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34

일상_20180707

그간 밀린 잠을 충실하게 지키며 방바닥 헤엄도 치는 휴일.여름이란 자고로 낮이 길어 집안에서 뒹구는 것도 이물이 날 무렵, 베란다 구석에서 주인 손길을 애처롭게 지켜 보고 있던 자전거를 몰고 늘 다니던 오산천을 따라 오산을 찍고 돌아오던 중 등갈비에 사정 없이 흐르던 땀도 식힐 겸 에너지도 충전할 겸 텅빈 공원에 들러 궁뎅이를 벤치에 붙였다. 하늘이 청명하여 감탄사를 내뱉으며 짙은 하늘과 또렷한 구름을 쳐다 보면 마치 거대한 대해 한 가운데 서서 어디론가 천천히 떠가는 기분이 든다. 근래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아서 베란다 구석 탱이에 쳐박혀 녹슬 것만 같아 모처럼 라이딩을 해본다.자전거 핸들에 붙어 있던 베오플레이 P2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먹통이 되어 버린 A1의 궁여지책으로 사용 중이다.구입한 지 몇 ..

일상_20171102

한창 뻔질나게 타던 자전거 루트는 오산천을 따라 도심을 피해 질주(?)하기 좋은 구간이고, 차와 섞이는 구간이 거의 없어 안전하기도 하다.음악을 곁들여 자전거를 타는데 오고 가는 차량을 신경 써야 한다는 건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다.집중력이 흩어지면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체력적인 부담이 고스란히 뻗쳐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가을 아니랠까봐 주위 풍경과 활동 요건은 더할나위 없다.지나가는 시간이 안타까울 정도. 돌아오는 길에 오산천 뚝방 중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고지에 올라 섰다.여기에서 피자를 먹은 적도 있었다지~ 사랑밭재활원 부근 가로수들이 멋지다.동탄이 탄생하기 전부터 있던 조그마한 도로를 따라 이렇게 가로수가 이쁘게 자랐다. 본격적으로 동탄에 진입하면 좀 더 아기자기한 가을 풍경이 연출된다. ..

일상_20171014

기나긴 연휴가 지나면 후폭풍도 거세다.오죽했으면 출퇴근도 벅차!그나마 주말이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다. 아침저녁으로 가을 정취가 강하긴 한데 들판은 여전히 여름 같다.가로수를 보면 점점 가을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해도 될 터인데 성급한 벚나무 정도만 제 풀에 못이겨 조금씩 이파리를 갈아 입는다. 자전거를 타고 오산으로 가면 오산천 고수부지에 자전거길이 있는데 사실 가장 끝은 행정구역 상 평택과 겹쳐 있다.늘 지나는 길로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무우 뿌리라도 절단내 봐야지? 해도 10km 조금 못 미친다.생각보다 가깝다는 말. 오산대학교 앞 고수부지가 나름 사람도 많고 넓직한 공원으로의 모습을 갖췄다.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매력인걸. 하늘은 이미 가을이다. 갈수록 자전거 활용도가 떨어져 조금만 타도 금새 지..

황금 한가위 아흐레 날_20171008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유형지에 끌려가는 기분이다.그렇다고 집이 싫은 건 아닌데 아쉬움의 심보가 터져서 그런걸까?평택에서 자고 부시시 일어나 햇살 강한 오전에 쉬엄쉬엄 전철을 타고 갈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돌아가며 보충된 체력을 이용하여 오산을 한 바퀴 돌다 가기로 했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 하루다.황금 연휴는 꺼져가는데 햇살과 바람 내음은 전형적인 가을이다.이래서 배가 아픈가? 사랑밭재활원을 지나면서 부터 동탄의 오산천변 산책로가 시작한다.희안하게 오산에서 만난 사람을 동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만났다. 길의 끝에서 시작해 끝까지, 그래봐야 5km도 안 되지만 이제는 만만하고 익숙해져 버린 길이라 무시하면 안 된다. 반원 형태의 동탄 가장 중심부 길은 여전히 한산하다.도시 중심부가 우..

황금 한가위 여드레 날, 평택 자전거 여행_20171007

연휴 7일이 지나 3일만 남았다. 역시나 일 주일 중 금, 토가 좋은 것처럼 앞두고 있을 때의 설렘이 가장 기분을 들썩인다.집에 있으면 괜스리 우울해질 것만 같아 알을 깨고 나오는 어린 새처럼 자전거를 타고 늘 타던 코스를 넘어 평택행을 결심했다.오산역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그 후 1호선 전철을 타고 평택역에 내려 지도로만 봐 왔던 안성천 자전거 길을 직접 라이딩하고, 미리 예약한 평택 도심의 숙소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집으로 가는 계획은 처음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되는 결정이었다. 초행길이라 평택역에서 부터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생각보다 꽤나 지체되어 역사를 빠져 나왔고, 그리 멀지 않은 안성천까지도 상당히 지체되어 해가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을 시간 즈음 안성천에 도착했다.자연스레 조급해질 수..

황금 한가위 셋째 날_20171002

연휴, 아니 그냥 연휴라면 섭하고 명절 황금 연휴 셋째 날, 집에서 뒹굴다 이 귀한 시간의 무료함이 싫어 자전거를 타고 공원길을 달렸다.당초 계획은 전년도 연휴처럼 40여 킬로 정도를 질주하는 건데 공백이 길어 금새 지쳐 버린다.시간이 넉넉한 만큼 굳이 강박증에 시달리는 회사 생활과 달리 언젠가 집으로 가는 두리뭉실한 목표를 잡았더니 주위에 보이는 것도 많고, 초가을 정취도 잘 보인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어차피 남는 건 파워라 앞만 보고 냅다 달려 금새 공원길의 끝인 기흥/동탄IC 부근에 도착했다.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수로에 민들레 하나가 만개 했고, 이미 그 유혹에 넘어간 벌 하나가 흠뻑 빠져 있다. 아직 여름색이 창연한데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면 올해 여름의 종말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오산..

작은 동그라미의 꿈, 뱅앤올룹슨 A1

2016년 5월 말에 선택한 베오플레이 A1은 넘사벽 가격과 드자인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B&O, 일명 뱅앤올룹슨의 엔트리-라고는 하지만 가격은 첫 출시 때 한화 40만원에 육박했다-에 해당되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리도 정평이 나 있던 친구였다.당시 비슷한 용도로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와 하만카돈 에스콰이어 미니, UE Boom을 사용 중이라 구입 전 고민이 많았었는데 굳이 이 친구를 선택한 건 휴대성과 출력을 어느 정도 충족했기에 가능했다. 풍채 늠름한 A1은 요따구로 가죽 스트랩이 있어 걸면 걸린다(많이 들어 본 문구?)광고나 블로거들의 포스트를 보면 카라비너로 가방에 걸어서 다니는 사진을 많이 봤는데 실제 그렇게 했다가 줏대 없이 덜렁이면서 요리조리 돌아가 들리는 소리가 균일하지 않았고 은근 음..

병신년 설날 연휴의 셋째 날_20160208

설날 아침에 후다닥 제사를 지내고 잠깐의 여가를 이용하여 자전거를 타고 아주 짧은 여행을 떠났다.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까?예년에 비해 공원길은 적막이 짓누르고 있어 마음껏 활보하기 수월했는데 때마침 반석산 밑을 지날 무렵 오산천을 바라보고 있는 전망데스크 생각에 고개를 들자 바로 밑이었다.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밑에서는 앙상한 겨울 산임에도 데스크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나마 나뭇잎 전망 데스크에 비해선 가까운 덕에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찍고 나서 지금 봐도 을씨년스럽단 생각 뿐.퇴색된 나뭇잎만 뒹구는 황막한 겨울에 텅빈 공원의 산책로라...돌아 다닐 당시엔 그런 생각보단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렸던 기억만 있는데 사진과는 달리 그리 나쁘지 않았다.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동탄 자전거길을 왕..

병신년 설날 연휴의 둘째 날_20160207

이른 제사 준비와 제수용품 감량(?)으로 올해는 여느해 보다 상당히 프리하다.내일이 설날이라 전날은 오전에 미리 쟁여 놓을 수 없는 생물들-나물과 떡 같은-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이용해 배낭을 채우곤 잠시 허용되는 틈에 동네 여행에 여념 없으련만 이번 설날은 어제 미리 준비가 완료되어 부담 없이 싸돌아 다닐 수 있었다.특별하거나 뜻 깊은 여행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물 건너 갔으니까 꿩 대신 알이랍시고 큰 걸 기대하기 보단 소소하게 동네 여행으로 만족해야 겠지만서리 이왕이면 좀 이채롭게 욕구를 채우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낮엔 자전거, 밤엔 반석산 둘레길을 결정, 벌처럼 신속하고 절도 있게 준비해서 가출 단행했다. 앞만 보고 무조건 고고씽 하던 사이 벌써 오산천변 자전거길의 최북단인 기흥동탄IC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