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_20180329

겨울 색이 짙은 삭막한 초봄에 피어나 나름 봄 소식을 전해주며 선방하던 산수유꽃이 점점 저물어 갈 무렵 지원군으로 등장한 목련과 진달래 소식이 들려 반석산을 찾았다.

늦은 오후지만 겨울에 비해 한층 길어진 낮이 아직은 햇살을 붙잡고 있어 용기 내어 후딱 둘러 보기로 한다.

노인공원 초입에 이제 막 망울을 터트린 목련이 꽃잎을 펼치려 한다.

여전히 추위가 남은 날씨를 버티기 위해 미세한 솜털로 털보숭이 같다.

노인공원에 들어서자 첫 인사를 하던 산수유 꽃은 드뎌 사그라들 채비를 한다.

나름 삭막한 들판에서 희망을 주던 녀석인데 작별해야 된다는 생각에 서운하다.

다음 봄인 내년 1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녀석인데 어려운 걸음을 뗀다.

반석산 둘레길에 접어 들자 따스한 온기와 같은 컬러를 뿌려 주는 진달래가 듬성듬성 피어 있다.

이 녀석들은 군락을 지어 살지 않아서인지 이렇게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란다.

그래도 올 봄 들어 처음 뜨거운 컬러 아닌가.

반가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어릴 적 이 꽃잎을 따 먹던 추억까지 겹친다.

첫 번째 전망 데크에서 여울 공원을 바라 보자 역시나 자연이 만들어 놓은 반석산의 녹지와 겨눌 수 없이 삭막하다.

나무가 전부 묘목 수준이라 처음 동탄에 왔을 때 처럼 그늘 다운 그늘이 없고 연약하게 듬성듬성 자라던 나무와 공원이 생각난다.

지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저 공원도 신록이 우거지겠지?

반석산 어디선가 발원하여 오산천으로 흐르는 자연 여울은 늘 이렇게 촉촉하다.

근래 들어 예전 같지 않게 수량이 급격히 줄어 들었지만 아직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꼭 지켜야 될 녀석인데...

양지가 적게 내리는 곳은 아직 진달래 꽃망울이 터지지 않았다.

조만간 이 망울이 터지면 화사한 꽃잎이 기지개를 펼거다.

서녘으로 석양이 기운다.

얼른 발걸음을 재촉해야 될 거 같아서 두리번 거리던 시선을 접고 앞을 바라고 걷는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를 지나 숲속을 앉아서 찬찬히 둘러 보라는 벤치 하나가 놓여 있다.

소소하지만 멋진 자리로 찜해 둔 곳이다.

작은 골을 두고 나무들이 대칭형 일렬로 늘어서 있다.

질서 정연한 자연의 풍경 같다.

땅에 넙쭉 달라 붙어 있는 진달래를 끝으로 반석산에서 내려와 노작 호수 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주 어린 진달래인데 그래도 이렇게 꽃을 피우는 게 신기하다.

호수 공원으로 내려오자 이번엔 노란 개나리가 반긴다.

보건소 담벼락을 가득 메운 개나리가 전부 만개하자 보건소의 딱딱한 건물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들레와 그 주변에 널려 시선을 뺏는 작은 꽃잎의 야생화는 몇 년 전부터 봄꽃들 중 가장 매력적인 미모를 뽐낸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꽃이 작지만 그걸 보는 순간 매력에 시선이 강탈 당한다.

특유의 샛노란 빛깔이 증발되고 서서히 다음 봄을 기약하고 사라질 산수유꽃.

그 동안 수고 많았어~

벚꽃은 여전히 기약 없이 꽃망울 조차 영글지 않았다.

대구는 벌써 만개 했는데 이런 거 보면 남쪽 지방의 봄이 빠르긴 하다.

노작 호수 공원의 반영은 비록 삭막하지만 조만간 화사한 봄색깔로 빼곡히 채워질 거다.

동탄의 가장 남쪽 벚꽃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그래도 몇 킬로 남쪽이랍시고 하얀 꽃이 빼곡하다.

이 날의 산책이 끝날 무렵이라 조금은 지쳐 있는 와중에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끝까지 힘내라는 응원 같다.

봄에 걷는 산책은 몸이 지치더라도 마음의 설렘은 소진되지 않는다.

자연이 내린 소중한 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