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30

적막과 평온의 공존, 여주와 흥원창_20200521

오랜만에 찾은 여주, 한강은 언제나처럼 유유하고, 고즈넉한 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차분했다. 어디선가 태웠던 낙엽이 대기 중에 향취로 남아 밟은 길 위에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 기분을 이어가느라 차분히 걷는다. 남한강 두물머리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시간이 잠시 멈춰 선 시간으로 뺨을 적시던 날, 행님께선 모처럼 찾은 나를 위해 서툴지만 토닥토닥 저녁을 준비하시고, 뒤이어 들판에서 자라던 온갖 싱그러운 야채를 한가득 식탁 위에 쌓아 올렸다. 풍성한 인심은 그 어떤 양념보다 맛깔스러워 가끔 잡초가 끼어 있더라도 그건 저녁 입맛을 응원해 주는 봄내음이다. 온전한 하늘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둘러 매고 빛이 없는 들판으로 나갔으나 막상 찍고 보니 구름 일변도다. 오순도순 정성이 빚어낸 행님의 보금자리. ..

적막 가득한 부론에서_20200117

부론에 도착한건 자정이 가까워진 꽤 늦은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일찍 찾아오는 시골 밤에 더해 부론 외곽에 있는 한강변은 말끔한 산책로의 모습과 달리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데 이 늦은 시각이면 사람은 고사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불빛도 반가울 지경이다. 흥원창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펼쳐 카메라를 작동 시켰지만 무엇보다 이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오래 전부터 힐링하는 나만의 은밀한 몰취향인데 오랜만에 온 반가움이 배가 되어 겨울 추위조차 느낄 수 없었다. 3개의 강이 이 부근에서 만나는데다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이란 의미만으로도, 또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한적하면서도 시야가 탁 트인 전망을 생각하면 이 자리를 동경하는 건 이제 습성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여주를 찾은 건 ..

태풍 링링이 오던 날_20190907

올 들어 유독 예년에 비해 태풍 소식이 잦다.태풍 링링의 북상으로 비는 그리 많지 않지만 바람이 강력한 태풍이라는데 오늘 하루가 절정이자 고비란다.전날 집을 나서 원주에 들러 하루 지내는데 창 너머 바람 소리가 꽤나 강력한 태풍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점심 해결하고 여주로 넘어와 종영형 잠깐 만나기 전에 커피 한 잔 사서 말 그대로 얼굴만 보고 헤어져 지인이 계시는 곳으로 왔다. 여주IC에서 내려 여주읍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돈까스 집 건물 외관이 특이하다.적벽돌로 쌓은 뒤 통유리를 외부에 덧대어 미관상 돈까스 집이 아니라 분위기 좋은 카페 같은 첫인상이다.종영형과 헤어져 지인이 계시는 곳에 도착하자 태양초-엄밀히 이야기하면 태양초가 아니고 건조기로 말린 건데 집에서 태양초 만들어 보면 정말 햇볕 좋은데..

한강을 사이에 두고_20181202

많이도 왔던 곳 중 하나가 흥원창이라 큰 시험을 앞두고 계획은 했었다.습관적인 게 개인적으로 자잘한 이슈들이 있거나 부근에 지나는 길이면 어김 없이 들러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거나 아님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마냥 물끄러미 바라 보다 세찬 강바람을 실컷 맞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내게 있어 편한 장소이자 혼자만 알고 있던-착각일지라도- 비밀스런 장소로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자연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라 신비감도 있었다. 늘 왔던 곳이 부론 방면에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인데 여기서 바라 보면 자연스럽게 여주 쪽을 볼 수 밖에 없어 처음 올 때부터 건너편에 대한 동경과 더불어 부론 방면에만 맨날 오다 보니 조금은 식상하기도 했다.그래서 지체 없이 차를 몰고 여주 방면으로 건너..

아주 오래된 추억, 부론장_20181201

시험을 치르고 바로 올라온 곳은 원주 부론, 흥원창도 만나고 모처럼 부론장에서 숙박하며 아주 옛 추억을 또 하나 걷기로 했다.감곡나들목에서 내려 장호원을 들러 미리 비상 식량을 챙기고, 여주를 거쳐 부론장에 도착할 무렵은 이미 늦은 밤이라 가뜩이나 시골 밤은 일찍 찾아 오는데 10시가 넘자 말 그대로 암흑천지다.부론장에 도착하자 쥔장은 한잠 들었다 겨우 일어나 방 키를 건넨다.내가 생각했던 아주 오래된 여관의 기억과 달리 내부는 현대식으로 완전 바뀌었다. 현관은 낡은 합판이 아니라 이렇게 아파트 현관 같은 소재에 말끔하게 도색 되어 있었다, 왠열! 예전 복도는 어쩔 수 없었는지 도색만 깨끗하게 칠해 놓고 좁은 복도와 오래된 샤시창 위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방에 들어와 스원하게 샤워하고 나와 창을 열자..

간현 출렁다리_20180226

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 원주 방면으로 가던 중 열차 창 너머 나름 소박하게 미려한 풍경을 보고 바로 맵을 열어 알게된 간현에 출렁다리가 생긴다는 소식은 이미 접했던 터라 언젠가 방문 하겠다던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엄청난 인파를 목격하고 나서 무한 도전에 소개 되었단 걸 알았다.예까지 와서 발걸음을 돌릴 순 없고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큰 맘 먹고 온 만큼 인파의 틈바구니에 끼어 출렁다리에 몸을 실어 봐야지. 중앙선이 리뉴얼 되면서 직선화 되기 전, 이 철길이 중앙선이 었다.지금은 외형만 이렇게 덩그러니 남아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 외엔 아무..

추억을 걷다_20170419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 졌음에도 나는 주제 넘게도 무리한 여행 계획을 세웠고 비웃기라도 하듯 출발하는 저녁 시간부터 계획이 어그러져 1박의 여행은 그저 한적한 곳에서 잠이나 자고 오는 반쪽 짜리가 되어 버렸다.게다가 출발하는 이른 저녁 시간에 기습적으로 내린 비는 사실 가는 길조차 나의 단념을 부추겼으나 평일 한적한 시간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던 만큼 강행의 깃발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이번 만큼은 게릴라식 여행이라 3주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하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평일의 혜택은 모든 숙소가 단기 비수기라 아쉽긴 해도 주말 휴일에 비해 저렴하다는데 위안 삼아야 했다.충주 켄싱턴 리조트는 그나마 집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행 기분을 충족하면서 이동 거리가 짧은 곳인데다 충주는 이미 ..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충주 봉황휴양림에도 아직은 가을 내음만 나고 정취는 느끼기 쉽지 않았으나 조용한 나만의 휴식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로 피로를 달래곤 일어나 보니 햇살이 전형적인 가을 답게 모든 걸 태울 듯 따갑다. 이번 숙소는 가장 안쪽에 들어서 있는 통나무집인 다래넝쿨집이라 아주 깊은 산중에서의 하루를 보낸 착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아늑했다.약간의 우풍을 느낄 정도로 가을 아침답게 약간 서늘했지만 해가 뜨고 금새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현관을 나와 봉황휴양림을 나서는 첫 발걸음에 이렇게 넓직한 뜰을 한 장 담아 두곤 출발. 주위에 다른 여행지를 뒤로하고 바로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달려와 트인 전경을 바라 봤더니 녹조가 어마무시하다.예전에 혼자..

원주역_20150529

퇴근과 동시에 기가급 속도로 원주역에 도착, 용평으로 가기 위해 일행과 모이는 장소였으니 역시나 철도역사는 설렘의 시작과도 같다. 청량리역에서 불과 한 시간 남짓 소요되는 터라 도중에 잤다가 지나칠까 불안해서 졸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나도 모르게 졸다가 희안하게도 도착하기 전 깼으니 이번 여행도 느낌 좋잖아~ 일행이 당도하기 전, 원주역을 나와 넓직한 광장을 둘러 보니 그 규모에 비해 이용객들은 적은 편이라 광장의 한 켠에 앉아 나즈막한 음악을 틀어 놓고 감상에 빠진 사이 금새 일행이 도착하야 바로 용평에 잡아 놓은 숙소로 느긋하게 흘러갔다. 여행의 시작이 원주역이라 아니 넘어갈 수 없으니 이렇게 해질 무렵의 원주역을 담아 놓는다.

시간의 파고에도 끄덕없는 부론_20150307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충주, 음성 지인들인지... 족히 8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큰 형님 뻘 되시는 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전부 재회하기로 하고 장호원에 후딱 도착해서 큰 형님 되시는 분을 먼저 만났다.아직 만나기로 했던 약속 시각이 여유 있어 그 분께 부탁 드려 예전 내 추억이 묻힌 장소로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콜! 부론으로 간 까닭?예전 기억에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이 느티나무가 건물로 가지를 뻗자 그 가지를 잘라 낸게 아니라 가지가 지나는 길을 건물 안에 틔워 줬었다.2004년에 첫 방문했고 그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가 보다.현대에선 이해하지도 않고 이해할 가치도 없는 걸 옛사람들은 배려와 공존공생의 방법을 알았던 게지.당시 2층은 다방이었는데 지금은 간판이 없고 1층에 다방이 있군.게다가 부론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