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27

여명_20170904

가을도 오고, 하루의 시간도 오는 이른 새벽녘에 창 너머 일출이 뿌려 놓은 노을의 찬란함을 넋 놓고 바라 보다 멍한 정신을 털고 카메라로 경이로움을 낚아 챘다.자연이 그려 놓은 한 편의 이 장엄한 그림은 일장춘몽처럼 한 순간 흩어져 버릴 새라 바삐 담았는데 바라보는 내내 바람이 실어온 가을 내음의 향연에 취해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의 상상으로 행복감에 젖은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암흑의 도화지에 보드라운 붓을 살랑이며 희망을 그려 놓는다.

일상_20170707

비 내리는 금요일, 비를 맞는다는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정신 줄 놓았거나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허나 난 가끔 어설프게 비가 내리는 날, 가방 속에 우의를 챙기긴 했어도 내리는 비를 어느 정도 맞다 흠뻑 젖을 만큼 내리거나 오래 노출이 되었다 싶을 때 그제서야 우의를 꺼내 입는다.왜냐구?이상하게 비나 눈 내리는 날 왠지 센치해지데~낙엽 끝이나 가지에 매달린 빗방울들도 이쁜데 꽃러럼 화려, 화사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의 숭고, 영롱한 아름다움이 맞겠다.빛이 굴절된 이 빗방울 보면 엥간한 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내 취향이겠지. 이른 새벽 여명이 밀려드는 동쪽 하늘이 결 고운 빛의 오렌지 컬러가 내 방의 창 너머에 고요한 파동을 그린다.뒤척이던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사진으로 담아 뒀..

이젠 겨울이려나?_20141123

아침 출근 전, 그리 이른 시각이 아님에도 여명은 뒤늦게 기지개를 편다.이젠 주위를 둘러 봐도 가을의 흔적은 사그라 들었다. 저녁 무렵에도 땅거미는 찾아든 겨울의 싸늘함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피해 버렸다.가을의 화려했던 시간들이 지나 겨울의 웅크린 기세는 기실 세상의 시간들을 정적으로 짓누르는 것만 같다. 허나 겨울도 과정의 필연이다.설사 세상 만물을 얼려 버릴 것 같지만 그 계절 속에서도 내겐 어김없이 추억이 있고, 그 고스란히 남은 기억은 겨울 덕분에 따스해져 버렸으니 찾아온 밤의 암흑을 떨치듯 바뀐 계절에 맞물린 내 삶의 희열을 위해 집요하게도 기억을 채우려 할 것이다.난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은 시절을 기다린다.

아이뽕6 시대_20141107

드뎌 아이뽕6의 시대가 개막했다규~예전처럼 박스 개봉기를 한다거나 인증샷도 이젠 귀찮고 늘 써와서 그런지 크게 바뀐다거나 새롭다기 보단 친숙하단 표현이 더 맞겠다. 11/7, 이 사진은 투명 스킨젤리 케이스에 낀 아이뽕6를 아이뽕5s로 찍었더랬지, 11/7, 이게 진정 아이뽕6로 찍은 첫사진이다.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새꼬시를 아이뽕6로 바꾼 날 저녁에 또래들과 모여 잡수셨다.회에 안 좋은 세균이 있을까봐 위장 소독약으로 쐬주 한사발~ 11/9, 거실에 거만하게 앉아 내가 유일하게 시청하는 서프라이즈를 한 컷.아름다운(?) 나의 족발이여. 11/9, 서프라이즈 끝남과 동시에 바로 베란다 정원에 가서. 11/9, 그 날 낮에 나왔더니 계절을 잊고 멍 때리는 철쭉이 있더군. 11/9, 밤에 조카들 왔길래 같..

4월4일 여명

춘분이 지났으니 해가 길어지긴 많이 길어질 때이기도 하지만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밤낮의 길이 변화가 둔감한 탓에 실감이 난다.아침 출근을 위해 기상해서 문득 밖을 보니 뒤집어진 태극 문양처럼 하늘의 색상 대비가 묘하기만 하다.잠시 후면 지평선 너머에서 솟구치는 붉은 양기가 차가운 음기를 밀어 내고 온통 이글거리는 허공으로 채울 것이다.아침의 설렘은 가끔 이런 예기치 않은 쾌감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흥분까지 도출해 내기도 한다. PS~엑백스의 색감에 찬탄을 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