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37

영월의 부활과 문화 태동을 위해, 영월관광센터_20240126

38국도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에 영월을 지날 무렵 서둘러 길에서 벗어나 청령포 인근 관광센터에 들렀다.지난해 영월 여정에서 월욜 휴무로 헛걸음쳤는데 경험 학습으로 이번엔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센터 내부엔 카페, 식당을 비롯하여 주변 관광지나 행사에 대한 지도나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었고, 공연장, 기념품 판매, 작품 등이 두루 비치되어 있었는데 나름 의욕적으로 추진한 흔적으로 규모도 꽤 크고, 구성도 비교적 신경을 써 조잡하거나 난해한 동선이 없고, 주변 경관이나 접근성도 좋았다.굳이 단점을 꼽자면 식당 메뉴 중 옹심이를 주문했는데 내가 알던 그런 옹심이도 아니었고, 정갈한 구성에 비해 내용물은 허접했으며, 외부 도로가의 마감 또한 엉성하다.기념품은 영월 특산물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쉬운 불발, 영월관광센터와 청령포_20231120

단종의 슬픔으로 점철된 청령포는 무거운 초겨울 공기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육지 속의 섬이 아닌 땅의 기운이 근육처럼 불거진 그 배후의 지세가 특이한 명승지였다.월요일 아침부터 청령포를 오가는 배는 분주하게 강을 횡단하며 뜀박질하는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이 작은 세상엔 눈을 뗄 수 없는 것들이 곳곳에 은폐 중이다.모노톤의 딱딱한 벽엔 인간에게 친숙한 생명들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크게 굽이치는 서강의 온화한 물결엔 바다로 향한 서슬 퍼런 집념이 웅크리고 있었다.조선 초기엔 한이 서린 유형지로, 현재는 한강이 되기 전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지리적 부표, 청령포에서 작은 울림의 노래를 들으며 다음 만날 곳으로 떠났다.청령포라는 지명은 1763년(영조 39년)에 세워진 단종유지비에 영조가 직..

막연한 그리움, 만항재를 스치다_20211028

만항재의 스팟라이트에 가려진 만항재가 아닌 것들. 그래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만항재 풍경과 달리 인척임에도 지나는 이들을 그리워한다. 이미 만추를 지나 겨울로 접어들어 지는 석양의 가느다란 빛조차 간절한 현실을 방불케 한다. 태백오투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정선 일대 여정을 접고 백두대간을 넘어 또 다른 가을을 찾으러 떠난다. 만항재 풍력발전소와 그 아래 산허리가 길게 이어진 운탄고도가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화방재에서 함백산로드를 따라 만항재로 가는 오르막길은 그리 버거운 건 아니다. 일대 고도가 1천m 이상이라 도로가 이어진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도 그래서 까마득한 높이가 아니지만 일대 거대한 골짜기를 마주한다면 빼곡하게 중첩된 능선과 골짜기에 모세혈관처럼 이어진 작은 골짜기들이 높은 고도를 새삼 느끼..

솔고개와 상동에 깃든 가을_20211028

곡선이 익숙한 솔고개에서 심지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조차 온통 뒤틀리고 휘어진 곡선일진대 가끔 그 곡선을 훼방 놓는 직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둥근 망막에 굴절된 시선마저 불편하다. 암담한 막장으로 가는 길은 뒤틀린 심보 마냥 구부정 산길의 원치 않는 쏠림을 겪다 못해 멀미까지 일으킬 심산이지만 고개 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는 지나는 이들의 엉킨 심경이 곧 미래의 매듭임을 깨쳐준다. 그리 높지 않은 솔고개 모퉁이를 돌아 앞을 보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응시하게 되고, 그 시선의 첫인상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신선 같다. 더불어 소나무 너머 그 이상의 통찰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단풍산의 멋진 산세는 급박한 심경조차 이완시켜 잠시 쉬는 동안 이마에 구슬진 땀방울을 너스레 미소와 함께 털어준다. 사라진 광..

첫 걸음과 마지막 걸음, 운탄고도 화절령_20211027

막장의 상처를 자연이 치유한 흔적인 도롱이연못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며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눈인사로 공간에 대한 공유와 공감을 아우른다. 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전날 늦은 밤, 신고한 터미널에 도착했을땐 이미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는데 일행을 만나 다른 곳은 둘러볼 겨를 없이 강원랜드 부근 하이캐슬리조트로 가서 체크인 후 조촐한 맥주 meta-roid.tistory.com 가을 열매 설익은 하늘숲길, 화절령 가는 길_20201007 가을이면 달골 마냥 찾는 곳 중 하나가 정선 하늘숲길(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하얀 하늘숲길을 거닐다_20200203)로 고산지대에 조급한 가을과 더불 meta-roid.ti..

막장과 삶의 포용, 운탄고도_20211027

가을이 되면 막연히 그리운 곳, 담양과 정선 중 하늘숲길이 있는 정선땅을 밟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까치발을 들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공존의 친근함을 과시하는 하늘숲길 일대는 무겁게 석탄을 이고 가는 삼륜차에 밟히고, 시간의 폭풍에 먼지처럼 옛 시절이 흩어지자 이제는 고독에 밟힌다. 언젠가 사라질 약속처럼 한 때 세상을 풍미하던 석탄은 비록 폐부와 생존의 지루한 복병이었지만 이제는 사무친 그리움의 석상이 되어 비록 까맣던 흔적이 증발해 버릴지언정 가슴에 새겨진 기억은 돌처럼 더욱 굳어져 버렸다. 그 애환을 아는지 속절 없이 능선을 넘은 바람은 선명한 자취처럼 꿈틀대는 운탄고도에서 긴 한숨을 돌리며 터질 듯 쏟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잊혀진 옛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또한 ..

평범한 존재들의 아름다움, 이끼계곡_20210910

초록의 천국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마치 세상과 격리되어 숨겨진 천년숲처럼 온통 이끼가 자생하고 있는 곳을 5년 만에 들러 폐부에 정체된 공기를 계곡의 텁텁한 내음으로 환기시킨다. 모든 식물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심지어 외부의 이질적인 습격에도 그들은 첨예한 배척보다 밀도 높은 습도로 접촉되는 모든 세포로 포근히 환영의 양팔을 편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킨 이끼는 힘겹게 뻗은 뿌리의 위태로운 생에 진정한 공존공생을 노래하며, 잊혀진 어미의 품과 입맞춤이 모든 생명에게 그리운 향기와 온기였음을 반추시킨다. 화려하지 않아도, 향긋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끼의 세상이 추억으로 바래지 않길. 만항재에서 어평재로 내려와 짧은 휴식 후 집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에 가장 궁금하던 이끼계곡에 들렀다. 때마침 트..

가장 높은 고개마루의 야생화 천국, 만항재_20210910

사람도, 차도 힘겨운 오르막이 완만해질 무렵 길가 무심히 손짓하는 생명의 분주함에 잠시 한숨 고른다. 아직은 여름이라 단언해도 좋을 녹음 짙은 풍경이지만 백두대간을 유영하는 바람은 가을을 노래한다. 가까이 다가서도 제 할 일에 열심인 나비와 호박벌에게서 문득 정겨운 날개짓에 부서지는 햇살의 콧노래가 속삭인다. 만항재(晩項-, Manhangjae)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고개다. 높이는 해발 1,330m, 도로 경사는 10%이다. 대한민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이기도 하다. [출처] 위키백과 만항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ko.wikipedia.org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풍류의 꼴두바우와 산길 유기묘_20210910

만항재로 가는 길에 약속처럼 들른 꼴두바우는 구름도 쉬어가는 평온과 시간의 쉼터다. 먼 길 달려온 피로와 허기를 달래며 가을하늘을 이고 있는 바위의 고뇌를 바라보다 문득 솔고개처럼 승화된 슬픔을 미소로 화답하는 첫인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길 잘했다는 위안으로 다독인다. 이 바위에 가을이 물들어 풍류의 향기를 더듬으며 다시 가던 길 재촉한다. 꼴뚜바위? 꼴뚜바우? 꼴두바우?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meta-roid.tistory.com 상동_20170916_작성중 2 meta-roid.tistory.com..

애환의 경계, 솔고개_20210910

오랜 역사를 관통하며 희열과 고통의 일기를 낱낱이 기억하고 있을 솔고개. 멋진 소나무의 형상은 인고의 세월과 나그네의 슬픔에 한숨 쉴 그늘을 만들어준 통찰 덕분일 게다. 세상만사 고통과 통증 없는 생명이 어디 있겠냐마는 한가득 펼친 가슴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보듬어준 것들이 가지의 굴곡으로 승화시킨 덕분에 충분히 우러러볼 기개를 가진 신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더보기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meta-roid.tistory.com 다시 넘는 솔고개_20161015 잊혀지는 세월의 슬픔에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