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13

역사는 잠들고, 봄은 분주한 화산마을. 화산산성, 하늘/풍차전망대_20240412

꽃잎이 떨어지듯 기나긴 봄 여정의 꽃망울도 시들었다.돌아가는 길에 내륙 깊이 은둔한 도로를 경유하여 군위에 들러 포토 스팟으로 종종 고개를 내밀던 풍차 전망대에 들러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 견고히 살아가는 세상과 더불어 화본역도 덩달아 들렀고, 잔잔한 들판 아지랑이 공백을 유영할 때 어디선가 시선을 유혹하는 도화 물결도 만났다.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역사의 애잔한 그늘에선 무심히 진달래 하나 슬픈 역사를 기리는데 그 무심한 역치는 얼마나 깊은지 성곽의 돌무더기는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지만 자연은 봄이불을 덮어 쓰라린 상흔을 어루만져 흉터도 지우고 있었다.아직 남은 벚꽃 구름의 눈발을 쫓아, 산허리 넘실대는 진달래를 쫓아 떠난 여정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흘러가 버리고, 인간이 애써 이룩한 역사의 처절한 무..

고원의 봄 전령사들, 대구 비슬산_20240411

비슬산의 채 여물지 않은 핑크빛 바다를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외길 고독한 선을 밟으며 잡념과 사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사유의 존립을 채찍질했다.계절은 지독한 질서의 인내를 극복하여 신뢰와 감탄을 주건만 조급한 결론과 필론의 가두리 양식장 속에서 스스로를 학대하며, 타인을 핍박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런 정당화에 속고, 속이는 걸까?되물음과 되짚음의 교착에 빠질 즈음 지상에서 그리 거대하고 위대했던 비슬산은 여느 산일 뿐, 한 걸음 떨어져 통찰도 얻지만 두 걸음 떨어져 위장의 장막도 만들어 내던 동굴은 만천하 같았지만, 좁은 아집과도 같았다.그렇게 산 정상에서 세상을 넘어선 자연과 계절에 경탄하며 가슴 저민 감동도 얻는다.진달래를 보기 위해 산에 올라 하나를 초월한 화답을 듣던 날이기도 했다.비슬산은 대..

'고향의 봄' 진달래꽃 피는 산골, 창원 천주산_20240410

고향의 봄에서 등장하는 진달래 배경이 천주산이라고, 그래서 여러 잡념을 배제하고 내 감정에 충실한 진달래를 찾아 창원 천주산에 왔다.창원 분지를 둘러싼 여러 산 중 북녘에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가 있는데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처럼 정상 부근에 군락지가 있어 산행은 필수.사실 여수 영취산만 다녀온 입장이라 이번엔 창원 천주산과 대구 비슬산을 찾기로 했는데 절정의 만개라 주차에서부터 오를 때까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달래 군락지에서 잠시나마 봄의 진수가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젖었고, 모처럼 산행의 성취감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었다.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

남에서, 북에서 만나는 봄의 절정_20180406

한 주 동안 두 번의 벚꽃 잔치에 초대를 받는 기분이다.교육으로 방문한 대구는 이제 벚꽃잎이 4월의 눈 마냥 떨어지며 떠날 채비를 하는데 동탄과 서울은 며칠 전까지 봉오리져 있던 꽃망울이 거짓말처럼 터지며 순식간에 다른 세상이 되었다. 솔빛 유치원 옆 도보길은 각종 화초와 나무가 함께 자라는데 벚나무 대신 단풍나무가 많아서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대신 쌍용아파트 담벼락은 개나리가 많아 어느새 노랗게 물들었다. 주민센터 일대 벚나무가 키가 크고 잔가지도 많아서 벚꽃 피는 봄이면 유별나게 화사해서 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리 벚꽃이 만개 했음에도 평일 늦은 오후라 반석산 밑 오산천 산책로엔 사람이 없다.이 산책로는 산과 강을 함께 볼 수 있고, 도로를 벗어난 지역이라 가장 많이 애용하는 산책로인데 특히나..

일상_20180331

부천에서 동탄까지는 꽤나 먼길이라 집에 오자마자 한 바탕 낮잠을 자고 늦은 오후에 일어나 동네를 배회했다.이 좋은 봄날의 시간이 아깝잖아! 해 질 녘 집을 나와 동네를 배회하던 중 유독 도도한 매화가 눈에 들어왔다.게다가 봄이 깨운 녹색의 싱그러움도 허투루하게 지나칠 게 아니라 세세히 보며 조금씩 걷던 사이... 금새 해가 지고 공원 가로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아주 순식간이다. 반석산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올라 뻥 뚫린 경관을 바라 보며 땀을 식힌다.싱그러운 봄 날씨가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노작 호수 공원으로 내려 왔는데 밤이 조금 깊었음에도 나처럼 산책 나온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반석산 밑,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걷던 중 가로등 불빛을 굴절시키는 진달래가 눈에 띄인다.폰카 한계지만 그 ..

일상_20180329

겨울 색이 짙은 삭막한 초봄에 피어나 나름 봄 소식을 전해주며 선방하던 산수유꽃이 점점 저물어 갈 무렵 지원군으로 등장한 목련과 진달래 소식이 들려 반석산을 찾았다.늦은 오후지만 겨울에 비해 한층 길어진 낮이 아직은 햇살을 붙잡고 있어 용기 내어 후딱 둘러 보기로 한다. 노인공원 초입에 이제 막 망울을 터트린 목련이 꽃잎을 펼치려 한다.여전히 추위가 남은 날씨를 버티기 위해 미세한 솜털로 털보숭이 같다. 노인공원에 들어서자 첫 인사를 하던 산수유 꽃은 드뎌 사그라들 채비를 한다.나름 삭막한 들판에서 희망을 주던 녀석인데 작별해야 된다는 생각에 서운하다.다음 봄인 내년 1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녀석인데 어려운 걸음을 뗀다. 반석산 둘레길에 접어 들자 따스한 온기와 같은 컬러를 뿌려 주는 진달래가 듬성듬..

일상_20170421

금요일의 칼퇴근에 맞춰 집이 아닌 동탄복합문화센터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넋 나간 사람 마냥 걸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중에 유독 눈에 띄이는 일렬로 늘어선 꽃들. 손에 있는대로 아이폰을 그대로 활용해서 담은 꽃들이 뮤지컬을 앞둔 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같다. 야외 공연장 뒷편은 잔뜩 찌뿌린 날이라 생각보다 산책 중인 사람들이 적은 대신 공연장 좌석이나 야외 테라스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여전하다. 나도 모르게 둘레길로 접어든 건 길 따라 걷다 초록의 유혹에 이성이 마비 되었을 터, 골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의 한결 같은 정돈된 모습이 보기 조~타.(일상_20170415)일 주일 정도 지난 사이 초록이 많이도 세상을 보기 위해 솟아 올랐다. 둘레길..

일상_20170415

시나브로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4월의 눈인 양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꽃잎들이 자욱하다. 여전히 활동하기 좋은 시기엔 이견이 없지만 못 된 버릇인 앞서 예측하는 센서가 여름 더위의 촉수까지 더듬었다.가만 있어도 땀에 쩔어, 끈적해, 땀 내 나, 모기 발광 옆차기 해, 피서철이면 물가 피싸, 인산인해에 차들도 많아...매년 맞이하는 여름이지만서리 그래도 새롭게 짜증 지대로라 달갑지 않아 봄과 가을이 더 돋보이는 거겠지.쓸데 없는 잡념을 물리치고 그나마 낮이 길어진 지금 활동하기도 딱 좋다. 동탄주민센터 옆에 아직 꽃잎이 많이 남은 벚꽃을 보면서 가방 속에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넥스트랩에 손을 끼웠다.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건 파랗게 뻗어 나오는 이파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아직은 태동하는 초록이..

남산에 봄이 가져다 준 소식_20160406

얼릉 점심을 해치우고 남산으로 향하는 길엔 연일 미세 먼지가 심각한 날이었다.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넋 놓고 있기엔 넘무나 아까운 계절, 봄이지 않은가!미리 가져온 카메라를 챙긴채 편한 워킹화를 신고 막무가내로 눈 앞에 보이는 남산으로 향했다. 바로 코 앞에 벌떡! 서 있는 남산 타워가 이렇게 뿌옇게 보이고 하늘은 흐린, 미세 먼지 천국임에도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는 벚꽃을 비롯한 봄 소식 전령사들이 남산을 이쁜 옷으로 단장시켜 놓았는데 아니 가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일 년 중에 찰나의 순간인데 지금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되지 않겠는가 싶어 미세 먼지가 발광을 하던가 말던가, 그까이꺼 삼겹살 파티하면서 먼지 쪽 빼내면 되겠지 싶어 무작정 향했던 날, 2년 만의 남산 산책(남산 벚꽃 터널)인데 지나고..

일상_20160402

4월이 들어서 날은 많이 따스해 졌는데 대기는 미세 먼지로 홍역 앓이에 심각하다.이게 월매나 심각하냐믄 가까이 있는 남산타워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에 공기 중에 텁텁한 스멜이 후각 세포가 지칠 틈도 주지 않는다.날 좋은 봄에 먼지로 황폐해진 대기라...겨울 동안 응어리진 기운을 봄 기운 처방으로 많이 이완시켜야 될 판에 이런 우중충한 늬우스들은 뛰어 오르려는 스프링을 어거지로 억누르는 형세다.그 와중에 주말이 왔는데 그렇다고 방구석에 틀어 박혀 마냥 헤엄칠 내가 아닌 만큼 쿨하게 헤쳐 나가자는 다짐을 하고 몸풀기에 들어 갔다. 영양에서 가져온 소나무 씨앗이 봄 기운을 받아 흙을 뚫고 세상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했다.앞 전에 나온 새싹(겨울과 봄의 경계에서_20160301) 두 녀석은 끝내 씨앗의 딱딱한 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