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27

장엄한 여명의 깨침, 영덕 동해 해돋이_20240117

때론 너른, 때론 포근한 동해 멀리 하늘과 바다, 인간이 모여 하나의 간결한 선을 예찬했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 동해의 찬연한 자취와 그 고운 결들 사이에서 환희의 불꽃이 빅뱅 했다. 전날 취침에 들기 전에 미리 해돋이 시각을 확인했고, 오전 7시 반 정도란 걸 미리 체크한 뒤 알람을 맞췄다. 일출일몰시각계산 | 생활천문관 | 천문우주지식정보 지금까지 역서가 발행된 연도의 역서자료를 바탕으로 월별, 지역별 해/달 출몰시각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일출일몰시각계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사용자가 입력한 값에 기반하여 astro.kasi.re.kr 7시 10분. 해돋이 시각까지 약 20여 분이 남았다. 여명이 구름의 골짜기를 지나며 빛의 결들을 만들었고, 그 결의 파장이 바다 위에 소나기로 내렸다..

일상_20230314

하루의 시작, 자글자글 봄의 아지랑이처럼 차가운 새벽 동녘 마루에 피어오르는 노을을 보며 문득 스스로에게 숙연한 위로를 건넨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는 찰나 같은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건강한 영혼에 대해 효능감을 망각하며, 지금까지 얼마나 엄격하고 인색했던가. 잘게 부서진 노을 따라 눈은 차갑고 가슴은 따스한 어느 봄날 새벽이다. 찰나의 단잠처럼, 순간의 유희처럼 그렇게 검푸른 새벽하늘에 노을이 젖어들어 따스한 하루의 포문을 연다.

여명 아래 안개낀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_20211221

그래서 담양을 왔다. 기억의 빛바랜 모습에 다시 채색이 필요하여 따스한 겨울 품이 움튼 담양을 왔다. 매끈한 아스팔트와 고색창연한 도시의 불빛이 역겨워 잠시 피하면 감은 눈에 아른거리고, 밟은 땅에 돌이 채여 이미 익숙해진 딱딱한 질감의 문명에 멀리 떠나지 못한 채 습성의 담장을 넘지 못한다. 차라리 잊으라 치면 발길 돌릴 수 없는 매력에 눈이 멀고, 상납하던 영혼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그래서 담양에 왔다. 햇살 나부낄새라 새벽 여명과 세상 빛이 안개로 승화된다. 여유의 세계, 금성산성_20200623 이번 담양 여행의 목적은 국내 최고의 인공 활엽수림인 관방제림과 강천산과 이어진 산자락 끝에 담양 일대를 굽이 보는 금성산성. 소쇄원, 메타세콰이아길, 죽녹원은 워낙 유명 인싸인데다 특 meta-roi..

창 너머 새해 일출_20210102

1월 1일은 살짝 흐린 하늘로 인해 적절한 일출을 놓쳤지만 이튿날은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하늘을 보여준다. 매일 뜨는 해라 특별한 일은 없지만 특별한 날의 의미를 덧씌워 연일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스스로 타파하는 시도가 있기에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되뇌이게 되겠지? 그 해 겨울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고, 제야의 종소리와 해돋이는 은둔 속에서 조용히 맞이했었노라고. 산 너머, 바다 건너 솟구치는 태양이 아닌 올해는 특별하다 여기자. 고층 건물과 아파트를 박차고 나오는 특이한 일출이니까.

여명이 지고 은하수가 핀다, 태백에서_20201109

겨울 같은 만추, 여명이 나리는가 싶더니 찰나의 인연처럼 해는 순식간에 동녘마루를 박차고 뛰어올라 단숨에 어둠을 깨친다. 가을은 그리 짧은 게 아니지만 떠나려 할 때 뒤늦은 아쉬움처럼 아침의 고요 또한 분주한 세상이 펼쳐지고 나서야 애닮음을 아쉬워한다. 치열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맞이하는 휴식에 비로소 평온에 눈이 트이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가 기지개를 켠다. 눈이 제대로 뜨이지 않는 깊은 졸음을 애써 누르고 베란다로 나와 새벽 여명을 맞이하며, 태백의 평화로운 대기에 추위를 잊는다. 마치 모든 세상이 깊은 잠에 빠져든 것만 같다. 찰나... 잠시 사색에 빠졌을 뿐인데 성급히 동트며 이글거리는 햇살의 촉수를 뻗어 세상을 흔들어 깨운다. 사용하지 않는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집에 설치하여 CCTV로 ..

어스름 사이 동 트는 문광저수지_20201015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의 정취, 동녘마루 너머 하늘을 태우는 해돋이, 밤새 웅크리고 있다 새벽녘 기지개를 피는 물안개. 먼 곳의 그리운 소식처럼 가을 정취는 소리 없이 대기를 유영하며 작은 날개짓을 한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갈 때도 발자욱은 없지만 쉬던 자리에 여운의 향기는 짙다. 새벽동이 트기 전에 찾아가 예상치도 못한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기다렸건만 대부분의 사진들이 바이러스에 취한 것처럼 오류가 나며 이미지 파일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메모리카드를 주기적으로 포맷해 주는 수밖에. 동이 트기 전, 주차장에 도착하자 이미 와서 기다린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차에서 기다렸다. 완전히 어두운 밤과 같아 분간하기 어렵지만 은행나무길의 호기심을 풀기 위해 길을 걷노라니 간간히 암흑을 헤치고 길을 걷는 사..

일상_20200520

하늘을 무겁게 누르는 구름도, 그 구름을 뜨겁게 불태우는 일출의 노을도 장엄하다. 이른 아침, 계절의 역행과도 같은 서늘함은 곧 다가올 여름에 비한다면 이별이 못내 아쉬운 봄의 감정이 무르익은 표현이다. 두터운 구름을 비집고 동녘에 찬란한 하루가 떠오른다. 얼마나 뜨거웠으면 구름까지 온통 불타오른다. 창 너머 비치는 세상이 바다를 뒤집은 듯 투명하고 깊다. 자연 또한 사람과 같아 괴롭히면 찡그리고, 가만히 두고 바라보면 이렇게 원래의 민낯을 보여 준다. 하늘에 조각난 구름은 마치 바다를 유영하는 새떼 같다. 어느덧 정겨운 발걸음 중 하나가 길냥이들 만나러 가는 때다. 나도 사람인지라 마냥 극도의 경계와 자리를 회피하게 된다면 어찌 될런지 모르나 몇 번 봤다고 아는 척도 해주고,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데..

하루를 시작하는 구례 산수유 마을_20200319

먼 길 달려온 피로는 설레는 기분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 이른 새벽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을 떴고, 침대 바로 옆 창문을 제치자 빛깔 고운 새벽하늘 여명에 잠시 잠을 털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왔다. 구례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아서 바로 옆 지리산의 위용은 가히 압권인데 때마침 동녘에 위치한 노고단 하늘로 떠오르는 하루를 감안한다면 베란다로 나오는 순간 습관처럼 그쪽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은 어두 깜깜한 밤이나 마찬가지지만 거대한 노고단 형체가 드러난 미려한 선은 역시나 압권이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다시 들고 나와 여명을 담으며, 더불어 미세한 바람결에 실린 봄내음은 덤이다. 규정지을 수 없는 봄의 향그러운 향과 시골 어디선가 장작 지피는 내음이 겹쳐 가뜩이나 설레는 구례 여정을 앞두고 그 설렘은 더욱 증..

새벽 여명_20200314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초까지 얼마만인지 모를 만큼 대기가 맑아 아침 여명의 빛결이 무척이나 곱디고웠다. 심연의 바다가 놀랄세라 오렌지 물감을 살포시 풀어 잔잔히 어우러지는 어울림인 양 빛깔의 경계를 규정 지을 수 없었다. 무보정 자체로도 가슴 벅찬 하루의 시작을 실감케 한다. 청명한 하늘을 보는 게 얼마만일까? 파랑새는 곁에 있었던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처럼 일상이었던 청명한 하늘이 이제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른 아침의 적막_20191018

어쩌면 빠듯한 시간에 정처 없이, 반쪽 짜리 여행으로 전락해 버린 이번 여정은 짧은 시간에 비해 동선만 길어 뚜렷한 흔적도 없었다.그래서 영주와 봉화에 갈 여정 없이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이 지나 도착하여 암흑만 반길 뿐이었다.밤에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가을 먼지 털듯 후다닥 잠이 달아난 시각은 새벽 2시가 채 안되어 누운채 잠을 청해도 온갖 잡념이 한발짝 다가서는 잠을 떨쳐 버리자 아예 잠자리를 털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영주에 흔치 않은 24시 해장국 집에서 든든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봉화로 향하는 길은 완연한 밤이라 간헐적으로 상향등을 켜 암흑을 뚫고 달렸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동녘 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암흑이 걷히고 있었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다 동녘 여명이 다가오자 차를 세워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