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41

추억을 걷다_20170419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 졌음에도 나는 주제 넘게도 무리한 여행 계획을 세웠고 비웃기라도 하듯 출발하는 저녁 시간부터 계획이 어그러져 1박의 여행은 그저 한적한 곳에서 잠이나 자고 오는 반쪽 짜리가 되어 버렸다.게다가 출발하는 이른 저녁 시간에 기습적으로 내린 비는 사실 가는 길조차 나의 단념을 부추겼으나 평일 한적한 시간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던 만큼 강행의 깃발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이번 만큼은 게릴라식 여행이라 3주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하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평일의 혜택은 모든 숙소가 단기 비수기라 아쉽긴 해도 주말 휴일에 비해 저렴하다는데 위안 삼아야 했다.충주 켄싱턴 리조트는 그나마 집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행 기분을 충족하면서 이동 거리가 짧은 곳인데다 충주는 이미 ..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두나_20170410

숙소로 잡아 놓은 휴양림 통나무집으로 돌아와 오마니께서 손주를 데리고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난 10년 만에 찾은 계명산 휴양림 숲길을 걸으며 해가 지기 전 잽싸게 사진 몇 컷을 찍기로 했다.할머니께 터지기 시작한 말 문에 굳이 찬물 끼얹을 필요도 없고 가끔 가는 여행에 대한 피로도가 일찍 쌓여서 두 분을 두고 혼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가을 하늘 만큼 높고 청명하던 충주의 하늘은 마치 호수를 마주 보고 펼쳐 놓은 바다인 양 깊고 드넓었다.안타까움이라면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서둘러 계명산 숲길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떨어진 콩고물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 거리며 비탈진 산으로 향했다.계명산 휴양림 숲길은 10여년 만에 왔건만 통나무집은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산책로는 완전 달라졌다.(..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하나_20170410

입대를 앞둔 조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2년 동안 세속을 떠나 있는데 아이폰이나 플스를 가져봐야 개밥에 도토리고 그렇다고 생까기엔 삼촌으로써의 밑천이 다 드러나 가슴에 양아치 추억만 남길 거 같았다.근데 유형의 상품만이 선물은 아니잖나?특별한 선물이라면 추억도 괜춘한 방법인데다 가끔 내가 가는 여행에 이 녀석도 싫은 내색 없이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고 가고는 싶으나 또래가 없어 혼자 뻘쭘함을 감당하기 거시기해서 망설이다 포기했던 경우도 있었다.그래!때마침 철 좋은 봄날 세상 구경 같이 하자 싶어 오마니 뫼시고 바다처럼 탁 트인 느낌과 강원도 산간 오지 느낌도 낭창하게 누릴 수 있는, 충주호가 발치에 내려다 보이면서 가파른 첩첩 산들이 모여 있는 충주 계명산 휴양림으로 결정했어. 출발 ..

계명산 만추_20071117

동면에 들어간 나무처럼 하드디스크 안에서 오랫 동안 잠자고 있던 사진들 중에서 8년전 요맘 때 충주 계명산에서 찍은 만추의 전경이 있었다는 사실**+ 멋진 가을이 계명산에 놀러 온다는 걸 알고 통나무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지형의 등고차가 심해 충주호를 바로 발치에 두고 있는 휴양림이기에 호수와 그 너머 크고 작은 무수히 많은 산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 늘 여긴 예약이 쉽지 않다.2007년 11월 17일이면 토요일인데 아마도 16일 금요일에 통나무 집에서 하루 기거하고 다음 날 계명산 산책로를 따라 눈으로 그 빼어난 자태를 기억으로 쌓아 두었을 거다. 통나무 집 안에서 창 너머 바라 본 충주호는 바로 발치에서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어 자칫 폭탄주 쳐묵하고 까불면 바로 굴러서 충주호수를 만질 수 있을..

추억의 사색 2015.11.18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충주 봉황휴양림에도 아직은 가을 내음만 나고 정취는 느끼기 쉽지 않았으나 조용한 나만의 휴식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로 피로를 달래곤 일어나 보니 햇살이 전형적인 가을 답게 모든 걸 태울 듯 따갑다. 이번 숙소는 가장 안쪽에 들어서 있는 통나무집인 다래넝쿨집이라 아주 깊은 산중에서의 하루를 보낸 착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아늑했다.약간의 우풍을 느낄 정도로 가을 아침답게 약간 서늘했지만 해가 뜨고 금새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현관을 나와 봉황휴양림을 나서는 첫 발걸음에 이렇게 넓직한 뜰을 한 장 담아 두곤 출발. 주위에 다른 여행지를 뒤로하고 바로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달려와 트인 전경을 바라 봤더니 녹조가 어마무시하다.예전에 혼자..

집들이 가며 월악산 보며_20150801

3월 봄소식처럼, 모처럼 만난 음성/충주 지인들의 좋은 소식을 듣고 무더운 여름을 피하듯 집들이 행차하셨다. 음성 생극이라는 곳에 사는 형이 새로 둥지를 튼 곳은 충주 수안보 부근이라 다시 집결 전보를 뿌리곤 한달음에 달려 갔다.모이기로 했던 시간보다 넉넉하게 도착한 덕에 잠깐의 짬을 이용해 월악산 송계계곡으로 가서 맑은 하늘 아래 월악산을 담았다. 역시 피서철의 절정이라 계곡은 피서객들이 빼곡한데 그래도 월악산의 빼어난 산세를 보노라면 인파가 북적대는 고행의 길도 나쁘진 않아. 3월초 감곡에서 만난 후 5개월 여 만에 만난 형은 홀로 이곳 양계장으로 독립해 꽤 정착한 듯 보였다.형수의 크나큰 응원으로 결단을 할 수 있었다는데 원래 말씀이 별로 없던 형수의 밝아진 모습에서 표현하지 않았던 작은 행복의 새..

가족 나들이_20150620

새해 둘째날(새해 첫 외출_20150102) 이후 가족 여행이 뜸하기도 했고 지난 여행에서 돌아올때 능암 뒷산 언저리에 있던 콘도미니엄도 궁금해 하길래-난 예전 하일라비치 리조트일 때 가봤었다- 작심하고 미리 예약, 이 날만큼은 울가족들 단결력은 수소결합보다 더 견고하다.한치의 낙오자도 없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도 없으니 이 얼마나 핵폭탄급 결속력인가!하긴 불만이 있다면 내 협박 공세를 견디기 쉽지 않을 거시여. 가는 도중 안성 지날 무렵부터 변덕스러운 비가 내리더니 도착해서도 그쳐다 내렸다를 반복했고 초저녁엔 제법 굵직한 빗방울이 요란하게 지상을 두드려댔다.중부지방 가뭄이 워낙 이슈가 되던 때라 그 빗방울조차 반갑고 고맙다 보니 반 년 만에 떠난 여행이 월매나 들뜨고 설레었을까?켄싱턴리조트가 산 언저리에..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아직은 춘분이 안지났다고 밤이 빨리 찾아오는데 이틀 후면 춘분이네. 그럼 봄이구나 싶어 2월 중순에 갔던 청풍리조트를 다시 찾아갔다.역시나 가는 길은 청량리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했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리는게 엄청나게 빨라져 부렀다.그래도 밤은 밤이여. 19일 퇴근 후, 잽싸게 도착한 제천역은 여전히 조용하다.기차가 도착할때 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게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런가보다.포토라이프가 많이 소홀해졌음을 느끼는게 하다 못해 아이폰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카메라는 오죽하겠나?도착해서 저녁 해결하고 커피까지 해결하는 동안에도 기록에 대해선 거의 체념 수준이라 반성에 또 반성을 해야 된다.그냥 안했으면 안 한대로 살아도 불편을 못느끼는데 꼭 지나고 나면 `짱구야!..

시간의 파고에도 끄덕없는 부론_20150307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충주, 음성 지인들인지... 족히 8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큰 형님 뻘 되시는 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전부 재회하기로 하고 장호원에 후딱 도착해서 큰 형님 되시는 분을 먼저 만났다.아직 만나기로 했던 약속 시각이 여유 있어 그 분께 부탁 드려 예전 내 추억이 묻힌 장소로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콜! 부론으로 간 까닭?예전 기억에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이 느티나무가 건물로 가지를 뻗자 그 가지를 잘라 낸게 아니라 가지가 지나는 길을 건물 안에 틔워 줬었다.2004년에 첫 방문했고 그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가 보다.현대에선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할 가치도 없는 걸 옛사람들은 배려와 공존공생의 방법을 알았던 게지.당시 2층은 다방이었는데 지금은 간판이 없고 1층에 다방이 있군.게다가 부론 옆..

새해 첫 외출_20150102

새해 들어 형제들끼리 가까운데 여행 가자고 제안했더니 전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 징검다리 연휴라 숙소가 잡기 어려워 고민하다 충주 봉황휴양림 통나무집으로 잡고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모여서 바로 출발했더니 집에서 1시간 좀 더 걸려 수월하게 도착했다.미리 휴양림에 전화해서 밤9시 넘어 도착하리란 귀띔을 해 주고 막상 도착하자 휴양림 답게 무척 조용하다. 내부도, 외부도 완죤 나무라 이 겨울엔 정말 포근한 분위기가 연출된다.예전엔 에어컨도 없었는데 몇 년 사이 에어컨 입고, 바닥은 금새 절절 끓어대는 전기 패널.이때는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이불 깔고 잘 준비를 잽싸게 하곤 스원한 맥주 한 사발 땡겼다. 통나무 집 앞에 바로 주차가 가능해서 차 속에 둔 물품 꺼내러 갔다가 잠시 겨울 바람 쐬고 있으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