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14

하늘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고_20180816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흘러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마음과 발걸음이 무겁고 아쉽다.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늘엔 무거운 구름이 낮게 쳐져 있고, 그 힘겨움으로 백두대간에 걸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주를 거쳐 안정, 풍기로 가는 활주로 같은 도로는 흐린 날이지만 맑은 공기로 탁 트인 대기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멀리 장벽처럼 늘어선 백두대간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그 틈바구니 낮게 패인 곳이 죽령이다.넓은 평원처럼 백두대간까지 산이 거의 없는 지형을 그대로 그어 놓은 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차에서 잠시 내려 구름이 걸린 백두대간은 마치 가야 될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란 예견처럼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졸음이 쏟아져 꼭 쉬어가게 되는 천등산 휴게소에 들러 뒤뜰을 걸으며 졸음을 털어..

모두 어울리는 곳_20180714

이튿 날, 집 앞에 끊임 없이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작은 여울이었다.계곡이 깊어 사시사철 개울물이 마르지 않는다던데 그만큼 물소리 또한 요란하고, 이끼 투성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잠깐 물만 만져봤는데 여름이지만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또한 여기 일대에 모기가 전혀 없어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불어 오는 바람 속에 여러 가지 나무가 섞인 내음이 은은했다.가족들은 계속 남아 하루를 더 지내고, 나는 이내 출발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천혜의 자연을 벗어나려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조만간 다시 찾을 수 있겠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등을 지고 다시 빼곡한 도심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움은 며칠 더 머물더라도 떠나는 시점에선 마찬가지 기분이 아닐려나 하는 위안으로 출발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새로운 동반자와 첫 여행_20180713

퇴근 시간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내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다고?!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사우들 몇명과 함께 페스트리보다 겹겹히 쌓여 있던 비닐을 제거하고 새차 냄새를 빼는 과정을 거친 후 퇴근과 동시에 가족들이 여행으로 떠난 봉화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데다 주말 휴일을 앞둔 금요일이라 회사를 출발해서 두무개길을 이용해서 강변북로에 합류하기 까지 정체가 무쟈게 심해 꽤 시간이 걸렸다.새 차라 급유가 필수라 바로 엄청나게 막히는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를 피해 네비가 가리키는 청담대교로 빠졌건만 수서까지 거의 거북이 걸음이다.기름 좀 먹여달라고 차는 댕댕거리고 진행은 더딘데 자동차 전용도로라 빠지는 길은 없고.더워서가 아닌 당혹스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문정동 가든파이브 부근..

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애시당초 가족 여행이라고 계획했던 조령산 일대가 누님 식구의 권유로 예천을 들리잔다.예천은 몇 번 지나 다니긴 했어도 들린 적은 한 번도 없고 한반도 지형의 회룡포 정도만 아는 정도로 지식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라 철저하게 네비에 의존해 기대감만 챙겨 떠났다.점심은 누님 식구가 지난번에 들렀던 예천 변두리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초간편식 아침으로 때우고 서둘러 출발했다.왜냐하면 경북도청 신청사, 효자면 한천 골짜기, 예천 일대를 둘러 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잡아서 동선이 꽤나 길고 처음부터 하루는 이 일대를 다니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물론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천나들목과 가까운 이 외갓진 곳에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를 찾아간다고 제법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옆에는 마치 펜션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