상산에서 전망대와 안렴대 뿐이겠나마는 시간은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아 자근히 왔던 길을 밟으며 산을 내려 왔다.

오던 중 적상산의 또 하나 유명지, 천일폭포를 만났다.




호수 아래 주차를 하고 산쪽으로 안내하는 길을 따라 잠시 걷자 폭포의 낙수가 만든 연못이 가장 먼저 반긴다.

길은 이 연못을 둘러 다시 산쪽으로 뻗어 있는데 폭포는 이내 만날 수 있다.









폭포는 언뜻 눈에 잘 띄이지 않고, 어디선가 희미하게 소리만 들린다.

허나 찾기 어렵지 않아 이끼와 바위가 깔린 작은 골을 시선이 쫓다 보면 특이한 폭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출입이 가능 했다는데 이제는 먼 발치에서만 볼 수 있는 천일폭포는 마치 거대한 바위를 날카로운 칼로 베어 놓은 듯 거대한 바위에 패여 놓은 물길을 따라 폭포수가 떨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의 접근이 없었다는 반증으로 빼곡한 나무와 더불어 온통 겹겹이 쌓인 이끼와 촘촘하게 뻗은 칡넝쿨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쉬운대로 멋진 위용을 가진 천일폭포를 먼 발치에서 나마 구경하고 내려 오며, 망원렌즈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들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멋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적상산은 뒤섞여 있는 보통의 산 무리와 달리 혈혈단신이라 무주 일대와 사방으로 늘어선 첩첩 산 능선을 어렵잖게 조망할 수 있다.

발치에 타고 올라 오는 산줄기는 복잡한 골과 각양각색의 생명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능선을 따라 지나는 바람의 소리는 단순히 사물에 부딪혀 긁어 내는 소리와 태생적인 차이도 실감한다.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역사적인 의미가 부여된 라제통문도 욕심낼 수 있건만 '다음'이라는 아쉬움으로 삼키는 것도 곤혹이라면 곤혹인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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