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색

계명산 만추_20071117

사려울 2015. 11. 18. 00:36

동면에 들어간 나무처럼 하드디스크 안에서 오랫 동안 잠자고 있던 사진들 중에서 8년전 요맘 때 충주 계명산에서 찍은 만추의 전경이 있었다는 사실**+

멋진 가을이 계명산에 놀러 온다는 걸 알고 통나무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지형의 등고차가 심해 충주호를 바로 발치에 두고 있는 휴양림이기에 호수와 그 너머 크고 작은 무수히 많은 산들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 늘 여긴 예약이 쉽지 않다.

2007년 11월 17일이면 토요일인데 아마도 16일 금요일에 통나무 집에서 하루 기거하고 다음 날 계명산 산책로를 따라 눈으로 그 빼어난 자태를 기억으로 쌓아 두었을 거다.



통나무 집 안에서 창 너머 바라 본 충주호는 바로 발치에서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어 자칫 폭탄주 쳐묵하고 까불면 바로 굴러서 충주호수를 만질 수 있을만큼 옆에 바짝 달라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 너머 바라 본 풍경이 쥑이는구먼.



이건 색감이 왜 이렇지?

당시 애니콜 B600이라는 카메라 모양의 휴대폰으로 찍은 터라 다른 폰카에 비해 화질이 월등하다고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가격에 좋은 똑딱이와 좋은 휴대폰을 합쳐 놓은 가격이라 일종에 돈지랄 떨었던 기억이 있다.

감도를 200 정도로 조금만 올려도 자글자글한 노이즈와 퍼지는 색감을 보면 나도 기만 당한 소비자 중 한사람이여.

특이해서, 편해서, 샘숭이라서 무조건 구입한 그 우물 안의 지식과 경험이 당시 좋은 똑딱이는 고사하고 보급형 캐논이나 니콘보다 더 구렸으니까 말 다했다.

왜 갑자기 울컥하지?



이 낙엽 자욱한 산길은 사진으로 보단 기억이 더 멋드러지게 남아 있다.

사진에 찬조 출연하신 분은 고향인 여주 오신 길에 들러 나에게 아주 맛난 묵사발 대접해 주셨지.

충주 교현동에 몇 년 동안 꾸준히 들렀던 묵사발 맛이 그립다.

간장 수육도 끝내 줬었는디.



산길을 따라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서서히 나무 위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충주호 모습이 장관이다.

이 사진이 감도 200짜린데 저따구 노이즈가 눈물 겹도록 아름답다 못해 늠름한 가을 산을 조악하게 만들어 놓는 훌륭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한 동안 내 놋북 월페이퍼였던 이 사진은 가을의 여러 모습을 종합선물세트로 품고 있다.

가을 색감과 잔잔하고 평온한 호수, 한가롭고 여유 있는 시골 마을까지...

예나 지금이나 가을은 애써 꾸미지 않고, 그러면서 기품과 낭만을 놓치지 않는 매력은 여전하다.

지금 가을도 아름답고 이 때의 가을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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